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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과학원리 적용하면 ‘해법’ 보인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경영에 과학원리 적용하면 ‘해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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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와 이과, 묘한 이분법이다. 고교 때 이렇게 나뉘는 바람에 문과 학생들은 국문과, 철학과, 정치외교학과, 경영학과, 예체능계 등에 진학한다. 그들은 기업에 들어가서도 주로 관리직, 영업직에 근무한다. 이과 학생들은 공대, 자연대, 의대 등 이른바 이공계를 졸업하고 기술직에 주로 종사한다. 문과 전공자들은 흔히 “기술자는 ‘1+1=2’만 아는 편협한 사람”이라고 깎아내린다. 자연과학 지식인들은 반대로 “문과계 전공자는 실체도 없는 신화에 사로잡혀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갈등은 부질없다. 복잡다단한 세상 이치를 깨달으려면 문과, 이과 지식을 골고루 알아야 한다. 학문 사이엔 통섭, 융합 붐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체로 문과 사람들의 시야가 더 좁다. 과학기술 성과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기술혁신의 경제학’(이원영 지음, 생능출판사)은 문과계 출신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급변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도우미 같은 존재다. 기술과 경제가 어떤 상관관계를 지녔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도 무척 유용하겠다. 이 책의 핵심 콘텐츠는 기술혁신(innovation)이다. 기술혁신이 기업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중요하고, 소비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설명한다. 국가 수준을 높이려면 기술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풍부한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저자의 프로필에서도 이 분야 저술의 적격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10년간 근무했다. 과학기술정책 수립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 있고 서울대 공대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강의했다. 현재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소설이라 가정한다면 주인공은 기술혁신이며 조연은 경제(economics)와 사회제도(social institution)”라면서 “이 책에서는 이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사건을 설명하는 이론들을 정리하고 이런 이론들의 기업경영 측면이나 국가정책 측면에서의 시사점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비행기 동체를 만들던 삼성항공이 항공기 부착 부품인 야시경을 생산하면서 이것이 카메라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 카메라 생산에 뛰어든 사례가 흥미진진하다. 초기에는 외국 선두업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으나 차츰 독자적인 기술을 쌓아갔다. 결론 부분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핵심기술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점,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역량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이 그것이다.

주관적 평가, 나쁘지 않다

경영에 과학원리 적용하면 ‘해법’ 보인다

기업에서 주인공은 기술혁신이며 경제학은 조연이라 강조하는 ‘기술혁신의 경제학’.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 지음, 위즈덤하우스)도 지식의 융합을 꾀했다.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경영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경영인에게 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하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저자의 다채로운 프로필에서 이 책의 탄생 배경이 엿보인다. 포스텍(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기아자동차, LG-CNS, 아더앤더슨 등의 직장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략 및 인사분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인퓨처컨설팅의 대표로 활동한다. 저자는 “예술, 자연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우리가 흔히 경영학과 전혀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리는 학문의 관점에서 경영의 의미를 탐구하자”면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은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맹점이며 시대착오”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과학원리를 경영에 적용하면 복잡하게만 보이던 해법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수리적인 감각, 문제를 모델링하여 풀어나가는 접근방식 등이 그렇다. 경영과 과학 사이에는 유사성으로 가득하다는 것. 유사성이란 닮지 않은 사물 사이의 ‘기능적인 닮음’이다. 음악으로부터 양자론을 유추하고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법칙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벤치마킹에 대한 수학적 설명이 흥미롭다. 미국의 수학자 마틴 가드너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로 확률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무지를 꼬집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그 남자는 누군가가 폭탄을 갖고 탑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신도 뇌관을 제거한 폭탄을 가방에 넣어 다녔다고 한다. 폭탄을 가진 승객이 2명이나 같은 비행기에 탄다는 것은 확률상 매우 낮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의 아이디어가 그럴듯한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가? 자신의 행위와 다른 사람이 폭탄을 가지고 탑승하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일이다. 두 사건은 별개 사안일 뿐이다.

경영에 과학원리 적용하면 ‘해법’ 보인다

벤치마킹은 타사의 성공 사례일 뿐이라고 설명하는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벤치마킹도 그렇다. 타사의 성공 사례는 그 회사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시도하면 엄연히 ‘독립적인’ 상황이다. 재현되지 않는다. 경영인이 벤치마킹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영역이 비슷한 타사가 먼저 경험한 사례를 참고하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대로 따라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책은 중간 중간에 ‘과학과 경영’이라는 읽을거리 칼럼을 실었다. 그 가운데 ‘주관적 평가는 과연 나쁜가?’라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인사평가 또는 성과평가를 할 때 벌어지는 논란이다. 평가자에게는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실적으로 평가하라’는 지침이 강조된다.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등 물리학 석학들은 사물을 관측할 때 관측자의 시각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이므로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에 온전한 객관성이 존재할 수 있으랴.

388쪽인 이 두꺼운 책은 물리학, 생물학, 통계학 등 다양한 자연과학 지식을 짜임새 있게 정리해 여느 책 3~4권 분량의 정보를 담고 있다. 외국 저자의 책을 비싼 로열티를 물고 번역한 엉성한 자기계발서보다는 영양가가 훨씬 높다. 아니,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하면 외국 독서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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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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