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호

이승만과 김구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훌륭한 길라잡이

  •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입력2008-10-29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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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과 김구

    ‘이승만과 김구, 1875-1919’ : 손세일, 나남, 504쪽, 2만원.

    이승만과 김구는 조선의 개항을 전후한 시점으로부터 대한민국 건국을 전후한 시점에 이르기까지 약 70년의 한국 근현대사를 논할 때 반드시 거명하지 않으면 안 될 대표적인 한인이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한인들의 항일독립운동, 그리고 해방 3년사(史)를 논함에 있어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지도적 인물 그룹에 속한다. 달리 말해 이 두 지도자의 생애를 함께 살핀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그 파란만장한 역사적 전환의 시기에 한민족이 걸은 길을 살핀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점에 착안해 저자는 이미 1970년에 ‘이승만과 김구’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1970년 우리나라의 정치학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서구, 특히 미국의 정치학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했기에 서구 정치학에서 이미 하나의 분야로 자리를 잡은 정치전기학(political biography)은 전혀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그 사이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던 정치전기학 분야에서 최초의 저서를 출판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정치전기학 분야 최초의 저서

    그때로부터 38년이 지난 오늘날 저자는 같은 제목 아래 제1, 2, 3권을 출판했다. 제10권까지 출판할 구상 아래 연구와 집필을 계속하고 있는 저자가 우선 제1부에 해당하는 3권을 출판한 것이다. 각 500쪽으로, 모두 1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제1부에서 다루는 시기는 이승만이 출생한 1875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의 44년이다. 이 시기에 조선은 개항을 했고, 일본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과 수교했다. 외세가 들어오면서 조선에서는 척사위정운동과 개화운동 및 동학운동 등이 일어났으며, 외세의 갈등 속에 조선 땅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어났다. 이 혼란의 시기를 거쳐 대한제국은 1910년에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자연히 애국지사들이 국내외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은 3·1운동으로 폭발했다. 이 격변의 과정 속에서 이승만과 김구가 걸어간 길들이 이 제1부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지녔다. 첫째, 국내 자료는 물론 해외 자료에 이르기까지 자료를 참으로 광범위하게 발굴해 섭렵했다. 자료들 가운데 대부분이 1차 자료여서, 사실의 설명과 논리의 전개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

    저자는 자신이 활용한 자료들의 출전을 자세하고 정직하게 밝혔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단순히 이승만과 김구에 관해서가 아니라 이 시기의 한국 근현대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연구자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었다.

    둘째, 자료들을 철저히 대비했다. 예컨대, ‘백범일지’에 기록된 김구의 회상에 포함된 사안들에 관한 별개의 1차 자료를 대비시켜 회상에 얽힌 진상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혔다.

    셋째, 이승만 김구와 같은 시대에 살면서 그들과 연관됐던 수많은 사람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폈다. 이로써 이 책은 단순한 이승만과 김구의 전기가 아니라 그 시대 인물들의 공동 전기로 확대됐다. 이것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동시대인을 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민족이란, 국가란 무엇인가

    넷째, 이승만과 김구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국제정세의 큰 흐름 속에서 조선의 운명을 살핌으로써 이승만과 김구의 행동을 비교하는 데 국제적 안목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조선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국제정세의 영향을 직접적이면서도 강하게 받았다. 이 점에 민감하게 대응한 쪽이 이승만이라면, 이 점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조선이 걸어야 할 길을 조선인 중심적으로 걷고자 했던 쪽이 김구였다. 이러한 대비는 앞으로 보게 될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이승만 노선과 김구 노선의 차이로 나타난다.

    다섯째, 이 책은 민족이란 무엇이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조선이 강대국 권력정치 속에서 멸망하는 과정을 읽으면서, 또 그 비극의 과정에서 짓밟히는 민초들의 궁핍과 고통을 읽으면서, 그러면서도 저항의 투혼을 잃지 않는 백의민족의 함성을 접하면서 새로운 감동을 얻게 된다.

    저자가 몇 해에 걸쳐 이 대작의 집필에 쏟은 학문적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다짐한 대로 제10권까지 완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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