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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告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최우수작 (고료 1000만원)
아이스크림 (윤혜영, 미국 뉴저지)
우수작 2편 (고료 각 500만원)
좌표 140319 (이호철, 서울 강남구)
황혼일기 (이응수, 대구 북구)
※ 당선작은 신동아 2008년 11월호부터 매월 1편씩 게재합니다.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본심 위원인 문학평론가 하응백씨, 소설가 정길연씨, 언론인 전진우씨(왼쪽부터)가 당선작을 가리고 있다.

심사경위

‘신동아’ 논픽션 공모가 올해로 44회를 맞았다. 올해 응모작은 총 53편이었다. 시간적으로는 고대부터 근·현대는 물론 현재진행형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공간적으로는 교도소, 중국, 베트남, 미국, 알래스카에 이르는 등 시대와 지역을 넘나든 다양한 작품이 편집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응모 작품 중에서 과거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거나, 혹은 지나온 삶을 현재와 연결지어 드러내고 있지 못한 작품들을 예심에서 걸러냈고, 8편이 본심에 올랐다.

3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각각 8편 전체를 검토했으며, 9월30일 동아일보사 충정로 사옥 6층 회의실에서 최종 당선작 3편을 선정했다. 토의시간이 10분에 불과했을 정도로 3명의 심사위원이 점찍어둔 당선작 3편이 일치했고, 최우수작 역시 이견이 없었을 정도로 돋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윤혜영씨의 ‘아이스크림’을 최우수작으로, 이호철씨의 ‘좌표 140319’와 이응수씨의 ‘황혼일기’를 우수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본심 : 하응백(문학평론가) 정길연(소설가) 전진우(언론인, 경원대·한성대 초빙교수)

예심 : 고인환(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심사평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하응백]“이기심 이타심 사이 갈등하는 인간의 참모습”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8편이었다. 이 중 글쓴이의 자의식이 너무 강해 독해를 방해하는 작품 몇 편을 제외하고 문장이 충실하고 내용이 탄탄한 세 편을 골랐다.

이응수씨의 ‘황혼일기’는 정년퇴직하고 비교적 어려운 경제 형편 속에서 부부가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필자는 흥분하지 않고 잔잔하게 사소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세월의 지혜와 인생의 쓸쓸함과 황혼의 안락감 같은 것들이 포진해 있었다. 글은 역시 필자가 흥분하지 않을 때 독자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법이다.

이호철씨의 ‘좌표 140319’는 월남전 참전의 생체험을 소화한 작품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 ‘돈’과 ‘여자’와 ‘전우애’가 잘 뒤섞이면서 긴박감 있게 전개된다. 전쟁의 감춰진 이면을 현장감 있게 그려 오히려 기존 유명 작가들의 월남전 체험 소설보다 더 생생하게 월남전을 보여준다. 특히 ‘국수’라는 소재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윤혜영씨의 ‘아이스크림’은 미국에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28세가 된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주부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화자의 양가적인 내면 풍경이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심리 묘사가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한 편의 좋은 중편소설, 혹은 좋은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다.

심사위원들은 세 작품 중에서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참모습을 그린 윤혜영씨의 ‘아이스크림’을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주저없이 최우수상으로 뽑았다. 선에 드신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정길연]“중언부언 목적의식 과잉은 곤란”

본선에 올라온 작품들 중에는 전개나 내용이 산만하거나 맹목적인 자기확신, 자기미화, 자기주장이 도드라져 읽는 맛을 떨어뜨리는 글이 여러 편이었다. 사실적인 기록이라고 해서 곁가지가 너무 많아 중언부언하는 느낌을 주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목적의식 과잉도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다.

윤혜영씨의 ‘아이스크림’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피는 주부의 일상이 담담하게 잘 드러난 글이다. 흔한 자기미화나 합리화가 없는 솔직담백한 진술이 상황을 실감 있게 전달함과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인물 개개인의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어 차분하면서도 다소 극적인 긴장감을 준다.

이응수씨의 ‘황혼일기’는 정년퇴직 후의 일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삶과 죽음,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의 소소한 갈등, 지인들과의 회동 등을 균형 잡힌 초로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이호철의 ‘좌표140319’는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다룬 글로 같은 소재의 소설들에서 접하기 어려운 전장의 생생한 체험이 잘 녹아 있다. 숙련된 문장과 솜씨 좋은 구성은 이 글을 논픽션보다는 한 편의 소설처럼 읽히게도 하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감동을 감하는 요인이 될 성싶다.

최근 들어 체계적인 글쓰기 공부를 통해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분들이 응모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를 떠나 주목할 만한 추세라 여겨진다. 그만큼 글에 대한 믿음이 유효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다.

제44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전진우]“담담한 체험 기록이 오히려 감동 크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8편이었다. 본심에서 심사위원 3인은 각자 우수작 3편을 추천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각각 써낸 3편이 똑같았으니까 말이다. 최우수작 선정에도 논란은 없었다. 예년에는 드물었던 일이다.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개운할지 몰라도 적어도 한두 편은 더 최종 경합에 올라야 심사다운 심사라고 할 게 아닌가.

입선한 세 편과 탈락한 다섯 편을 나누는 경계는 쓰는 이의 의식과잉 여부에 있었다고 본다. 논픽션은 체험의 기록이다. 자신의 특별한 체험에 애착이 강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특별한 체험’ 같아도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그보다 더한 체험을 하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요, 삶이다. 따라서 시쳇말로 ‘오버’하면 진정성도 감동도 떨어진다. 담담하게 돌아볼 때 체험의 기록이 오히려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는다.

자기 글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도리어 역효과를 낳은 경우(조선통신사 이야기), 신앙심의 강조로 헌신이 가공된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조선족 장애인과의 사랑), 문장은 좋지만 필자의 애환이 감동적으로 전해지지 못한 경우(푸른 신호등 붉은 신호등, 여자의 반생), 결말이 모호한 작품(104 달러의 기적)이 정도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그런 예다.

논픽션 응모작이 과거 특정한 사건이나 비극의 기억에서 벗어나 생활 속으로 돌아온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생활의 기록에서 논픽션의 맛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윤혜영씨의 ‘아이스크림’과 이응수씨의 ‘황혼일기’는 돋보이는 작품이다. 본심에서 낙선한 다섯 분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신동아 2008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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