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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길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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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지음, 북하우스, 438쪽, 1만5000원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하페 케르켈링 저, 박민숙 역, 은행나무, 366쪽, 1만원

이른 아침 민박집에서 햅쌀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배낭 속에는 꽉꽉 다져 두 주먹을 합친 것만한 주먹밥을 넣었다. 간밤에 조용했던 마을 어디에서 그 많은 사람이 머물렀을까 싶다. 서늘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길을 나서는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날 오후 전남 남원 인월리에 있는 지리산길 안내센터를 출발해 산내면 매동마을까지 9km가량을 걸었다. 이 길은 경남과 전남, 전북 3개도 5개 시군의 100여 개 마을을 하나로 잇는 ‘지리산 둘레길’ 300km 가운데 3코스에 해당한다. 오늘은 매동마을에서 출발해 산허리에 걸린 다랑이논길을 따라 굽이굽이 걷다 상황마을을 거쳐 등구재를 넘는다. 여기가 지리산 둘레길 1코스다. 전북과 경남의 경계, 이정표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거둑등 타고 넘던 고갯길 등구재.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에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이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이다. 지금은 이곳을 찾는 이가 드물지만 되살아난 고갯길이 마을과 마을, 그리고 사람을 이어줄 것이다.”

안내문을 세운 지 얼마 안 됐지만 문안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재를 넘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아직 완성된 길도 아니고 시범구간이 열렸을 뿐인데도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간 이가 4만명이 넘는단다. 지리산에 다녀왔다고 하니 모두들 “천왕봉은 올랐어?”라고 묻는다. 멀리서 구경만 했다. 지리산 자락을 빙 둘러 가서 ‘둘레길’ 아닌가.

사람들이 걷는다. 낭창낭창 걷는다. 타달타달 걷는다. 쉬엄쉬엄 걷는다. 산길은 산길인데 수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수평으로 간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없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그래서 다리만 편한 게 아니라 마음도 편하다. 사람들은 ‘걷기’에 마음을 쏙 뺏겼다.

간세 부리면서 걸어라

걷기로 치면 제주 올레길이 먼저 ‘떴다’. 제주말로 ‘놀멍 쉬멍 걸으멍’ 하는 제주길은 2007년 여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62km에 이르는 10개 코스가 완성됐다. 제주도 바닷길을 따라 걷다 야트막한 오름을 오르며 걷는 아기자기한 올레길은 아직 절반밖에 잇지 못했다. 이 길을 잇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다.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등 언론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온 그가 2006년 홀연히 스페인 산티아고 길로 떠났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도하기 위해 걸었다는 순례자의 길을 걸으면서 ‘제주 올레길’의 영감을 얻었다. 여정의 막바지에 만난 한 영국 여자가 던진 말을 듣고 벼락을 맞은 듯 감전됐다고 한다.

“우리가 이 길에서 누린 위안과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줘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 나라로 돌아가서 당신의 까미노(길)를 만들어라. 나는 나의 까미노를 만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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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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