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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외

  • 담당·이혜민 기자

돼지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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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외
▼돼지꿈 _ 오정희 지음

어느날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에 압력밥솥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뚜껑을 채 닫지 않은 김치단지와 물그릇도 보인다. 엄마는 그렇게 혼자서 대충 점심을 때운다. 엄마는 “나 혼자 먹을 때는 좀 편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랬던 엄마가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어차피 죽으면 계속 잠만 잘 텐데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

중년 작가 오정희의 소설집 ‘돼지꿈’을 읽고 있자면 매일같이 보는 엄마의 속내가 읽힌다. 주부인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인지 소설의 내용이 진실하게 느껴진다.

친정엄마가 네 몸 챙기라며 준 보약을 다른 가족에게 줘야 마음이 편안한가 하면, 공부 못한 것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동창이 와서 자식에게 일러바치면 화를 내고, 아들에게 성적이 형편없다고 야단치다가도 어느새 가을을 슬퍼한다. 생일 아침에 배달된 꽃바구니에 들떠 곱게 화장을 하곤 풋사랑 생각에 잠기고, 소박한 것을 으뜸으로 생각했으면서도 결혼 때 다이아반지를 받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기도 한다.

25편의 짧은 소설은 저마다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슬픔을 머금은 눈망울이 어른댄다. 작가의 이 말 때문에 가슴이 아린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한때의 기대와 열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생활이라는 괴물과 타협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감하고 서글픈 일이다. 애초에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랜덤하우스/ 225쪽/ 1만원

▼이민자들 _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나의 매체는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독일 작가인 저자는 현장성을 중시한다. 그는 주로 사회 주변인인 이민자, 유대인들을 만난다. ‘네 편의 긴 단편’이란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의 주인공도 대부분 저자가 직접 만나본 사람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절친했던 친구가 실종돼 슬픔을 겪다 자살한 헨리 쎌 윈 박사. 연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내고 전쟁터를 돌다 밀실공포증에 걸려 자살한 파울 베라이터 교사. 유대인으로 떠돌이 인생을 살다 끝내 기억상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어린 시절 부모가 강제 유학을 보내 힘든 시절을 보낸 막스 베르버.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민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이들의 한숨과 눈물이 담긴 소설이다. 창비/ 316쪽/ 9800원

▼가비오따스 _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스콧 니어링과 헨리 니어링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콜롬비아에 있는 작은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 이곳에선 도시와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미풍을 에너지로 바꾸는 풍차, 식수의 세균 제거를 돕는 태양열 주전자, 공식 통행수단인 사바나 자전거, 약국보다 나은 약초 전문점…. 이곳이 살 만한 곳인 이유는 빈부 격차가 없고 계층에 따른 괴리감이 없어서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나 공동체 회의를 꾸리는 사람이나 직업적 자부심은 비슷하게 느낀다. 교육, 보건, 음식, 숙소 모두 무료로 제공되니 불만을 느낄 필요도 없다. 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학 국제저널리즘 교수인 저자는 우연히 가비오따스를 찾아갔다. 지속가능한 미래가 펼쳐지는 가비오따스. 그곳의 시도와 실패와 성공이 눈길을 끌 만하다. 랜덤하우스/ 368쪽/ 1만5000원

▼상실의 상속 _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세탁물을 잘못 관리했다는 누명을 쓰고 제소당해 법정까지 갔던 한인교포가 있다. 많은 이가 그 소송을 지켜보며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사건이 떠오른다. 인도에서 태어나 ‘남의 나라’ 미국에서 자라며 ‘쉽지만은 않게’ 산 저자가 자신과 같은 이주민의 삶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후진적으로 사는 이들은 좀처럼 슬픔을 내보이지 않는다. “해외의 인도인들에게 일어난 일은 끔찍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쥐처럼 더러운 비밀이었다.” 영국에서 유학하다 열등감만 잔뜩 안고 돌아온 제무바이 판사,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겐 자랑거리지만 빈민가에서 그린카드도 없이 일자리를 전전하는 비주를 보면 그들의 상실감이 전해진다. 이 책은 맨부커상 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이레/ 584쪽/ 1만5000원

▼관동대로 _ 신정일 지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경이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저자는 금강, 섬진강, 낙동강, 한강,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400여 개가 넘는 산을 오르내린 뒤 우리땅걷기모임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 모임 사람들과 수도 한양, 경기지방의 동부, 강원도를 이어주는 관동대로를 걷고 지은 것이다. 자연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구백이십리 길을 걷자면 열사흘이 걸리지만, 민낯의 사람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였다. “길을 걷노라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삶과 역사가 보이기 때문”에 옛길을 선택했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걸 느끼고 싶고, 정말 원한다면 길을 나서라. 그리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라.” 휴머니스트/ 320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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