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40년간 전통 목가구 만든 소목장 박명배

“나무 결 살리며 나무처럼 산다”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40년간 전통 목가구 만든 소목장 박명배

1/3
40년간 전통 목가구 만든 소목장 박명배
김밥 생수 챙겨 산에 오르면, 나무에서 막 나온 산소가 콧구멍으로 들어온다. 그러곤 식도를 거쳐 온몸에 퍼진다. 숨만 들이마셨을 뿐인데도 몸이 팽팽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산에 올라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靑春)을 누린다. 나무 덕분이다.

“나무는 글쎄요…. 내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쉬운 것 같고…. 나무가 있음으로 제가 있으니 나무가 분명 제게 많은 걸 준 것이긴 한데…. 나무는 내 길이고, 생활이고 그래요. 난 나무 없으면 할 게 없어요. 그래서 나무만 붙잡고 살았지.”

박명배(58), 그는 나무 덕에 평생을 청춘처럼 산다. 1968년 소목(小木)에 입문해 40년을 하루같이 나무와 벗했기 때문인지 얼굴색이 나무처럼 싱싱하다.

그는 목수다. 목수는 건물을 짓는 대목장과 건물 안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으로 나뉘는데, 박명배는 전통한옥에 걸맞은 가구를 만든다. 장, 농, 의걸이장, 3층장, 단층장, 경대, 혼수함, 반닫이 같은 안방가구부터 사방탁자, 문갑, 서안, 책장, 책탁자, 머릿장 같은 사랑방가구까지. 주방가구도 빠뜨리지 않는다.

나무는 켜봐야 안다

“전통가구를 한다고 해서 무작정 옛것만 흉내 내는 건 아니에요. 전통을 복원하지만 어떤 나무를 앉힐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들 하지요.”

전통가구에서 나름의 특색이 느껴지는 건 만든 이가 저마다 다른 나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박명배의 특색은 결이 살아 있는 나무를 고른다는 데 있다.

“좋은 전통가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나무가 좋아야 합니다.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살리려면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활용하는 게 제일 좋지요. 갈라지지 않고 고유의 문양이 잘 나타난 게 좋은 나무입니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이 잘 나타난 나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좋은 나무 만나는 건 좋은 배필 만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알판 나무 찾기 위해서 전국을 다 다녀요. 다니다 보니 ‘어디는 뭐가 좋다’ 정도는 알게 되지요. 전라도는 느티나무가 좋다, 강원도는 피나무가 좋다, 경상도는 참죽나무가 좋다…. 그렇지만 좋은 나무를 손에 넣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전통 목가구를 만들기 위해선 300~500년 된 나무를 써야 한다. 값이 비싼 건 당연하다. 그러나 베지 않은 나무는 켠 나무의 1/3 값에 살 수 있다. 제재소 나무가 900만원이라면 산에 있는 나무는 300만원인 셈이다. 그러니 산에서 나무를 고른 뒤 그 자리에서 켜는 게 낫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위험부담이다.

“옛날엔 무작정 다 켜봤던 것 같아. 300만원 전세 살 때였는데 350만원 주고 나무를 베기로 했어요. 싸다는 유혹에 넘어가 나무를 벤 거지. 근데 정작 해보니 쓸 게 없는 거야. 2부 이자 주고 나무 값을 치른 건데 그 자리에서 그 돈 다 날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답답한 일이죠.

몇 년 전 제자들이랑 나무 사러 간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정말 마음에 드는 나무를 만나 700만원 주고 사 갖고, 200만원 (베는 비용) 주고 나무를 켰어요. 그런데 나무 속이 갈라져 있는 거라… 남는 게 없었지요. 그 자리에서 900만원 고스란히 날렸지. 그 허탈감은 말로 못해요. 목상(木商)도 켜보지 않으면 나무에 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데 괜한 일을 했던 거지, 뭐. 나름 통계를 내보니까 나무 켜서 성공할 확률은 20%도 안 되더라고. 내가 참 바보스러웠지.”

그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화수분 아내’ 덕택이다.

“목돈 들어가고 푼돈 나오는 직업 가진 남편을 묵묵히 받아줬어요. 돈 없다면 어디서 잘도 구해다주고. 미안하지만 어떡하겠어요. 이게 내 일인 걸.”

출렁이는 산맥을 담다

이제는 돈이 좀 들더라도 제재소에서 나무를 사니 돈 버리는 일은 줄었다. 제재소 주인들과 안면 트고 지내다 보니 좋은 나무를 구하기도 한다. 전라도 담양의 제재소에서 ‘평생 만나볼까 말까 한 나무’를 사올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친분 덕택이다.

그렇다고 ‘직업병’이 없어진 건 아니다. 산에 가서 나무 사는 일이 드문 요즘도 어딜 가나 산이 보이고, 나무가 보인다. 톨게이트 지나가면서 좋은 나무가 눈에 띄면 즉시 그 마을로 직행하기 일쑤다.
1/3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목록 닫기

40년간 전통 목가구 만든 소목장 박명배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