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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와인 ②

무통 vs 라피트

치열하게 따낸 1등급 vs 우아하게 유지된 1등급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무통 vs 라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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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피트와 무통만큼 팽팽한 라이벌 관계도 드물다. 본래 한집안 출신으로 메독의 1등급 양조장을 각각 소유한 이래 150년 가까이 경쟁해왔다. 이들 와인은 품질과 가격에서 절대 명성을 자랑하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소비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무통 vs 라피트

샤토 무통 로쉴드의 셀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메독(Medoc)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샤토 라피트 로쉴드(Chteau Lafite-Rothschild, 이하 라피트)와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이하 무통) 두 양조장은 경쟁이 심하다. 19세기 중반 각각 양조장을 소유한 이래 질투와 반목으로 점철된 시기도 있었고, 냉소를 주고받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서 유서 깊은 대립과 시기, 질투도 그 양상이 숱하게 변해왔다.

영국의 와인잡지 ‘디캔터(Decanter)’ 2009 신년호에 유례없는 글이 실렸다. 두 양조장의 주인장을 동시에 취재한 기사가 실린 것이다. 같은 할아버지의 6대손인 라피트의 에릭 드 로쉴드와 무통의 필리핀 드 로쉴드가 나란히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메독의 포이약 마을 북단에 위치한 라피트와 무통의 경계 지점을 조명한 사진은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경계의 좁다란 밭길을 걸으며 유쾌하게 웃는다. 대립 구도가 친밀 관계로 변화된 듯 보인다. ‘독점 기사’가 8쪽에 걸쳐 계속된다.

약 150년 전에 기존의 샤토를 매입해 이름을 바꾸고 새바람을 불어넣었던 보르도 최고의 와인 양조장 라피트와 무통. 세대가 바뀌었다지만 주인장 역시 샤토의 역사를 닮아 백발이 성성하다. 포도밭과 양조장은 싱그럽기만 하다. 문득 “난 그저 짧은 인생 동안 양조장을 지키는 청지기에 불과하다”고 말한 한 양조장 주인이 생각난다.

무통 vs 라피트

무통(우) 라피트(좌)

유대계 큰손 로쉴드 가문

로쉴드 가문은 오랜 세월 유럽의 금융시장과 세계 와인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이 가문에서 처음 샤토를 구입한 건 1853년. 샤토 브랑 무통을 매입한 나타니엘 로쉴드는 양조장 이름에 자신의 성을 집어넣어 샤토 무통 로쉴드로 바꿨다. 지롱드 강 하류에 위치한 포이약 마을은 중세부터 와인의 요충지였다. 오늘날 와인세계에서 유명한 메독에서도 포이약은 가장 유명하다. 왜냐하면 메독의 1등급 와인이 고작 다섯인데, 그중 세 개가 포이약에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반복된 침식과 분열로 강 하류에 축적된 광물 자원은 포도나무 생육에 탁월한 조건을 조성했다. 석회암층과 그 위의 이회토(석회 점토 모래가 섞인 퇴적물)층, 그리고 그 위에 형성된 자갈 토양으로 인해 미묘한 맛이 뿌리에 전달되며, 그 뿌리의 배수에도 특별한 기운을 보탠다. 이런 탁월한 테르와르(terroir·토질, 토양, 강수량, 일조량 등의 환경적 조건)를 갖춘 포이약에서 라피트와 무통은 단연 그 품질이 돋보인다.

1855년, 그러니까 샤토를 구입한 지 2년 뒤에 파리에서 연락이 왔다. 나폴레옹 3세가 만국박람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와인의 품계를 정할 예정이라는 전갈이었다. 행정적인 일이었음에도 빠른 속도로 처리돼 무통에게 곧 결과가 당도했다. 요지는 이랬다.

‘메독에 속한 수많은 양조장 가운데 품질과 명성 그리고 가격을 기준으로 우수한 양조장의 등급을 정하기로 한다. 이 등급은 최고 등급 1등급부터 5등급까지로 구분한다. 무통은 2등급에 속하며, 1등급에는 라피트(당시에는 양조장 이름이 그냥 샤토 라피트였다.), 마고, 라투르, 오브리옹이 해당한다.’

무통의 주인장 나타니엘 로쉴드는 충격에 빠졌다. 유대인으로서 독일을 빠져나와 영국에 자리를 잡고, 은행업으로 크게 성공한 그는 자신의 와인이 1등급일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1855 등급제정문서’를 보면 1등급에는 라피트, 2등급에는 무통이 각각 첫 줄에 씌어 있다. 허망한 마음을 담은 그의 시 한 편은 이 양조장의 파란만장한 에피소드 중 단연 톱으로 꼽힌다.

‘나는 1등이 아닐지 모른다/하지만 2등은 되지 않겠다/나는 무통이다’

1등급이 아니란 말에 상심이 컸던 샤토 무통의 분위기와 달리 오솔길 건너편에 자리 잡은 샤토 라피트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주인장은 손님을 대접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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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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