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허리 보호하며 골프 치세요

  • 심동준/ 안세병원 척추건강연구소 소장

    입력2009-03-03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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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보호하며 골프 치세요
    얼마 전 나는 몇몇 미국인 지인과 골프장을 찾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들 중 상당수는 힘으로만 골프를 치고 있었다. 스윙 동작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들에게 일일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독학으로 골프를 익히다 보니 정확하고 건강한 스윙을 배우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얘기를 듣자 문득 “골프가 대중화된 미국에 유독 골프로 인해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가 많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골프는 과연 좋은 운동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의사인 나는 이 질문을 받으면 으레 “당연히 좋은 운동이다”라고 답하곤 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힘든 도시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운동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험을 접하면서 내 생각은 달라졌다.

    회전운동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골프는 자칫 목과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힘으로만 골프를 치다 보면 자연스레 손목, 손가락, 발목, 그리고 갈비뼈에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겉으로는 절대 격렬한 운동이 아니지만 사실은 허리 부상으로 인한 요통 유발률은 그 어떤 운동보다 높다는 게 최근 의학계의 지적이다.

    운동학적 측면에서 보면 스윙할 때 척추의 각 운동분절은 어느 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한다. 이 점은 흔히 순간 회전 중심점(instant center of rotation)이라 불린다. 정상적인 추간판은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나 추간판에 문제가 생기면 순간 회전 중심점이 매우 넓은 범위로 흩어지게 돼 퇴행성 변성과 척추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가져온다. 티샷뿐만 아니라 퍼팅할 때에도 요추부 추간판은 체중의 약 2배에서 많게는 8배의 하중을 받게 되므로 허리에는 당연히 무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평상시 잘 쓰지 않는 근육이 일주일에 한 번씩 쓰이므로 이 또한 허리 부상의 요인이 된다.

    골프는 틀림없이 매력적인 운동이다. 여느 운동과는 분명히 다른 재미가 있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일명 디스크) 환자는 당장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포기할 정도였다. ‘골프가 얼마나 즐겁기에 그 아픔을 참아가면서 골프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환자와 옥신각신했지만 환자의 뜻을 꺾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부상을 막기 위해, 오래도록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 자신의 허리를 지킬 수 있는 간단한 수칙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평상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 허리의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라운드 전에도 가벼운 체조나 몸풀기 운동으로 근육의 긴장과 관절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운드 중간중간 간단한 체조를 통해 몸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도 부상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지나친 스윙 연습은 피하는 것이 좋고, 1시간 이내로 제한하면 몸에 무리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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