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라이스 워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9-03-03 1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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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스 워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라이스 워 _ 이완주 지음, 북스캔, 260쪽, 1만800원

    “얘들아, 우리 인제 게타리를 풀러놓구서니 실컷 먹자구나.” 1973년 가을, 추수를 마치고 충남 공주군에 사는 노연씨는 6남매를 앉혀놓고 일생 처음 쌀밥을 실컷 먹었다. 석 섬 나던 논에서 통일벼는 닷 섬이 나왔다. 게타리(허리띠의 충청도 사투리)를 풀어놓은 집은 노연씨네만은 아니었다. 한민족은 통일벼로 식량자급이 이뤄진 1975년까지 수천년 동안 굶주림 속에 살았다. 통일벼는 단번에 굶주림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주었지만 ‘단번’이라는 부사 뒤에는 피와 눈물, 땀과 목숨이 배어 있다.

    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형은 밥맛은 좋지만 잘 쓰러지고, 병에 약하며, 수확량도 적다. 인디카형은 밥맛은 없지만, 병과 바람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 그러나 이 둘은 교배가 잘 안 된다. 세계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서울대학교 허문회 교수는 피나는 노력 끝에 통일벼가 된 IR667을 탄생시켰다.

    열대형 피를 가진 통일벼는 수확량은 월등히 많지만 저온에 약하다. 통일벼에 맞는 새 농법은 농민들을 깨우쳤다. 경남 거창군에서는 냉해로 온 마을이 쭉정이밖에 거두지 못하자, 농민들은 농촌지도소로 몰려갔고 지도원은 줄행랑을 쳤다. 통일벼 논에 냉해와 벼멸구가 창궐했다. 겨울 동안 필리핀에서 종자를 만들면서 우리 연구진은 논바닥에 처박히고, 브래지어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등 별별 해프닝을 다 겪었다.



    기아를 몰아내려는 정부와 농업공무원, 농민의 의지가 세계에 유례없는 쌀 기적을 이뤄냈다. 통일벼 재배 4년차인 1974년에는 쌀 수입을 졸업했고, 1975년에는 자급을 이뤘다. 1976년에는 단군 이래의 최고 수확량을 기록했고, 드디어 쌀을 비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78년부터 내리 3년 동안 닥친 재해로 통일계 벼는 침몰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우리 농학자들은 통일벼 이상의 새 품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자급률이 쌀은 98.9%이지만, 밀과 옥수수는 각각 0.2%와 3.7%로 전체 자급률 28%로, 곡물 3/4을 수입한다. 지금 세계 33개국 이상이 식량위기와 폭동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등 경제부국은 농민에게 엄청난 지원을 하는 반면, 빈국들은 부국이 생산한 값싼 곡물을 수입해 자국 농업을 죽이고 있다.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티는 1981년 쌀시장을 개방했다. 먹는 식량을 ‘태우는 바이오에너지’로 만드는 한 식량 문제는 점점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식량부국이 빈국을 점령하는 전쟁은 터졌지만 우리는 무심하다.

    ‘라이스 워’는 수많은 에피소드로 점철된 ‘라이스 히스토리’와 함께, 식량빈국인 우리 농업의 현주소가 논문이 아닌 소설처럼 쓰여 있다. 이 책은 2008년 조선일보 논픽션 공모 대상 수상작품이기도 하다.

    이완주│농업사회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블랙 라이크 미 _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나는 흑인으로 살았던 내 경험을 적은 일기를 여기 이렇게 책으로 펴낸다. 이 일기는, 이른바 일등 시민이 이등 시민이라는 넝마더미 속에 내던져졌을 때 마음과 몸과 지적인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흑인을 연구하기 위해 흑인이 됐다.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색소 변화를 일으키는 약을 먹고, 강한 자외선을 쪼이고, 머리를 삭발한 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를 7주간 여행했다. 완벽한 변장 덕분인지 사람들은 그를 흑인으로 대했고, 덕분에 그는 흑인으로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오로지 흑인으로만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 말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우리의 반응 태도를 볼 수만 있다면 모든 편견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위인지 깨달을 것이다.” 살림/ 416쪽/ 1만6000원

    오바마의 공감 커뮤니케이션 _ 김택환 지음

    이 책은 ‘오바마의 대국민 공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오바마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바마는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달인이다. 국민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그의 콘텐츠를 공개, 공유하도록 한 탁월한 웹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 비전과 철학, 전략과 전술을 만들고 이를 무기로 소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오바마의 행보를 커뮤니케이션학 이론으로 분석했다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는 신자유주의 몰락에 따른 새로운 경제질서가 필요하다는 역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앙일보 멀티미디어랩 소장인 저자는 설득, 쌍방향, 타깃, 역사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틀로 오바마를 분석하며 지도자상을 정립했다. 중앙북스/ 324쪽/ 1만5000원

    부자 아빠의 몰락 _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중산층 위기에 대한 처방전이 나왔다. 저자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 소비패턴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에 중산층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양극화가 심해져 수중의 돈은 줄어들었으면서도 상위 소득자처럼 지출하다 얼마간 있는 재산마저 축내는 이가 숱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중산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산층이 소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 해결책으로 상류층의 소비 하향화를 꼽는다. 그래야 중산층의 소비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 체제를 좀 더 누진적으로 만들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상위 소득층의 세율이 높아진다 해도 “직장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급여가 아닌 상대급여인 까닭에 인재는 적재적소에 있을 것”이란 점도 명시한다. 저자는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로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창비/ 204쪽/ 1만1000원

    라이스 워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그 겨울 그리고 가을 _ 유종호 지음, 현대문학, 353쪽, 1만5000원

    전쟁 중인 1951년의 경험담을 적은 이 책을 쓰면서 어느 때보다도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휘둘리고 떠밀리기만 했던 옛날과는 달리 내 편에서 사람들을 심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기억하는 대로 재현하는 것이, 그대로 그들을 심판해서 그 사람됨을 규정해놓는다는 생각은 유쾌했다. 당시의 불안과 절망감에서 해방되어 다시 한번 느긋하게 그 시절을 사는 듯한 느낌도 아주 괜찮은 새 경험이었다. 나를 겁주고 모욕했던 시대에 대해 복수한 것 같은 느낌이다.

    기억의 앨범을 마련한 것은 사적이고 감상적(感傷的)인 이유에서지만 옛일을 기록해서 소소한 대로 사회사적 기여를 하자는 생각도 강했다. 젊은 세대의 역사적 상상력을 계발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몽된 역사적 상상력은 엄정한 지적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과거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세목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만 연마될 수 있다. 가령 1·4후퇴 당시 사람들은 등짐을 지고 피란길에 올랐다. 당시 중학생 또래 아이들은 어떤 입성을 입고 있었을까? 요즘처럼 파카나 두꺼운 점퍼를 입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사람은 현재의 상황과 코드로 과거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엔 상당한 부잣집 자녀가 아니라면 외투 같은 것은 입을 생각을 못했다. 그러니 대부분 교복 차림이고 내의라도 두툼하게 입었다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어른들은 두루마기나 외투를 입은 이가 있었다. 또 당시엔 돌이 씹히지 않는 밥을 먹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이 없는 양곡 밥을 먹게 된 것도 30년밖에 되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선 중요한 사안이다.

    거의 60년 전 일인데 어떻게 그리 세세히 기억하는가, 혹 지어낸 부분은 없는가, 하고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철학자 박치우(朴致祐)가 맞이한 빨치산으로서의 죽음을 비롯해서 모두 당시 보고 들은 것의 재현일 뿐이다. 레이션 박스에서 나오는 콘돔에 대한 노무자의 반응이나 천막생활에서 생긴 고환가려움증에 쇠 녹 방지 약을 발랐다가 고생하는 얘기나 한센병 환자를 숨기고 밥장사를 한 밥집의 공포를 꾸며댈 재주가 내게는 없다. 모두 실제 경험이고 그것을 간파하는 것이 독자 쪽의 능력일 것이다. 부정적으로 나오는 인물인 반장 황씨도 겪지 않고선 그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현장 경험자만이 아는 진실을 ‘참무리’라고 명명한 적이 있다. 참말의 ‘참’과 달무리의 ‘무리’를 합친 말이다. 내가 재현하고자 했던 것은 1951년의 상황과 미 해병대 보급부대 주변의 ‘참무리’다. 계몽된 역사적 상상력이란 과거의 ‘참무리’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철학자 산타야나의 말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다”를 “상기하자 6·25”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고 극히 표피적이다. 우리의 과거사 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란 게 나의 생각이다.

    유종호│문학평론가│

    아톰의 슬픔 _ 데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일본 애니메이션 창시자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20주기 기념 산문집이 출간됐다. 이는 인류의 오랜 숙제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답서다. 그는 만화가 아닌 글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나는 ‘우주소년 아톰’을 그리며 과학지상주의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첨단과학이 폭주하면 어떻게 될까, 행복을 위한 기술이 인류 멸망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주제를 담았습니다.” 그는 세상의 많은 사람이 ‘이길 수 없는 악당에게도 용기 있게 맞설 줄 아는 아톰’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저자는 묻는다. “지구는 이제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인류는 어디서부터 항로를 이탈한 것일까요?” 문학동네/ 188쪽/ 8500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사전 뒤집기 _ 김규회 지음

    상식을 삶의 재미로 여기는 저자가 상식책을 내놓은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상식 중 상당수가 신뢰하기 어렵고, 잘못된 상식은 인생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서다.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영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다, 병맥주와 캔맥주는 맛에 차이가 있다는 ‘잘못 알고 있는 세상이야기.’ 우리나라 화폐에 여성은 등장하지 않았다, 삼천 궁녀는 실제 있었다, 온달은 바보였다는 ‘잘못 알고 있는 국사이야기.’ 동방견문록은 실제 여행기다,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지게 설계했다는 ‘잘못 알고 있는 세계사이야기.’ 판다는 곰이다, 개는 색맹이다, 낙타는 혹 때문에 오래 버틴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다는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읽기 쉽게 정리돼 있다. 케이앤제이/ 312쪽/ 1만2000원

    피어라, 남자 _ 김광화 지음

    책의 부제인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 남자의 자아성찰기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보듬어가는 과정이고, 2부는 몸과 마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3부는 부부 간에도 설레는 관계를 유지하는 법, 4부는 사람 관계를 맺는 법이다. 저자는 치유 과정을 거치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얻었고, 덕분에 잃어버렸던 아버지와 남편 자리를 되찾았다. 저자는 치유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치유가 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게 되고, 또한 새로운 나를 만나기도 하지만, 새로운 자아를 만난다고 해도 여전히 고쳐나갈 부분이 많다. 그러니 치유는 늘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이루/ 252쪽/ 1만1000원

    라이스 워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조선 왕 독살사건 1, 2 _ 이덕일 지음, 다산북스, 350쪽 내외, 각권 1만4000원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고난’이란 코드로 바라본 한국사라면 필자의 ‘조선 왕 독살사건’은 ‘독살’이란 코드로 바라본 한국사다. 군약신강(君弱臣强)이란 말이 있다. 임금은 약하고 신하는 강하다는 뜻인데, 왕조실록에도 나오는 용어다. 주로 청나라에서 조선 왕조의 성격을 지칭하며 사용했다. 청나라 왕실은 이 말을 두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 하나는 강신(强臣) 때문에 임금이 무력하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사대부가 강하기 때문에 백성이 고생한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군약신강이란 말이 조선사에 던지는 무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사에서 군약신강은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반정(反正)이란 이름의 쿠데타이고, 다른 하나는 독살이다.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은 신하들이 백주대낮에 군주를 쫓아낸 하극상이다. 신하 대다수가 중종반정에 가담했고, 인조반정에는 서인과 남인이 가담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임금을 쫓아내고도 충분히 정권을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럴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할 때에는 독살이란 방식이 선호된다. 독살은 은밀히 시행되고 그 진상이 가려지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 독살이 중요한 것은 왕조국가의 정점에 있는 국왕이 은밀하게 제거됨으로써 정치체제와 정치 일정이 크게 왜곡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당초 한 권으로 펴낸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다룬 임금은 선조·소현세자·효종·현종·경종·정조·고종 등 인종을 빼고는 주로 조선 후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시기의 공통점은 당쟁의 시대라는 점이다. 이때의 독살은 국왕과 집권당의 갈등이 증폭되어 충돌을 향해 치닫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국왕이 사망하는 것으로 갈등이 해결되고 집권당이 계속 집권하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필자는 조선 전기에는 예종과 연산군 외에는 독살의 혐의를 둘 만한 국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강연차 갔다가 만난 전 경희대 한의대 안덕균 교수로부터 문종이 독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종 의문사에 관한 연구’(‘백산학보’ 67호)라는 논문도 받게 되었다. 문종을 조사해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종의 사인은 종기였는데 어의가 종기에 상극인 꿩고기를 매일 진어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어의는 문종 사후 처벌받기는커녕 세조(수양대군) 즉위 후 원종 1등 공신에 책봉되었다. 세조의 즉위는 거대한 공신집단을 형성시키는데 이후의 독살은 모두 이 공신집단과 국왕의 충돌 결과 발생한다.

    조선 후기 유력당파와 국왕이 충돌한 결과가 독살이라면, 조선 전기는 공신집단과 국왕 이 충돌한 결과가 독살이었던 것이다. 문종·단종·예종·연산군! 이 모든 인물은 공신집단과 충돌하다가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 전기 공신집단의 성격을 연구하니 ‘독살’이란 코드로 조선사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 나온 책이 ‘조선 왕 독살사건 1~2’이다.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대청제국 1616~1799 100만의 만주족은 어떻게

    1억의 한족을 지배하였을까_
    이시바시 다카오지음, 홍성구 옮김

    중국이 동북공정을 주창하는 것은 ‘통일다민족국가’이기 때문이다. 청조의 강희, 옹정, 건륭 세 황제가 화이(華夷)통합 정책으로 동북아시아를 아우른 세계제국을 이룬 뒤부터 중국은 다민족국가가 됐다. 저자가 청조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저자는 묻는다. ‘청조에서 만들어진 통합의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청조의 혁신력은 도대체 어떤 역사의 변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일본 고쿠시칸 대학 교수인 다카오는 청조의 발전을 되짚어보며 성장 동력을 찾는다. 덕분에 그는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세계성과 가난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활력, 끊임없는 혁신”이란 근원을 찾아냈다. 초대 누르하치부터 제6대 건륭제까지의 활약상이 읽기 쉽게 정리돼 있다. 휴머니스트/ 335쪽/ 1만5000원

    화염 조선 전통 비밀병기의 과학적 재발견 _ 박재광 지음

    저자는 “전통 무기에는 선현들의 피와 땀 혼이 깃들어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자 수많은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던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비밀병기에 관심을 두고 산다.” 그런 연유로 이 책에는 선조들의 자랑거리인 활 외에도 국가사업으로 전개된 화약병기, 다연장로켓의 원조인 화차, 해상의 탱크 거북선, 조선 최고의 전함 판옥선 등 다양한 무기가 총망라돼 있다. 각각의 역사적 배경, 작동원리, 파괴력, 활용 실태를 명시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전통 무기에 스며 있는 선현들의 체취를 느끼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을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싶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박재광 선생은 지난 10년간 전쟁사와 전통무기를 연구한 무기 전문가다. 글항아리/ 358쪽/ 1만8000원

    세 천황 이야기 _ 야스다 히로시 지음, 하종문 이애숙 옮김

    천황의 정체를 아는 건 중요하다. 일본이 근대에 행한 범죄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천황에 대한 연구는 드물게 이루어졌다. 이 책이 의미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일본 지바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일본의 천황인 무쓰히토, 요시히토, 히로히토의 역할을 설명하며 ‘일본의 무책임한 정치구조’를 짚어냈다. “근대 천황제 국가는 ‘전통’적 군주라 여겨진 천황을 주축으로 함으로써, 급속한 권력 집중과 획일적인 국민 통합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천황은 천정(天定)군주이며 정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절대적 권위로 출발했기 때문에, 전제군주제로서의 정치적 무책임성을 일차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다. 입헌제가 도입되어도 그의 자리매김은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역사비평사/ 388쪽/ 2만원

    라이스 워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무감각은 범죄다 _ 이희원 지음, 이루, 400쪽, 2만2000원

    ‘무감각은 범죄다’는 성행위를 철학적·미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최초의 성(性) 미학서다. 저자는 인간의 성적 능력이 온전히 전개됐을 때의 일종의 이상적 형태의 성행위를 가정하고 그것을 ‘대상적 활동으로서의 성행위’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행위를 통한 신체적 결합은 단순히 남녀 성기의 결합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두 행위 주체들이 이루어내는 다차원적 결합이다. 성교에는 ‘모든’ 차원에서 타인과 ‘완전한’ 결합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녹아 있다. 이 ‘융합’은 여태까지 자신을 지탱해주던 육체와 의식의 테두리가 허물어져 말 그대로 ‘무아경’에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오르가슴이라는 ‘전면적 융합’은 전면적 소통이나 다름 없다.

    저자는 성행위 자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기초로 성행위를 이끌고 가는 ‘성감기제의 원리들’을 도출한다. 나아가 지속적 관계, 양다리 걸치기, 질투 등 성행위와 연관된 주제들에 관해서도 자세히 논한다. 또한 성의학적으로 편향된 라이히의 오르가슴 이론을 철학적·미학적 차원으로 지평을 확대해 ‘확장된 의미에서의 오르가슴 능력’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감각구조 변화를 추적한다. 이 감각구조 변화의 핵심 내용을 저자는 ‘저항감각의 형성’으로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르가슴 능력은 자신을 부당하게 통제하거나 억압하려는 모든 외부 요인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차원의 저항 능력이다. 오르가슴 체험이 반복되면, 외부에서 주입된 허위의식이나 허위 이데올로기에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된다. 이때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형태의 감각, 즉 ‘저항감각’이 생성된다. 성행위라는 본격적 오르가슴 체험과 예술행위 같은 유사오르가슴 체험의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본격적 차원에서의 실천적 감각’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그것을 ‘저항감각’이라고 부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행위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감각적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인간적 감각의 회복’이다. 이 인간적 감각이 고립된 개인의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는 없다. 인간적 감각은 자신의 고통에 견주어 남의 그것을 감지해내기 위한 근본조건이다. ‘무감각은 범죄다’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이론적 측면에서, 이 책은 마르크스의 사유체계로부터 인간의 성적 본질을 논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롭다. 마르크스 철학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요즘의 학문적 조류에 신선한 자극을 주려는 저자의 의도가 뚜렷이 감지된다. ‘마르크스가 미처 쓰지 못한 사랑론’이라고 칭할 만한 이 책은 ‘골치 아픈 철학서’라는 편견을 뛰어넘으려 애쓴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 책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성 영화들에 대한 친절하고도 흥미 있는 해설도 펼쳐진다. ‘감각의 제국’‘데미지’‘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거짓말’등 수많은 영화가 논의 주제에 맞추어 재해석된다.

    이희원│미학 관련 저술가│

    막막함을 날려버리는 은퇴 후 희망설계 _ 김동선 지음

    노후생활전문가인 저자가 ‘은퇴 후 삶을 성실하게 가꾸고자 한 1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은퇴생활 가이드를 펴냈다. 저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노인복지제도를 공부한 뒤 줄곧 노인문화 콘텐츠를 기획해왔다. 무엇보다 그는 은퇴를 멋진 의식으로 만들라 권한다. “폼 나게 치르든, 짧게 치르든 수십년 세월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 길로 떠나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적절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의 특징은 노인들에게 유익한 기관 소개 기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 외에 정신 공황상태 극복 방법, 노후 재무 설계, 시간관리, 노후를 위한 적성검사, 자격증 따는 법, 자기소개서 쓰는 법 등 실용적 정보가 정리돼 있다. 은퇴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할 것에 대한 설명이 돋보인다. 나무생각/ 224쪽/ 1만1000원

    그린칼라 이코노미 _ 빈 존스 지음, 함규진 유영희 옮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린칼라 비즈니스’ 혁명을 꿈꾸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대부분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 의제이기도 하다. 그린칼라 비즈니스로 경제난은 물론 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다. 자칫 환경을 생각하면 경제관념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저자는 “경제성장에 영향력이 없는 그린 비즈니스는 거부한다”고 말한다. 이미 그린 비즈니스로 빛을 내고 있는 친환경식품시장은 물론 청정에너지, 물 관리 산업, 고효율 건물을 떠올려보면 그가 큰소리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타임’에서 2008 환경영웅으로 선정된 저자는 그린포올(Green For All)의 설립자로 오바마의 싱크탱크 격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수석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페이퍼로드/ 320쪽/ 1만4800원

    통계를 알면 돈이 보인다 _ 최용식 지음

    요동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꿋꿋하게 이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들이다. 저자는 외국인들이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은 통계를 분석해 예측하고, 내국인은 거짓 뉴스와 소문에 부화뇌동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통계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래서다. 비관적 전망이 난무할 때 상승세를 전망하고, 긍정적 전망이 쏟아질 때 하락세를 전망해 시세를 정확히 진단한 저자의 비결도 바로 그 통계에 있다. 저자는 다시금 통계를 활용해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 호재의 기회를 읽는다. “실제로 우리의 경제 상황을 보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통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읽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위즈덤하우스/ 32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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