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폐질환 외길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

오장 (五臟)의 으뜸은 폐, 섭생보다 호흡이 중요

  • 김희연│자유기고가 foolfox@naver.com│

    입력2009-03-05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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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어려워지니 가정에선 병원비와 약값마저 줄이는 실정이다. 어디서나 ‘위기’라는 말이 메아리치는 때라지만, 확실한 실력과 노력으로 무장한다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30년 넘게 폐질환 연구에 몰두, 비염 천식 아토피 치료로 이름난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은 지점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질환 외길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

    “섭생보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서효석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2년과 2007년 진료 상태를 비교해볼 때 알레르기 비염은 50.7%, 천식은 17.7% 증가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아토피까지 합쳐 세 가지 환경성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2007년 기준으로 약 714만명에 달한다. 한 집 걸러 한 집은 누군가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편강한의원 서효석(62) 원장은 이 세 질환을 같은 원리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에서는 그동안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의 오장이 서로 평등하다고 봤어요. 각 장기를 몸 전체 지분의 20%씩 보유한 5대 주주로 비유할 수 있겠죠. 그런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임상 결과를 훑어본 결과, 다섯 가지 가운데 폐가 으뜸 장부라는 걸 알았습니다.”

    밥을 끊어도 며칠을 살고, 물을 끊어도 몇 시간을 버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숨을 끊고는 몇 분을 견디기 힘들다. 숨을 거둔다는 말이 죽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만 봐도, 호흡과 생명은 직결된다 하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호흡기를 관장하는 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서 원장은 ‘섭생’보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지는 35년이 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편도선염을 자주 앓아 한여름에도 덧옷을 입고 지내야 할 정도로 병치레에 시달렸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그의 편도가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 크게 부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고통스럽기도 했고, 나중에는 한의사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내 몸부터 살리자고 했다. 1972년 한의대를 졸업한 후, 한의원을 개원하고부터 자신을 대상으로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밤을 새워 재료를 볶고 달이고 마셔가며 편도선염을 치료할 약을 찾았다.

    마침내 최적의 배합을 찾아냈고, 서 원장의 편도는 정상인의 0.9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비법은 환자들의 편도선 치료에만 쓰였다. 서효석 원장은 “진주를 손에 들고도 몰라봤다”고 회상했다. 이 치료법을 응용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30년 묵힌 진주

    “제 처방이 목에 열이 오르는 편도선염에 잘 듣는다면, 몸의 다른 부위에 열이 나는 감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기에서 만병이 비롯된다고들 하잖아요. 그 뜻을 나중에야 곰곰이 새기기 시작한 거죠.”

    감기를 예방하고 초기에 치료만 잘 해줘도 웬만한 폐 질환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기를 관장하는 폐 기능이 떨어질수록 1차 방어선인 코와 2차 방어선인 목이 무너지고, 3차 기관지염을 넘어 4차에는 폐렴에 걸린다는 것이 서 원장의 설명이다. 2000년을 전후로 감기와 비염에 맞는 처방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쓰기 시작했고, 한 중학생 환자의 비염 치료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유난히 ‘약발’이 잘 받는 체질이 있는데, 이 환자가 그런 경우였어요. 비염에 잘 듣지 않을까 하고 써본 참에, 효험이 즉시 나타났으니 의사로서 행운이었죠. 그 후로도 약의 성분을 계속 개선해나갔습니다.”

    ‘편강탕’이라는 공식 명칭도 이때 생겼다. 예부터 폐를 맑게 한다고 전해 내려오는 10여 가지 약재를 사람과 증상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 지은 것이 편강탕이다. 편강탕에는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더덕(사삼)이나 도라지(길경) 등이 들어간다.

    공기 담는 그릇이 깨끗해야

    서 원장의 관심은 호흡기 질환을 넘어 아토피 질환으로 확장됐다. 더불어 편강탕도 발전했다. 호흡기와 폐의 관련성이야 납득할 만하지만, 아토피 증상까지 폐와 연결되는 연유가 궁금하다. 일찍이 한방에서는 폐가 피부를 주관한다고 봤다. 그 역시 한의대 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더 깊이 헤아리게 된 건 환자들을 대하고 나서부터다.

    “피부에는 털구멍과 땀구멍이 있고, 이곳을 통해 숨을 쉬고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아토피는 피부의 구멍이 꼭꼭 닫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입니다. 작은 호흡기인 피부는 큰 호흡기인 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토피도 결국은 다른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 원리에서 생긴다는 설명이다. 편강한의원에서는 아토피를 비롯해 건선과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도 치료한다. 실제 스테로이드제에 중독된 피부를 치료한 환자 사례도 있다.

    스트레스도 폐에 열이 쌓이는 증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흔히 ‘열 받는다’고 하는 표현이 제법 이치에 맞는다고 하겠다.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폐 건강을 해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때마다 담배까지 피워 문다면, 폐는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

    “편강은 심편안이신건강(心便安而身健康)에서 따온 말입니다. 폐가 좋아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건강이 따른다고 해서 ‘편강(便康)’입니다. 폐에 쌓인 열을 날려야 우울증도 없어집니다. 청폐(淸肺)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넓은 거죠.”

    서 원장은 맑은 공기만큼이나 그 공기를 담는 폐가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원기는 폐에서 비롯되고, 자연과 기운을 주고받는 것도 폐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원기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자가 치유능력을 높이는 것이 이른바 편강치료법이다.

    증상에 따라 회복에 걸리는 시간 및 완치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폐를 다스려 낫게 한다는 발상으로 치료에 임하는 건 매한가지다. 평균적으로 비염은 3개월, 천식은 4개월, 아토피는 6개월 정도로 치료 기간을 잡고 있다. 편강한의원의 편강탕과 편강환은 쓴맛이 강하지 않고, 술과 담배 외에는 특별히 피해야 하는 음식도 거의 없다. 약을 쓰는 것 외에 필요에 따라 침술 요법도 병행한다.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재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 원장은 1년에 한두 번 약을 먹어 꾸준히 몸을 보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강화된 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활량을 늘리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의사가 실력 있는 의사

    “저 역시 매일 새벽에 두 시간 남짓 집 앞의 산을 오릅니다. 약효 점검을 위해 편강탕을 조제하면서 매일같이 맛을 보고 있고요. 제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바로 편강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지요.”

    서 원장은 매일 5시 반에 일어나 등산을 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반까지 진료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끄떡없이 강행군을 해낸다. 자기 몸의 주치의는 자기 자신이고,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본분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한, 암세포도 범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가족력의 영향이 크지요. 제 부친께서는 지금의 저보다 두 살 이른 나이에 중풍을 맞으셨어요. 그전에는 당뇨와 고혈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아버님의 병력을 닮지 않아 건강에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다행히 병은 물려받지 않았으나, 그가 한의사가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당초 양의만 생각했던 그에게 아버지가 한의사를 권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고문서를 수집하고 한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병 잡는 사람이 의사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한의사가 되고 편도선 치료법 연구에서 출발해 인류의 고질병들을 다스릴 방법을 얻어서 다행입니다.”

    편강탕이 성공한 후, 편강한의원은 경기 군포와 안산에 이어 지난해 명동, 올해 서초까지 지점을 늘려왔다. 편강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열에 아홉이 천식, 아토피, 비염 증상을 호소한다.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섬유화 등 난치성 질환으로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

    2월 초 본점에 해당하는 서초지점을 개원한 것은 서 원장에게 특히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1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서초 지역에서 하던 한의원을 접어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경제위기가 다시 도래한 시기에 서울 강남 지역에 재입성한 데 대한 기쁨이 남달랐다.

    서 원장은 각 지점의 원장과 직원들을 선발할 때 편강치료법에 대한 주관식 시험을 본다. 직원들이 자신 못지않게 편강치료법을 이해하고 사랑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50여 명인 직원이 곱절로 늘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5년 내에 편강치료법을 세계에 퍼뜨리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후진양성은 꼭 필요한 단계다.

    “서양의학을 전공했거나 박사 과정을 밟은 훌륭한 경력의 의사들이 편강한의원을 맡겠다고 지원했습니다. 앞으로 한의사 후배들이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좋겠습니다.”

    한의학으로 미·중·일 공략

    서 원장의 블루오션은 세계시장이다. 비염과 아토피 등 이른바 환경성 질환은 한국에서만 골칫거리가 아니다. ‘웰빙’ ‘로하스’가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한의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서 원장은 2005년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하고, 2006년에는 편강탕이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가 선정한 ‘한약 대표 브랜드’에 들기도 했다.

    해외 진출 노력은 올 2월 큰 열매를 맺었다. 미국 LA에 있는 스탠튼대학과 손잡고 한의대 부속 편강한방병원을 차린 것이다. 계기는 서 원장이 스탠튼 한의대 초청으로, 한의사 보수교육 세미나에서 특강을 할 때 마련됐다. 이때 편강환 2만 달러어치가 한의사들 사이에서 금세 동이 났고, 여기서 시장성을 발견한 스탠튼대학의 학장이 투자를 자청했다.

    “그쪽에서는 전미 프랜차이즈를 달라고 했는데, 일단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만 편강한의원 제품 총판권을 계약했어요. 미국의 다른 지역에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미국 2호점과 3호점도 곧 생길 겁니다.”

    그런가 하면 명동지점에는 일본인이 많이 찾아온다. 현재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한의사 제도가 없다. 양약 분야에서 한약재 연구가 활발하고 침을 놓는 침구사도 많지만, 우리처럼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받는 한의사는 없다고 한다. 서 원장은 이러한 ‘틈새’를 공략할 생각이다. 일본 오사카에는 지난해 말 ‘아토피·편강탕 한약연구소’라는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전 일본생약학회 학회장인 쇼야마 교수가 아들의 아토피를 편강탕으로 고치고 나서, 편강탕 수입 판매를 목적으로 차린 회사다. 회사 이름 ‘한약연구소’의 ‘한’이 ‘漢’이 아닌 대한민국의 ‘韓’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서 원장은 명동지점을 찾는 일본인 고객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 부산에도 지점을 열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과학기술연구출판사가 서 원장이 쓴 ‘기적의 건강법’을 판매하고 있다. ‘기적의 건강법’은 폐의 중요성, 폐가 약해지면 생기는 질병, 치료 사례, 폐에 좋은 운동과 식이 습관 등을 담은 책이다. 미약하나마 중국 대륙을 향한 첫걸음을 떼었다. 국내에는 이 책 외에 ‘아토피에서 난치병까지’가 출판된 바 있다.

    세계시장 공략은 서 원장이 품은 원대한 꿈의 일부분이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제주도에 영리법인 ‘국제난치병치료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치료가 어려운 폐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센터다. 치료시설과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요양시설을 함께 짓고, 세계 부자들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만약 병을 고치면 막대한 치료비를 받지만, 못 고치면 체류 비용까지 몽땅 되돌려주는 획기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의술은 인술인 동시에 생명을 다루는 신기술입니다. 무조건 저렴한 치료만 고집할 수는 없지요. 대신에 편강탕은 단가를 최대한 낮춰 국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한약이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세계 부자들을 끌어 모아라

    그의 머릿속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현재 한 기업의 배구부와 탁구부 선수들이 편강탕을 먹고 있는데, 폐활량이 커져 경기 중에 숨이 덜 찬다고 한다. 서효석 원장은 국내 선수들뿐 아니라 미국의 풋볼 선수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처럼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포츠 스타들이 편강탕을 접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남 미녀 배우들이 일으킨 한류 열풍은 그들의 미모가 사그라지면 함께 사그라지기 쉽잖아요. 편강탕이나 편강환 같은 약은 제가 사라져도 한류 바람을 계속 일으킬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편강치료법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서 원장은 편강탕을 의약품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신약 등록을 위해서는 특정 증상에 효능을 발휘하는 성분만 추출해 화학적으로 제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몸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고 상호 조화를 돕는 생약만 쓰겠다는 그에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미국에서 팔리는 편강 브랜드의 제품들은 ‘무독성 식이제품’ 판정을 받았다. 세계인의 편강탕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 한의학에서 다루는 생약은 먹어도 안전하고 몸에 친화적인 음식물입니다. 부수 효과가 있을지언정 부작용은 없는 것이지요.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한의학에 자긍심을 갖고, 세계무대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겠습니다.”

    서 원장의 원대한 꿈이 얼마나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폐 건강에 대한 집념으로 35년을 보냈듯, 남은 생을 편강치료법의 세계화에 몰입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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