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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HT INTERVIEW

네 번째 작가 정보원

6인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시리즈

  • 글·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어드바이저·안수연 (갤러리 박영 기획&학예실장)

네 번째 작가 정보원

네 번째 작가 정보원

Zip 8, 212.5X120cm, 듀랄륨에 우레탄 아크릴 도료, 2009

작가 정보원(62)은 미술 기자들에게도 다소 낯선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1987년과 1991년 단 두 번 개인전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대중과 만난 작가도 드물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 샐러리맨들과 휴대전화를 든 여성들, 택배기사와 행인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기대거나 사이를 거니는 대형 공공 조각 ‘정오의 만남’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또 강남 LG아트센터, 여의도 산업은행 앞의 인상적인 조각도 그의 것이다. 거대한 스케일, 금속 재료에서 부드럽고 조용한 작가의 모습을 연상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조각 기법으로 빚어진 육중한 매스(덩어리)와 완전히 다르다. 반대로 재료가 가진 볼륨과 무게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면체와 수직의 선, 움직이는 곡선의 집합으로 구성된 공간 그 자체다. 환경과 사람을 포용한 곡선과 수직의 선에서‘대지의 여신’같은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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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3년 도불, 국립 장식학교를 졸업하고 활동하던 작가는 1987년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여직원한테 전화를 받는다. 제주도에 설치되는 88서울올림픽 성화도착 기념 조형물 현상 지명 공모전 권유였다. 지인들의 만류-이미 내정된 작가가 있을 것이다-에도 접수 마감 날 제출한 그의 계획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그만큼 그의 조각은 새로웠다.

이 공모전은 그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그가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낸 도시, 파리와의 사랑은 4년 전 작업실을 정리하는 것으로 아쉽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는 4월19일까지 갤러리 박영에서 열리는 ‘맥-한국현대회화 8인’전에 참여한다. 조각가로 알려진 그가 ‘회화작가’가 된 건 그의 탁월한‘평면 오브제’를 알아본 전시기획자의 권유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그는 1982년 클레르몽페랑 아트 페스티벌에서 조각품 뒤에 설치한 평면 아크릴 오브제로 ‘회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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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tyque2, 120X100cm, 듀랄륨에 우레탄 아크릴 도료, 2008

-듀랄륨(일종의 강화 알루미늄)과 철,나무 등 소재의 물성이 드러나는 공공조각품과 이번에 공개한 컬러풀한 평면회화는 많이 달라 보인다.

“듀랄륨에 자동차 도료를 쓴 평면적이면서도 건축적인 오브제다. 공간의 볼륨을 압축한 것으로 보면 된다. 평면에서 원근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중 바퀴처럼 생긴 원의 형태, 나선형, 곡선 오브제가 많다. 어떤 의미인가.

거친 것과 매끈한 것, 직선과 곡선, 긴장감 있는 두 개의 볼륨, 인간과 인간 등 대립적인 두 가지 물성이 밀고 끌며 움직이는 공간이 좋다. 한 독일 평론가는 나의 나선형이 이상을 향하려는 욕구라고 풀이해주더라.”

-한국에서 0.7% 건축법(건축비의 0.7%를 공공미술품에 할당)에 의해 공공조각품을 ‘발주’받는 작가들은 따가운 시선을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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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설치된 올림픽 성화도착 기념조형, 2000X1800X800cm, 콘크리트와 스틸, 1987-1988

“주변에서 내게 올림픽 기념 조형물 현상안에 참여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였다. 내가 공모에서 붙었는데도, 건축주가 일방적으로 다른 작가로 바꿔버린 경우도 많다. 프랑스엔 1%법이 있는데 서울처럼 계속 건설 중인 도시가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파리를 그대로 따라 한 건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운용의 문제가 됐는데, 공공미술품을 선정하는 사람들이 뛰어난 안목을 갖지 못한다면, 언젠가 상당수의 공공미술품이 철거될 거다.”

-공공조각물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대학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많은 사람이 내 조각이 건축적이라고 한다. 공공조각은 전시대에 돌덩이를 올려놓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난 전시장에 있는 조각을 ‘뻥튀기’해서 거리에 내놓는 것을 혐오한다. 공공미술품은 건물과 길, 사람들을 배려하는 스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이다.”

-혼자 작업하는 작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겠다.

“한국 상황을 몰라 고생했다. 특히 공무원들이 어이없어하는 행동도 많이 했다. ‘관행’이라는 걸 모조리 거부했으니까. 이 기회에 20년 전 올림픽 기념물을 만들 때 함께 공사장에서 일했던 인부들께 감사드린다. 그땐 젊고 고지식해서 커피 한잔도 그냥 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사진들을 보니 모두 공사 인부들이 찍어주신 거더라.”

-한국에서 공공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후회스러운 점이 많은가.

“아니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충고해주고 싶다. 절대로 업자가 되려고 작가이길 포기해선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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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박영

2008년 11월에 문을 연 갤러리 박영은 도서출판 박영사가 기업의 문화적 기여를 실천하기 위해 파주 출판단지에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갤러리와 유망한 작가를 후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4월19일까지 한국 회화사에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 8인의 ‘맥-한국현대회화 8인’전이 열려 정보원을 비롯해 하종현, 김구림, 이강소, 곽훈, 서승원, 안정숙, 김태호 등 대가들의 신작을 소개한다.

031-955-4071. www.gallerypakyoung.com

신동아 2009년 4월 호

글·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어드바이저·안수연 (갤러리 박영 기획&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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