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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 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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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황금부엉이/ 272쪽/ 9500원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초등학교 입학만큼의 충격은 아니어도 한 차례 통과의례를 치른다. 저학년 ‘놀이’ 수준의 학교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학습’ 모드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때 의외의 복병이 과학과 사회 과목이다. 각종 선행학습으로 충분히 단련된 국어, 수학은 곧잘 따라가던 아이들도 과학과 사회라는 익숙지 않은 세계와 맞닥뜨리면 헤매다 못해 충격적인 점수를 받아오기도 한다.

‘일하는 엄마’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1학기 중간고사에서 60점에 가까운 사회 점수(과학은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를 받고 좌절한 아이는 뻔뻔하게도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서 사회와 과학이 제일 싫어. 그러니까 앞으로 공부하라는 말 하지 마.” 아이는 ‘공부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나름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이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학원 종합반에 등록하는 것이다. 학교 진도보다 1.5배 빨리 선행학습을 시켜주고, 과제물도 챙겨주고, 시험 기간에 맞춰 미리미리 공부를 시켜주니 일석삼조다. 이렇게 학원 종합반의 길에 들어서면 대학입시 때까지 학원과 함께 가게 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학교, 사교육 이길 수 있다’는 기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기자가 유명한 사교육의 달인에게 물었다.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면 우수한 학교일까?” 달인의 대답.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교가 잘 가르쳤는지 그 학생이 다닌 학원이 잘 가르쳤는지 누가 알겠나.” 교사 출신인 달인의 대답이 너무나 솔직해서 말문이 막혔다.

대체 학교에서 뭘 배우는 거지?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독일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네 아이를 키운 엄마 로테 퀸이 쓴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최근 들어 전쟁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군인들에게만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지금 학교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통찰을 하기 직전이다. 배움이 너무나 중요하고 유익한 동시에 민감하고 실패하기 쉬운 과정이기 때문에 학교와 공무원 신분의 교사들에게만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저 앞에 있는 내 어린 아들을 휙 낚아채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

이 엄마는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교사들을 비판할까? 일하는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내놓는다. 큰애의 국어 숙제에 맞춤법 실수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고, 둘째는 생물시간에 배운 광합성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매달린다. 5학년인 셋째는 81을 9로 나누면 몇인지를 놓고 반 시간 넘게 고민 중이다.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단어를 물어보고 받아쓰기를 시키다가 산수 문제를 풀어주고, 부실한 학교 운영을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 장신구를 만들고, 학교 바자회를 조직하고, 현장학습에 따라가고, 급식을 도와주러 가야 한다.

책 읽어주는 엄마, 우유 나눠주는 엄마, 조직하는 엄마, 이렇게 엄마들은 너무나 분주하다. 그리고 문득 일어나는 분노. “대체 학교에서 뭘 배우는 거지?”

‘바랄 걸 바라라’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는 독일에서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교사들과 교원단체가 분노한 만큼 학부모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그래도 훌륭한 교사들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내 아이는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까, 한탄하는 부모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의 백미는 부록으로 실린 한국의 학부모가 쓴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내가 학교에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작고 당연한 일이다. 제발 내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 교과과정에 나온 것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쳐달라! 하지만 이런 내 작은 바람을 비웃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주위의 엄마들이 그렇다. 그들은 나보고 말한다. ‘바랄 걸 바라라. 빨리 정신 차리고 좋은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찾아봐. 그렇지 않으면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피눈물 흘릴 거야’.”

이처럼 도발적인 내용이 편집자에게도 퍽 부담이 된 듯 “교사와 학부모가 바람직한 교육의 미래에 대해 때로 격렬하게 맞부딪치며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는 공론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는 말을 추가해놓았다. 철저하게 학부모 시각에서 씌어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통쾌하다. 독일 학교와 한국 학교의 상황이 어쩌면 이렇게 같을 수가, 감탄마저 나온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가르치는 데 성의를 보이지 않는 교사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 아이에게 불이익만 돌아올 뿐.

그 대신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직업인이 된 선생님들이 꼭 읽었으면 싶은 책이 있다. ‘내 인생을 바꾼 선생님’과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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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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