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섹스를 부르는 호르몬 옥시토신

  •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입력2009-04-30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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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를 부르는 호르몬  옥시토신

    일러스트레이션·조은명

    한 점(点)에 응축(凝縮)된 성 에너지가 일순간 대폭발해 무한 차원의 별빛으로 발광하는 황홀경’, ‘암수가 용융된 신인(神人) 일체의 경지’….

    이것이 오르가슴(orgasm)이다. 길어야 8~9초, 평생 동안 쓸어 모아도 15~18시간에 불과한 장엄한 쾌감을 쥐기 위해 혼신(渾身)을 투척하는 사람들. 형이하학적 정체는 ‘불수의적 발작성 오므림’ 이다. 성역(性域)을 둘러싸고 있는 골반 마루 근육의 오므림, 항문 괄약근의 오므림, 모든 성 기관이 일시에 연주하는 성원(性園) 튜티(tutti). 그야말로 몸뚱이 최고의 생리 현상이다. 종족 보존이라는 필연의 명제에 몰두하고 남녀 간 결속력과 사회적 유대감으로 화평한 인간 사회를 염원하는 하느님의 축복이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느님은 생식 임무가 종료된 사람들로부터 그 옹골진 선물을 서서히 회수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은 만큼 그것의 색깔과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소위 저쾌감증 또는 무쾌감증이다. 이때 옥시토신이 등장한다. 성교 도중에 코 점막에 옥시토신을 뿌려주면 빼앗긴 극치감이 회복된다. 옥시토신의 작용 시간이 순간적이어서 성행위 중 비강 내 분무제(intracoital nasal spray)로 사용하는 것이다.(J. Sex Med 2008; 5: 1022~1024)

    옥시토신은 9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러브 호르몬’이다. 사랑의 감정을 싹트게 하고 유지시켜 준다. 머리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기만 해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이성 간의 ‘그리움 호르몬’이다. 사무치게 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이 있어 사랑이 있고 옥시토신 때문에 사랑이 유지된다. 사랑이 없는 부부는 옥시토신이 고갈된 상태다. 옥시토신은 남녀 간 사랑의 유효기간을 결정하는 인자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 후엽, 망막, 흉선, 고환, 난소, 부신 등에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는 아이를 출산할 때 자궁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으로 더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관이나 신체 기관의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기능 이외에도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사실이 입증로(立證路)를 달리고 있다. 연인, 부부, 모자 간의 사랑도 옥시토신이 조절한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각적 포옹이나 애무할 때도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옥시토신은 ‘극치감 호르몬’이다. 성적 흥분 상태 또는 극치감의 순간에 분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정 순간의 남자, 오르가슴 순간의 여성은 옥시토신 분비량이 평소보다 3~5배 높게 치솟는다. 생식기관의 쥐어짜기 작용 때문이다. 성적으로 감응된 여자의 살갗에 생긴 색기(色氣), 그 붉은 반점(sex flush)도 쏟아져 나온 옥시토신의 혈관 확장 작용 때문이며 오르가슴 후에 지속되는 잔잔한 행복감, 평화로운 휴양의 여유 등 잔류 쾌감(after glow)도 옥시토신이 연출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실린 ‘네이처(nature)’지가 확인하고 있다. 이제는 옥시토신 수준으로 여성 극치감의 진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옥시토신은 애무에서 섹스까지 연결하는 ‘교량(bridge) 호르몬’이다. 인간은 부지불식간에 촉감의 영향을 받고 살고 있다. 촉감은 인성(人性)과 섹스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살갗을 대고 따스한 마음과 체온을 전달하는 교감 수단으로 스킨십(skinship)만한 것이 없다. “하룻밤 잔 원수는 없다”는 속설이 결코 낭설만은 아니다.

    옥시토신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기분이 좋을 때 분비되는 ‘feel good’ 호르몬이다. 옥시토신 수준이 올라가면 ‘애무받기’를 원한다. 애무는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결속 효과(bonding effect)’가 있다.

    성충동이나 성적욕구를 의미하는 리비도(libido)의 발생 기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성욕 중추가 혈액을 순환하는 성욕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을 감지함으로써 성욕이 발동되고 성욕 신호는 즉시 변연계(limbic system)에 전달된다. 변연계는 대뇌피질의 이성적 결정을 해석한 후에 성행동 실행 여부를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은 ‘성욕 호르몬’이다. 옥시토신 수준이 증가할수록 성적 감수성이 높아진다. 옥시토신이 성욕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자극해 성욕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시토신과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을 함께 병용한 여자는 성욕 증대는 물론 질내에 음경을 수용하고자 하는 욕구, 즉 성기 결합을 갈망한다. 음경 갈구욕이다. 이만한 여성 최음제가 또 있을까?

    전무한 염사(念思). 그러나 상대방의 보챔 때문에 할 수 없이 응대한 성사(性事)지만 막상 일판이 벌어지면 성적 욕구가 발동된다. 몸체에 옥시토신이 만들어져 분비되기 때문이다. 색사(色事)에 치중하면 할수록 더욱 빈번한 염사(艶事)를 원하고 멀리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연유, 그것도 체내 옥시토신이 부리는 조화(造化) 때문이다. 공부에 매진할수록 학문적 탐구욕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옥시토신이 제품이 되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야말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람 잘 날 없는 한반도의 하반신에 고감도의 전도체가 부릴 ‘지랄’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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