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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더불어 살기 위한 공식적인 제안서

  • 이상영│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sjylee@knou.ac.kr│

더불어 살기 위한 공식적인 제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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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치유자’

이 책은 참으로 다양한 갈등의 사례를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 동료와의 갈등, 이웃과의 갈등, 스포츠에서의 갈등, 소비자와 기업의 갈등, 조직에서의 갈등,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 시민사회와 정부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이렇게 제시된 여러 유형의 갈등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갈등을 대상화하고 일반화할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 물론 자신이 경험했던 갈등이 활자화돼 낯이 화끈거림을 느낄 수도 있다.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나면, 이제는 자신의 갈등에 대한 객관적 성찰을 넘어 해결의 답을 얻고자 하는 조급함이 생기게 마련이다. ‘갈등해결의 지혜’는 독자의 이러한 성급함을 나무라지 않고 해답을 향한 길에 이정표를 친절하게 제시한다. 즉, 예시된 다양한 사례가 해결되어가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그들의 역할, 그리고 사용된 기법과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한발 더 나아가 독자가 주인공이 되었을 경우에 나타나는 여러 유형을 분류·제공함으로써 가상훈련(문제유형별 해법, 다섯 가지 갈등 대처 스타일, 감성적 반응 대처 방법 등)에 참여하게끔 해준다.

갈등해결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서로 간의 오해를 해소하도록 하고, 억울한 일을 바로잡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고민을 덜고 한 생명을 살리고 한 가족을 구할 수 있게 ”(370쪽)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사람들은 삶을 견뎌내는 ‘상처 받은 치유자’가 될 수도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이 책의 장점이 있다. 임상적 분석, 주장의 논증, 그리고 설득력 있는 대안 등에서 가장 명확하고 적절한 개념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문적인 분야와 실무 분야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개념에 정확한 용어와 번역어를 애써 찾으려는 성실성, 그리고 중요한 주제어나 문장에 영문을 병기하는 정직성이 돋보인다. 특히 거중조정(居中調停)의 의미로 파악해 mediation을 중조(仲調)라고 번역·개념화한 것(287쪽)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소송 외의 분쟁해결제도(ADR)의 유형으로 중재(仲裁·arbitration), 조정(調停·conciliation) 등과 구분되는 것으로 중조라는 개념을 사용한 연유와 유용성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한 번 더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갈등에서 이기는 전략, 시쳇말로 이기는 법을 전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양한 갈등에서 나타나는 이해관계와 힘의 움직임을 구경거리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갈등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이런저런 주의, 주장을 선언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평화를 위한 수상록이자 더불어 살기 위한 공식적인 제안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어찌할 것인가?’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도저히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에게 ‘갈등해결의 지혜’ 111쪽에 제시된 방법을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신동아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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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sjyle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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