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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한의학 이야기

불교의 ‘자아’는 면역학의 ‘자기’… 알레르기 극복은 곧 열반의 과정

알레르기의 면역학적, 불교적 이해

불교의 ‘자아’는 면역학의 ‘자기’… 알레르기 극복은 곧 열반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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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자아’는 면역학의 ‘자기’…        알레르기 극복은 곧 열반의 과정

면역세포인 T세포(왼쪽)가 암세포에 붙어있는 모양.

뇌사(惱死)’는 인간의 생존이 자아를 인식하는 정신에 의해 규정됨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근대철학의 기수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정신과 사유가 인간의 정체성을 밝히는 본질임을 분명히 했다. 과연 정신의 죽음을 인간의 죽음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한가.

관념철학은 이에 대해 옳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의학은 이런 결론을 용인하지 않는다. 뇌사 상태에 빠져도 인간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뇌사 상태에서도 면역 기능은 활동한다. 뇌의 명령 없이도 면역체계는 외부 바이러스나 내부 음식물의 독소를 방어하고 제거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식으로 생각하면, 면역은 인간의 사유 활동보다 더 근원적인 생명의 본질인 셈이다.

불교의 깨달음과 지혜는 자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자의식’ 때문에 시작된다. 소유와 집착은 자의식이 없으면 생기지 않는다. 면역학도 불교의 ‘자아(自我)’처럼 ‘자기(自己)’와 ‘비자기(非自己)’라는 비과학적이고 모호한 개념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우주론적 세계(불교)와 그 극단적 대칭점인 마이크로 세포(면역학)의 세계, 너무 다른 것 같지만 분자론적인 해석이 거듭될수록 불교의 자아와 면역학의 자기는 서로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야심경의 자아와 면역세포의 자기인식

불교의 최고 경전인 반야심경은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관(觀)은 황새가 먹이를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 먹이를 살피듯 마음을 한 곳에 두고 요모조모를 따져본다는 뜻이다. 사냥할 때 덥석 달려들면 반드시 실패다. 고요하게 평정심을 가지고 먹이를 둘러싼 모든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보는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자신이 바라보는 한쪽 면에 모든 가치를 두고 집착한다. 코가 막힌 사람은 코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눈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가진 전체 중의 하나일 뿐. 자살도 사랑 명예 돈 등 어느 한 가지 면에 집착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자재보살’에서 관은 이처럼 두루 보아서 머물지 않고 ‘자기’를 깨어서 관찰한다는 의미이고, 자(自)는 자아를 가리키며, 보살은 보리살타라는 말로 ‘지혜가 존재함’을 뜻한다. 따라서 관자재보살의 전체적 의미는 ‘자아를 요모조모 입체적으로 지켜보는 곳에 지혜가 존재한다’로 요약된다. 면역이 우리 몸속에서 일으키는 이물질과의 전쟁도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시작한다.(다다 도미오의 ‘면역의 의미론’ 참조)

우리 몸을 지키는 군인에 해당하는 대식세포 마크로파지는 이물질인 ‘비자기’가 침입하면 이를 우선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그러고는 그 파편을 자기(대식세포)의 고유이름이자 바코드인 ‘hla 항원’ 위에 싣는다. 국방부에 해당하는 ‘헬퍼 T세포’는 그 바코드를 보고 피아를 식별한 후 T세포나 B세포에 싸울 것을 명령한다. 그 싸움이 곧 면역반응이다. 그런데 헬퍼 T세포가 이물질을 비자기로 인식하는 과정은 자기와 다름을 스스로에게 조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이물질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개의 객체인 비자기가 아니라 자기가 변해서 생긴 비자기로 인식된다. 만약 대식세포의 바코드가 처음 ‘홍길동’이었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탐식하고 난 뒤에는 ‘홍길동 S’로 바뀐다. 이 바코드는 매우 입체적이지만 헬퍼 T세포는 대식세포의 이런 변화를 한쪽 면만 보지 않고 요모조모 따져본 후 자기의 비자기화를 인식한다. 그런 후에 바이러스와 세균의 전쟁을 이끈다. 바로 ‘관(觀)’의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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