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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새로운 위기와 조정에 직면한 세계경제

  • 이승협│한국노동행정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새로운 위기와 조정에 직면한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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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위기와 조정에 직면한 세계경제
이번에 소개하는 미셸 아글리에타와 로랑 베레비의 ‘세계 자본주의의 무질서’란 책은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은 보기만 해도 사람을 질리게 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만만하지 않다.

‘새로운 위기와 조정에 직면한 세계경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조절이론이라는 독창적인 자본주의 경제이론을 제시한 대가의 본격적인 경제분석서다. 책의 제목과 두께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아예 손에서 놓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에 대해 이 책만큼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냉정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책을 여태껏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절이론이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적인 분석틀을 알아야 한다. 조절이론은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해 경제적 축적체계와 정치적 조절양식이라는 두 가지 기본개념을 제시한다. 달리 말하면,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축적체계와 조절양식이 특정 시기와 특정 국가에서 어떠한 형태로 결합(조절이론의 용어에 따르면 접합)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언론매체에서 전후(戰後) 자본주의를 포디즘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포디즘이 바로 조절이론 주창자들이 전후 자본주의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후 자본주의는 대량생산의 경제적 축적체제와 노사 타협에 기초한 대량소비라는 정치적 조절양식이 결합된 특정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무질서의 근원, 아시아

위에서 설명한 자본주의 경제분석의 기본틀이 이 책에도 그대로 제시되어 있다. 대량생산, 노사타협, 복지국가, 대량소비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전후 자본주의가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이러한 위기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로 변화하기 위한 조절의 과정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의 자본주의는 무질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무질서는 일국적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로써 우리는 이 책의 제목에 도달했다. 세계적 자본주의의 무질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보자. 조절이론은 경제적 축적체제의 변화로 인해 무질서가 발생하고, 이를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적합한 조절양식이 들어서야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안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전후 자본주의를 실물생산에 근거한 산업자본주의로 규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전후 포디즘형 자본주의의 경제적 축적체제의 어떠한 변화가 세계적 자본주의의 무질서를 발생시켰는가? 아글리에타와 베레비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무질서가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이행, 실물생산경제에서 가상경제로 축적체제가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1부 무질서의 기원은 이러한 이행과정을 다양한 자료에 기초를 두고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주도권이 이전되고, 정보기술을 매개로 한 금융자본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동기화됨으로써 자본축적의 구조가 점차 새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축적체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조절양식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달리 보면, 개별 국가는 세계적으로 동기화된 금융자본주의의 급격한 확장에 대처할 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다.

1997년에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가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금융자본주의로이행하는 축적체제 변화와 산업자본주의에 맞춰진 조절양식 사이의 부조화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말에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모두 (금융)세계화에 노출된 상품생산 국가들이었다. 반면, 서구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미 1980년대 이후 탈산업화 과정에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조절양식을 고민해왔다.

이 책의 저자가 세계적 자본주의의 무질서의 기원을 아시아 위기에서 찾는 것은 바로 이러한 축적체제와 조절양식의 부조화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에 기초를 둔 금융자본주의가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본적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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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협│한국노동행정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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