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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미디어법 문제 ‘찬반 이분법’에서 탈출해야 풀린다

  •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미디어법 문제 ‘찬반 이분법’에서 탈출해야 풀린다

미디어법 문제 ‘찬반 이분법’에서 탈출해야 풀린다

2009년 7월1일 오전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을 막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미국에서 록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덜 정치적이거나 민주당에 가깝다. 블루그래스나 컨트리송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화당에 가깝다. ‘즐기는 음악과 지지 정당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어 이 같은 황당한 소리가 나올까’라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록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대도시에 거주하고 개방적이며 교육 수준이 높다. 블루그래스나 컨트리송을 좋아하는 사람은 시골에 거주한다. 이러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영화와 드라마는 정치다

정치와는 상관없는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는 부수적인 학습효과를 통해 사람의 정치화에 영향을 끼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본 미국인은 더욱 애국적인 시민이 된다. ‘쉰들러 리스트’를 본 사람은 나치에 대해 더욱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나 ‘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늘날 드라마, 영화 등 모든 미디어 콘텐츠는 정치 지식의 주된 정보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과거 부모나 교사가 담당했던 정치사회화 과정을 이제는 미디어가 맡고 있다. 예전에는 박정희가 어떻고, 전두환이 어떻고를 부모로부터 들었지만, 이제는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다. 그래서 미디어는 제2의 부모가 되었다.

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고도 무섭다. 보통사람이 정치 현안을 평가하는 방향은 불행하게도 미디어가 평가하는 방향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게 문제다. 미디어가 좋게 말하면 좋은 것으로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쁜 줄 안다. 물론 지식이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계속 떠들면 정말 중요한 줄로 알게 된다.

게다가 미디어는 실제적인 정치행위에 대해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정치집회에까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지난해 촛불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미디어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한국 언론의 정치적인 색채도 더욱 뚜렷해지고 차별화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 있는 미디어법을 보더라도 보수 언론은 적극 옹호하는 입장을, 진보언론은 그 대각선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선진국 언론과는 달리 한국 언론의 정치성, 당파성은 그렇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만으로 언론의 실제 속성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모든 언론사는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에 치우친다는 지적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불가능을 속단하지 말라

세상에는 가능한 일도 있고 불가능한 일도 있다. 예를 들어 ‘문을 동시에 열고 닫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詩)를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35세 미만에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데이비스와 파크(Davis & Park)의 책 ‘No Way: The Nature of the Impossible’)

미디어법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고 싶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중요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항목을 말이다. 그러나 불가능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 리볼빙 도어, 즉 회전문이 탄생하면서 문을 동시에 열고 닫는 불가능이 가능해졌다. 역사에서 창조적 발전은 언제나 된다/안 된다, 찬성/반대, 가능/불가능과 같은 이분법적인 논리를 극복할 때 이루어졌다.

나는 회전문을 밀 때마다 양립할 수 없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사안을 ‘찬반의 문제’가 아닌 ‘창의적 공존’의 문제로 바라보면 어떨까. 미디어법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불리하다고 외면하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야말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09년 8월 호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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