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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땅, 중동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인간의 땅, 중동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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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땅, 중동 외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인간의 땅, 중동 _ 서정민 지음, 중앙북스, 424쪽, 2만원

“중동은 알라와 이슬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중동지역에 가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이슬람 종교와 정신이다. 이를 어기면 무참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198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에 입학해 교수님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통역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중동은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지역이라는 설명을 접하곤 했다. 한국 교수뿐만 아니라 서구 전문서적의 논조도 비슷했다.

1993년 8월15일 나는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중동 땅이었다. 10시간가량 비행 후 환승지는 바레인.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에 밤늦게 도착했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술에 만취한 사우디아라비아 중년 남자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내 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더 마시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동에는 동성애를 즐기는 남성이 적지 않다.

중동 지역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나는 책과 교수님의 말, 그리고 언론에서 전하는 중동의 모습과 완전히 상반되는 경험을 했다. 멀리서 보는 중동과 안에서 들여다본 그 지역인의 삶은 사뭇 달랐다. 이집트에서 5년을 유학하는 동안 중동인이 우리보다 더 돈을 밝히는, 즉 세속적인 사람들임을 알았다. 영국에서 5년을 유학하고 특파원으로 다시 5년 동안 중동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중동도 ‘알라’가 아닌 ‘인간’이 주인인 땅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났다. 증빙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발간이 쉽지는 않았다.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출판사 측과 ‘승강이’가 있었다. “중동이 알라가 아니라 인간의 땅이라는 제목이 독자의 일반적 인식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게 출판사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집필 동기와 목적이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이런 식의 사고에 대해 혹자는 반미적인 성향 혹은 좌파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나는 반미주의자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석사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소재한 미국 대학에서, 박사는 영국 최고권위의 옥스퍼드에서 받았다. 다만 중동인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책은 중동과 이슬람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일반인이 쉽게 그들의 삶과 생각을 접할 수 있도록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이슬람, 여성 6개 주제에 간단한 설명을 적었고, 각 주제에 맞는 10개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학문적인 글이라기보다는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소개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중동을 직접 여행해 현지인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느낌을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

서정민│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괴짜사회학 _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이 책은 아웃사이더로서 빈민가에 들어와 철저히 그들과 함께 하루를 지낸 삶의 기록이자, 이후 10년 동안 함께 정을 나눠온 시카고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컬럼비아대 사회학 교수 수디르 벤카테시가 빈곤층의 생활상을 연구한 책을 냈다. 다른 사회학자들과 달리 현장에 뛰어들어 당사자의 눈으로 바라봤다. 10년간 마약상, 코카인 중독자, 무단 입주자, 성매매 여성, 포주, 사회운동가, 경찰, 공무원들과 어울렸다. 박사과정에 있던 저자는 미국 최악의 빈민가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 들어가, 마약 판매 갱단과 친하게 지내며 비밀장부를 입수해 갱단 내부도 살폈다. 저자는 말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회학 분야 전반에 걸쳐 화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동료 사회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추상적인 사회정책은 가난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영사/ 392쪽/ 1만5000원

사라진 내일 _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쓰레기는 생산의 파괴적 여파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소비는 미국적 삶과 경제적 번영의 중심부에 놓여 있으며 쓰레기는 소비에 내재해 있다. 쓰레기의 양산은 역사적 산물이며 사회적 힘의 산물이다.” 다큐멘터리 ‘사라진 내일’로 유명한 저자가 못다 한 말을 책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가정용 쓰레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통 사람들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부엌, 욕실, 호텔, 학교, 상점, 사무실, 건설현장 쓰레기를 다룬 것. 쓰레기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정책을 살피며 문제를 거시적으로 본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종류별로 나누어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 대부분이 재사용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된다”며 “실제로는 매립되거나 투기되거나 수출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재활용을 하나의 대안으로 꼽는다.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서다.” 삼인/ 360쪽/ 1만4000원

루이 14세는 없다 _ 이영림 지음

“루이 14세의 권력의 실체와 그 작동 방식이 이 책의 주제다. 절대군주의 모델로 각인된 루이 14세는 중앙집권화의 한계와 귀족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가 전력을 기울인 것은 정치선전문화였다. 베르사유를 건축하고, 궁정예절을 체계화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수원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루이 14세와 그의 시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담론과 실제, 제도와 관행, 복종과 타협, 겉과 속 사이의 괴리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권력의 실체를 들추어낸다. 저자는 “재정·제도·사회·정치·문화의 시각에서 루이 14세를 재조명하고 절대군주의 개념을 분석하며, 그가 남긴 유산이 절대군주정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단했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짐은 떠나노라. 그러나 국가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푸른역사/ 42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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