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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⑥

‘노킹 온 헤븐즈 도어’와 데킬라

천국에 가기 전, 마지막 여행에 동행한 술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노킹 온 헤븐즈 도어’와 데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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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레가 들어있는 술’또는 ‘싸구려 술’로 흔히 오해받는 데킬라는 사실 멕시코의 데킬라 마을에서 나는 용설란으로 만든 품격 있는 술이다. ‘노킹 온 헤븐즈도어’를 비롯해서 ‘킬 빌’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등 적잖은 영화에 등장해서 주인공들의 쓰라린 마음을 상징하기도 했다.
‘노킹 온 헤븐즈 도어’와 데킬라
노킹 온 헤븐즈 도어(Knockin′on Heaven′s Door)는 독일 영화로 토마스 얀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독일의 유명 배우인 틸 슈바이거가 주연과 제작까지 맡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시한부 인생에 직면한 두 젊은 남자의 애틋한 마지막 행로를 그린 비극적 로드무비다. 그러나 극중 내내 코믹한 분위기가 깔려 있어 웃음을 참기가 어려운 영화다. 영화의 두 주인공 마틴(틸 슈바이거 분)과 루디(얀 요제프 리퍼스 분)는 둘 다 말기암으로 시한부 인생에 직면한 젊은 남자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 보는 좌석에 앉게 된다. 양복 차림의 깔끔한 용모를 지닌 루디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루디가 금연석이라고 지적했는데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마틴의 모습은 같은 운명을 가진, 그러나 대조적인 성격의 두 남자를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둘은 병원에서도 우연히 같은 병실에 있게 된다. 마틴은 치료가 불가능한 악성 뇌종양으로 며칠을 넘기기 힘들겠다는 충격적인 통고를 받는다. 루디 역시 말기 골수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마틴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노킹 온 헤븐즈 도어’와 데킬라
그야말로 인생의 종착역이자 천국의 문 앞에 서게 된 두 사람은 병실에서 우연히 데킬라 한 병을 발견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기투합한 그들은 몰래 식당으로 내려가 안주를 구해 함께 데킬라를 마신다. 얼큰히 취한 그들은 죽기 전에 바다를 한번 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병원 주차장에 서 있던 고급 스포츠카를 훔쳐 달아난다.

그런데 하필 이 차의 트렁크에는 범죄조직 중간보스가 보스에게 전달하는 100만마르크가 담긴 가방이 숨겨져 있었다. 돈의 전달 책임자들은 몹시 거칠지만 동시에 어리석고 코믹한 캐릭터의 두 행동대원이다. 이들이 뒤늦게 차가 없어진 것을 알고 마틴과 루디의 뒤를 추격하면서 영화의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시한부 인생의 두 남자와 데킬라

막상 차를 훔치기는 했지만 마틴과 루디는 차 뒤 트렁크에 100만마르크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있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다만 그들은 차 안에 있던 총을 발견하고 주유소와 은행을 털어 도피자금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도 받게 된다. 몇 차례 경찰에 검거될 위기를 맞지만 마틴이 루디를 인질로 삼고 있는 척하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이윽고 이들의 도피행각은 환자가 환자를 납치한 사건으로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러던 중 마침내 트렁크에서 100만마르크를 발견한 그들은 그 돈으로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보기로 한다. 마틴은 캐딜락 차를 사서 어머니에게 선사하고, 루디는 두 여자와 동침해보고 싶다는 평소의 소원을 푼다. 나머지 돈으로는 주유소와 은행에서 훔친 돈을 갚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결국 추적하던 범죄조직에 잡힌 그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조직 보스의 이해로 두 주인공은 바다를 보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천국의 문을 통과한 뒤 구름 위에서 바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마침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바다에 도착한 마틴과 루디. 마틴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앉은 자세에서 조용히 옆으로 쓰러져 죽는다. 루디가 그 옆에 앉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데킬라가 등장한 영화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노킹 온 헤븐즈 도어)라는 주인공들의 인생 여정을 담은 상징적인 제목의 이 영화에서 데킬라라는 술은 또 다른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영화의 전반부, 병실 안에서 우연히 데킬라 한 병을 발견한 마틴과 루디는 병원 식당으로 내려가 안줏거리를 찾다가 소금과 레몬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마틴은 데킬라와 함께 소금을 손가락에 찍어 맛보면서 레몬을 깨물어 먹는데, 이는 데킬라를 마실 때 전통적 안주로 쓰이는 소금과 라임(또는 레몬)을 등장시켜 데킬라라는 술이 주는 특유의 거칠고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영화에서 엘 토로(El Toro)라는 상표로 나오는 이 술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닷가로 통하는 오솔길을 걷는 루디의 손에 들린 채 다시 등장한다. 병원에서 마시다 남은 술을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윽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도착해 앉으면서 루디가 먼저 데킬라를 병째로 한 모금 마시고 이를 마틴에게 건넨다. 그러자 마틴도 똑같이 병째로 한 모금을 마신다. 그 직후 마틴은 조용히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데킬라는 이외에도 실로 수많은 영화에서 등장한다. 독특한 감각의 영화로 많은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부작 영화 ‘킬 빌’ 중 제2부는 2004년 ‘킬 빌 2(Kill Bill: vol. 2)’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 영화에서 악명 높은 범죄조직 ‘데들리 바이퍼’의 최고 행동대원 ‘더 브라이드’가 어제의 연인이자 보스였던, 그러나 지금은 복수의 대상이 된 빌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빌이 마시는 술이 제2의 데킬라 회사인 사우사(Sauza)에서 만든 ‘트레스 제네라시옹(Tres Generacion: three generation)’ 제품 중 최상위 등급인 아네호(Anejo)다.

또 니콜라스 케이지가 알코올 중독자로 출연하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1995)’에서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갖가지 술이 영화 전편에 걸쳐 등장한다. 여기에 데킬라가 당연히 빠질 수 없다. 영화의 주인공 벤이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창녀 세라와 만날 때 잔에 따르는 술이 데킬라다. 이 데킬라는 제1의 데킬라 회사인 호세쿠에르보(Jose Cuervo)사의 가장 대중적인 제품인 스페셜(Special)이다.

아즈텍 문명에서 유래한 술

그러면 이토록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데킬라(Tequila)는 과연 어떤 술일까? 데킬라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증류주로 인정받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술이다. 16세기 초 스페인에 정복되기 전 멕시코 고원에는 찬란한 아즈텍 문명이 꽃피고 있었다. 당시 원주민들은 지역 토착 식물인 용설란(龍舌蘭)에서 즙을 내어 이를 발효시켜 양조한 풀케(pulque)라는 술을 마셔왔다. 이 풀케를 스페인 정복자들이 가지고 들어온 증류 기술에 접합한 것이 데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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