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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의 글로벌 매너-마지막회

와인? 어렵지 않다!

와인? 어렵지 않다!

와인? 어렵지 않다!
요즘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와인 스트레스’라는 말이 떠돈다.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오찬이나 만찬 접대 때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에 비해 와인을 경험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산지는 왜 그리 다양하며 상표 이름은 왜 그리 생소한지 주문 자체가 스트레스다. 와인에 관한 공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인 마시기는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다. 몇 가지 기본상식만 주지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음 편하게 와인을 주문하고 즐길 수 있다.

첫째, 와인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적포도주(red wine)와 백포도주(white wine)가 있고 그 외 로제(rose)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이 대표적)이 있다. 코냑으로 대표되는 브랜디는 와인은 아니고, 와인을 증류해 만든 도수가 아주 높은 술이다.

둘째, 와인은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마신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술을 중심으로 두고 음식은 안주라는 보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와인은 이와 정반대다.

일반적으로 고기(특히 붉은 살코기) 요리에는 레드와인, 생선 또는 닭고기(흰 살코기)에는 화이트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보면 무난하다. 붉은 살코기는 육질이 질기고 기름지며 요리하는 소스가 진하기 때문에 맛이 강한 레드와인과 잘 어울리고, 생선이나 닭 요리는 육질도 연하고 소스도 가볍기 때문에 깔끔한 화이트와인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일종의 원칙이긴 하지만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생선이라도 도미머리조림같이 진한 소스로 조리된 요리라면 레드와인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와인은 음식을 먼저 주문한 다음 그에 맞추어 고르는 것이 순서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서 스테이크, 생선, 닭고기 등을 다양하게 시켰을 때는 일종의 타협안으로 로제와인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따지는 법이다. 와인의 맛은 단맛 여부와 그 강도(달지 않으면 dry, 달면 sweet라고 표현한다), 신맛(acidity), 떫은맛(tannin), 질감(body)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이들 다양한 맛이 균형을 이룰 때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략 여기까지만 숙지하고 있어도 양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 여전히 와인 주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는 아마도 복잡한 와인 리스트 때문일 것이다.

와인도 거대산업인 만큼 생산국과 품종이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레드와인 품종은 카베르네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그 외에 피노누아(Pinot Noir), 메를로(Merlot), 쉬라즈(Shiraz) 등이 유명하고 선호도가 높다. 백포도주 품종은 샤르도네(Chardonnay)가 전체 품종의 60~70%를 차지하며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 리슬링(Riesling) 등이 유명하다. 품종에 따라 앞서 언급한 단맛, 신맛, 떫은맛, 질감 등이 다르다. 즉 와인의 맛은 기본적으로 포도의 품종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다. 어떤 품종이 내 입맛에 맞는지를 파악하면 와인 즐기기는 훨씬 쉬워진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다음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프랑스 와인이다. 프랑스 와인의 특징은 여러 품종을 섞어(blend) 나름의 개성을 지닌 맛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프랑스 내에서도 어느 지방인지, 그 지방의 어느 소도시인지, 또 그 소도시의 어느 양조장(Chateau)인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우리의 간장, 고추장, 된장 맛이 지방에 따라, 또 내륙이냐 해안이냐에 따라 다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 와인의 라벨을 들여다보자. 제일 앞에는 보르도, 부르고뉴, 론 등의 명칭이 등장한다. 가장 큰 단위의 생산지를 표기한 것이다. 다음으로 더 작은 지역이 표기된다. 보르도 지방의 경우에는 메독(Medoc), 오메독(Haut Medoc) 등이 주요 생산지다. 부르고뉴에서는 샤블리(Chablis), 보졸레(Beaujolais), 코트드뉘(Cote de Nuit) 등이 유명하다. 그 작은 지역 내에 각각의 양조장, 즉 샤토(Chateau)나 도맨(Domaine)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 말이어서 읽기 힘든 것이지 간단히 말해 와인 라벨은 일종의 주소에 불과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가 있는 이른바 ‘신세계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이 생산지인데, 이들 와인은 대개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서대원(徐大源)

1949년 서울 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

주UN 대사(차석), 주헝가리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역임

現 현대로템 상임고문, 광운대 석좌교수

저서 ‘글로벌 파워 매너’


흔히들 “다른 사람은 상표(양조장 이름)로 주문을 하던데…”라고 묻는다. 상표를 몰라도 전혀 주눅 들 이유가 없다. 그로 인한 거품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샤토라피트니, 무통로칠드니 하는 상표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와인을 세련되게 주문하고 제대로 즐기는 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의 특성을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프랑스 와인이라면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 중 어디를 선호하는지, 어느 품종을 선호하는지를 확정하고, 단맛 신맛 떫은맛은 어느 정도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정도만 소믈리에(와인전문 웨이터)에게 알려주면 충분하다. 그 정도로도 내 입맛에 맞는 좋은 와인을 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와인 리스트를 갖고 씨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저녁, 식당에 가서 카베르네소비뇽 한 잔 주문해보자.

신동아 2009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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