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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언론 황제’ 머독과 삼성이 손잡으면?

  •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언론 황제’ 머독과 삼성이 손잡으면?

‘언론 황제’ 머독과 삼성이 손잡으면?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라는 영화가 있다. 기차 객실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1995년 작품으로, 한국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남녀 주인공은 자신이 증오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여주인공 셀린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미디어’였다. “미디어는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려 들고, 교묘하며,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나 다름없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I hate media…they are trying to control our minds…they are subtle…a new form of fascism.”)

‘비포선 라이즈’의 대사처럼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뉴스 맨은 다소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셀린느가 꼬집은 내용은 사실일지 모른다. 미국의 24시간 뉴스채널인 ‘폭스뉴스’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스뉴스는 연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무차별 독설을 퍼붓고 있다. 언론의 권력 비판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정파적이라는 데 있다.

전임 공화당 정권시절 드러내놓고 정부를 지원하던 폭스뉴스는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 조사결과 다른 방송사에 비해 많게는 10배에서 적게는 3배나 많은 ‘오바마 정권 비판 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송사 라디오 진행자 글렌 벡은 오바마를 일컬어 ‘인종차별주의자’ ‘파시스트’ ‘스탈린’ ‘히틀러’로 표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런 글렌 벡을 선동가로 묘사하며 표지인물로 올렸다.

폭스뉴스가 왜 이럴까? 이 말썽꾸러기 뉴스채널의 주인이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루퍼트 머독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머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언론계의 황제(media mogul)’다. 호주 출신의 그가 30년 전 ‘뉴욕 포스트’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타블로이드판 신문으로도 위세를 과시하는 수완을 발휘하더니 결국 전통과 권위의 ‘월스트리트저널’을 움켜쥐었고 폭스뉴스까지 만들었다. 이제 그는 언론계의 괴물로 비치고 있다. “언론황제의 막강한 힘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그 누구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다우존스의 주인인 밴크로프트 가문은 ‘월스트리트저널’ 매각에 앞서 ‘편집권 독립 보장’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머독은 인수 직후 대대적인 물갈이에 착수해 자신에게 충성을 다짐한 인사들로 편집국을 꾸렸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머독은 1981년 영국의 ‘타임스’를 인수할 때도 ‘편집권 독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켰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머독은 중국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서방의 많은 미디어 기업이 중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중도 포기했다. 언론 비즈니스에 이념, 신념은 필요 없었다. 머독은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대놓고 지지했다. 후진타오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전세계 양식 있는 언론 엘리트들은 머독을 괴물처럼 혐오하지만, 그의 뉴스 상품을 구매하는 지구촌 인구는 이미 수억 명에 달하고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미디어제국, 드디어 한국 상륙하나

1998년 방한 이후 11년 만인 10월7일 머독은 은밀하게 한국을 방문한 뒤 다음날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2000년과 2003년에도 ‘위성방송사업권 획득’‘스카이라이프 지분 참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도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과 모종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외국자본의 방송 참여가 허용되는 등 여건이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브로드밴드TV의 영상콘텐츠 공급 건을 논의했다”는 구체적 내용도 전해졌다. 우리도 조만간 거실과 안방에서 머독의 뉴스상품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신동아 2009년 11월 호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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