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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의 언론과 현대사 산책 ⑥

좌우 가리지 말고 똑같은 잣대 들이대야

여운형의 ‘친일’과 조선중앙일보 폐간 속사정

  • 정진석│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 presskr@empal.com│

좌우 가리지 말고 똑같은 잣대 들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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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좌파 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여운형에게 훈장의 격을 최고등급으로 높여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다시 추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한편 2009년 11월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들어 있는 4389명 가운데 장지연의 이름이 올랐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1005명의 친일 반민족 행위 결정 내용을 담은 보고서 명단에서는 장지연이 겨우 빠졌다.

나는 여운형을 친일파로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친일적인 글이 남아 있더라도 당시 시대상황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써서 여운형의 이름으로 발표했으나 막을 도리가 없었다는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일생에 ‘친일’과 ‘항일’이라는 상반되는 행위가 있었을 경우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를 비교해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장지연을 비롯하여 ‘친일 인물’로 규정한 기준대로라면 여운형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1936년에 있었던 조선중앙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과 그 이듬해 폐간에 따른 여운형의 공과(功過)도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조선중앙일보의 폐간을 교묘하게 미화하면서 같은 때에 동아일보가 겪은 고통과 피해 사실은 폄훼하는 역사 왜곡은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이미 결정을 내렸음에도 일제 말기 여운형의 행적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조선중앙일보의 폐간은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일제를 향한 마지막 저항의 방법으로 스스로 폐간을 택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문사 자체의 소유권을 둘러싼 복잡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였다.

앞에서 언급한 여운형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랑하는 조선의 젊은 학도가 오늘도 미영(米英) 격멸의 횃불을 들고일어나 전열(戰列)에로 노도의 출격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해운대의 한 방에 병들어 누워있는 자신의 가슴에도 눈부시게 변천해 가는 조선의 역사를 새기는 소리가 다가왔다고 썼다.



일본군 입대 미화와 권유

“나는 대동아전쟁에 대해서부터 극히 엄숙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하여 이 전쟁에서 조선의 가야 할 길을 내선(內鮮-일본과 조선) 관계에서 결론을 이끌어냈다. 눈물겨운 혈서, 단호한 출진 결의의 웅비, 이것에 호응하여 우리 아들을 격려하는 부형과 은사…. 온통 조선의 산하는 임시특별지원병제의 영광에 용솟음 치고, 2500만 동포의 가슴은 놀랄 만큼 진동하고 있다. 대동아전쟁 발발 이래 대동아전쟁은 소극적으로는 구미 침략에 대한 대동아의 방위이며, 적극적으로는 그들을 몰아내는 데 있다. 상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과 영국이며 그것에 협력하는 세력이다. 이제 세계 신질서의 역사를 창건하는 성업을 하고 있는 추축국(樞軸國)의 유대를 강화하며, 대동아(大東亞)는 우리 일본을 중심으로서 착착 건설되고 있다. 제국의 존망을 걸고 피로써 싸우는 이 일전(一戰)을 어떤 어려움과 쓰라림이 있더라도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완승할 것을 확신한다. 이 승리는 16억의 생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을 수호하는 것보다는 유구한 3000년의 역사와 그 영예를 가진 아시아 전체를 해방하기 위한 것이다. 실로 이 일대 결전은 동아시아 10억의 생존권 획득전이다. 그래서 청년은 바다와 육지가 이어지는 세계를 향해 총을 들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운형의 글은 계속된다. “세계 인류의 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조선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자기를 알고 조국을 연구하고, 세계관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조선의 전 신경과 살과 피를 찌르는 ‘임시특별지원병제’다. 이는 세기의 시금석(試金石)이다. 나는 이 지상(至上) 국명(國命)의 완수 여하가 조선 2500만의 운명에 달려 있다는 것을 뼛속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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