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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⑥

오케스트라 세상,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오케스트라 세상,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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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맘 먹고 간 클래식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의 깊게 살펴본 적이 있는가? 10명이건 100명이건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하는 데 열중하지만, 실상 오케스트라도 사람 집단이고, 사람이 모인 이상 말도 많고 갈등도 불거진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오케스트라를 내밀하게 들여다보자.
오케스트라 세상,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
혹시 클래식 공연장에 갔을 때 오케스트라 단원이 총 몇 명인지 세어본 적 있는가? 아마도 일일이 세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걸 세고 있었다는 건 한편으로 음악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난, 세어본 적이 있다. 그날 연주가 너무 재미없었다.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도 졸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세어보았는데 참 많았다. 오케스트라 단원생활도 오래 했지만 ‘우리의’ 숫자를 세어볼 일이 없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됐다. 자, 그럼 몇 명일까?

물론 공연에 따라, 연주하는 곡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0명만 넘어도 앙상블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로 부르기도 하니까. 또 많게는 200명, 300명이 동시에 연주하기도 한다.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500명을 동원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작곡가다. 사람들이 그 규모에 놀라면, “사실 450명만 있어도 가능합니다”라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로 우주를 표현하려고 했던 구스타프 말러는 ‘천인교향곡’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천인… 하늘의 사람이 아니라 1000명을 가리킨다. 진짜로 1000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합창단을 포함해 약 800명의 음악가가 필요하다. 이 곡은 그래서 자주 연주되지 못한다. 공연에 필요한 그들의 연주 수당을 상상해보라.

오케스트라는 이렇게 규모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형태의 평균을 내보면 100명 정도다. 100명이라,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중극장 규모의 무대를 꽉 채우는 숫자다. 합창단처럼 사람만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니까. 연주자와 그들의 악기 100대, 앉아서 연주하기 위한 의자 100개. 서서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더블베이시스트도 사실 높은 의자에 앉는다. 악보를 놓기 위한 보면대도 있어야 한다. 현악기 주자들은 둘이서 한 악보를 보니까 100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50개 이상은 필요한 셈이다. 거기에 지휘자가 올라갈 단상은 가로와 세로 각 1.5m는 되고, 지휘자용 보면대는 특대형이다. 피아노나 하프는 악기 자체가 크고, 팀파니 같은 타악기도 자리를 꽤 차지한다. 튜바 같은 금관악기는 사람이 들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보일 정도다. 번쩍거리는 광택도 눈부시다. 오케스트라는 이렇게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군대 이상의 위계질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연주하기에 단점도 있다. 일단 인기가 없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종종 관객보다 무대 위 연주자의 수가 더 많은 상황이 연출된다. 홍보가 잘 안 돼 관객이 몇 명밖에 오지 않는다면 참으로 민망할 것이다. 하지만 연주자들은 프로인 만큼 그런 상황에 개의치 않는다. 민망해하는 쪽은 오히려 관객이다. 연주가 끝나고 100명이 넘는 사람이 일어나서 그보다 적은 수의 관객에게 인사한다고 상상해보자. 누가 더 민망하겠는가?

오케스트라 규모에 따라 연주회를 치르는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공연기획자나 관현악단 운영자의 부담 또한 커진다. 현악사중주 같은 실내악 공연이나 독주회의 경우 공연 제작에 드는 비용이 제한돼 있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은 한없이 불어난다. 일단 연주자 수에 따라 총 개런티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단체가 단원에게 월급이나 수당을 박하게 준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하면 연주자 개런티부터 줄이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뿐인가?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는 소극장에서 공연할 수 없다. 최소한 그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가려면 중극장 이상의 규모여야 하며 대관료는 매우 비싸진다. 무대가 커지면 객석의 수는 몇 배로 늘어난다. 좌석 수가 많으면 관객도 많이 와야 한다. 표 수익은 둘째치고, 객석이 텅텅 비면 연주자들도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그 많은 좌석을 채우려면 공연단체의 높은 지명도 외에 ‘홍보’라는 것이 필요하다. 홍보전단과 포스터가 더 많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라디오나 TV 방송광고도 필요하다. 결국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니 오케스트라 운영은 결국 중소기업이나 그 이상 규모의 사업인 셈이며 위험부담도 커진다. 물론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수익도 그만큼 크다. 당연한 시장의 법칙이다.

결국 하나의 기업인 오케스트라는 내부적으로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물론 일반 기업처럼 대리나 과장, 부장 같은 직급은 없다. 그러나 위계질서는 분명히 존재하고, 오랜 전통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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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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