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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미국 지방지가 여전히 잘나가는 이유

  • 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jkkim@hanyang.ac.kr│

미국 지방지가 여전히 잘나가는 이유

필자는 미국에 와 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존 덴버라는 유명한 가수가 “얼모스트 헤븐 웨스트버지니아(Almost heaven West Virginia)~”라고 노래한,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모건타운이라는 곳이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학교가 자리 잡은 인구 6만 정도의 대학촌으로, 당분간 여기에서 거주하게 될 것 같다.

이 도시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도미니언 포스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대학 가을학기를 앞두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아파트나 주택에 입주하는데 이 신문사는 구독을 애걸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필자의 도미니언 포스트 구독은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이 신문을 구독해야 했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시골마을에서

몇 달을 공짜로 넣어주거나 자전거를 선물로 주는 혜택은 없다. 그러나 이 도시의 많은 시민은 나처럼 이 신문을 즐겨 본다. 신문이 필수불가결한 정보를 전한다면 독자는 따라온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의 언론 현실이 같을 순 없지만 우리 신문이 독자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유용한 가이드 역할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문제는 우리의 중앙일간지나 지역 신문에 모두 해당된다.

기자들은 ‘어떤 뉴스를 지면에 실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준인 ‘뉴스 가치(news value)’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했으면 한다. 뉴스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입장에 좀 더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도래와 영상정보의 확대에 따른 신문의 입지 약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신문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마저 배회한다. 독자에게 유용한 신문, 독자와 관련성이 높은 신문을 제작하는 것은 신문 존립의 핵심이다. 방송매체와 차별화하는 방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신문은 환경 감시와 같은 전통적인 파수견 저널리즘에다 따뜻한 공동체감을 보태는 봉사저널리즘을 구현한다.

도미니언 포스트를 읽으면서 부러운 게 부고기사(obituary)다.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의 여정과 죽음을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그린다. 다음은 9월5일자 한 부고기사다. 기사를 읽은 뒤 온라인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해둔다.

“골프, 수렵, 낚시 즐겼다”

“모건타운의 주민인 앨버트 에드워드 루블이 91세로 2010년 9월1일 수요일 오후 찰스턴의 프랜시스 병원에서 사망했다. 고인은 1919년 웨스트버지니아 주 해리슨 카운티 돌라에서 아버지 엘빈과 어머니 에델의 아들로 출생했다. 앨버트의 유족으로는 부인, 세 아들, 입양한 아들과 딸, 9명의 손자손녀가 있다(이름과 살고 있는 지명을 소개함). 미국의 대공황기에 성장한 앨버트는 1936년 시민봉사단에 들어가 웨스트버지니아의 쿠퍼스 공원 건설에 참여하였다. 1941년 육군에 입대하여 하사관을 지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여러 석탄 회사에서 일했으며 석탄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 됐다. 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70세에 은퇴했다. 앨버트는 사망할 때까지 아주 활동적으로 골프, 수렵, 낚시를 즐겼다.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헤스팅스 장의사에서 화장을 했다. 납골식은 며칠 뒤 웨스트워버의 베벌리힐스 기념 공원에서 열린다.”

다른 부고기사들은 고인의 순진무구한 웃음, 올곧게 살려고 했던 신념, 아내에 대한 사랑을 꾸밈없이 설명하고 있다. 신문이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살아난다. 망자가 웬만한 유명인사가 아니고서는 직계유족의 직업, 장례식장, 발인 일시만 무표정하게 단신으로 공지하는 우리의 중앙일간지나 지방 신문과 비교된다. 우리 신문의 뉴스 가치 기준으로는 미국 지방지의 부고기사는 기삿거리가 안된다. 반면에 우리 신문의 부고란은 인생도, 희로애락도, 휴머니즘도 없는 낙후되고 멋없는 지면이 되고 말았다.

신동아 2010년 10월 호

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jkk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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