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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막걸리 교실 ④

산 높고 물 좋고 술 맑고!

막걸리 원정대의 운악산 기슭 양조장 답사기

  • 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산 높고 물 좋고 술 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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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높고 물 좋고 술 맑고!

술 시음은 막걸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교육과정이다.

이 회사 연구소장 정창민씨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배상면주가의 경영철학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배상면주가는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정 소장이 3년 전에 헤아려본 바로는 이 회사가 만드는 술의 종류가 33개였는데, 그 뒤로는 헤아려보지 않았다고 했다. 막걸리 바람이 분 뒤로 8종류의 팔도 막걸리를 내고, 우리쌀로 빚어 술값을 150원 올렸다고 광고한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도 출시했다. 이 술, 저 술을 시음하느라 막걸리학교 학생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배상면주가의 야외전시장에는 용량 650ℓ의 큰 항아리 390개로 미로(迷路)를 만들어놓았다. 연못 위에는 정자가 있고, 물길 위에 술잔을 띄울 수 있는 유상곡수도 설치했다. 운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는 누마루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니 산사원 갤러리 뒤편으로 새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배상면주가를 있게 한 배상면(배영호 대표의 부친으로 국순당 백세주를 만들었고, 현재 배상면 주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씨가 구상하는 양조학교 건물이라고 했다.

양조학교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 규모가 양조장 건물과 맞먹을 정도인 것도 놀라웠다. 사실 우리 양조교육은 대학에서 손놓은 지 오래된 분야다. 대학에서 발효공학을 가르치긴 하지만, 치즈나 유산균 발효, 김치나 된장 발효를 가르칠 뿐 양조발효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양조발효를 가르쳐놓아도 양조장에서 그런 사람을 뽑지 않으니 가르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걸리 바람이 불면서 양조교육 분야도 많이 달라졌다. 사회교육과정으로 대학과 공공기관이 연계된 양조과정이 생기고, 와인아카데미에서도 전통술 강좌를 접목하며, 구청에서 운영하는 여성대학이나 요리학원에서도 술 빚기 강좌를 개설하는 상황이 됐다. 당장 양조장에 취업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해도 자가 양조를 하려거나 소규모 양조업을 구상하는 이들에겐 의미 있는 강좌들이다.

그런데 배상면씨가 구상하는 양조학교가 설립되어 운영된다면 양조교육은 지금과는 또 달라질 것이다. 취미로 술 빚기를 배우던 차원에서 벗어나 취업이나 창업으로 양조업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인이 가장 많이 맛본 막걸리 상신주가

배상면주가를 벗어나 운악산 북쪽에 위치한 상신주가(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28-5)로 향했다. 상신주가에 들어서기 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차림은 두툼한 생삼겹살과 된장찌개, 그리고 비빔밥. 물론 막걸리와 함께였다.

음식점에서 맛본 막걸리는 포천막걸리의 이미지를 대변할 만했다. 포천에는 9개의 막걸리 양조장이 있는데, 포천막걸리의 이미지란 무엇일까. 포천막걸리는 1960년대부터 군부대에 활발하게 납품되고, 1980년대에 백운계곡이 관광지화하면서 이동갈비와 함께 인기를 얻어 그 명성을 갖게 됐다. 그 시절의 막걸리는 100% 밀가루 막걸리였다.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술이 뻑뻑하고 텁텁했다. 우리가 이날 음식점에서 맛본 막걸리도 밀가루 60%에 쌀 30% 올리고당 10% 비율로, 밀가루가 주재료였다. 밀가루 100% 막걸리보다는 깔끔하지만, 쌀 100% 막걸리보다는 묵직한 맛이었다.

상신주가는 포천내촌주조와 더불어 포천에서 뿌리가 가장 깊은 술 회사다. 1932년에 건립된 장천양조장이 1994년에 일동주조 주식회사로 바뀌고 2006년에 ㈜이가로 바뀌었다가 2008년에 상신주가가 됐다. 장천양조장을 운영했던 이진철씨의 사위가 상신주가를 운영하고 있다.

상신주가는 올 들어 진로와 손잡고 주문자상표 부착 형태로 일본 수출용 진로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올해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맛본 막걸리가 상신주가의 막걸리라고 할 만큼 많은 술을 수출했다. 우리가 양조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에도 컨테이너 트럭이 거대한 몸을 구부리며 양조장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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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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