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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7080 추억산업 전성시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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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40~50대는 우리 사회와 기업의 중추였다.
  • 하지만 1970~80년대에 청춘을 보내고, 이제는 중년이 된 7080세대들은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은퇴를 걱정해야 한다.
  •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아직 남은 긴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막막할 때,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이 추억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LP 음악다방, 디스코 기차 여행 즐기며 ‘백 투 더 청춘’
개인 사업을 하는 이선표(48)씨는 서울 중구 광희동 음악카페 ‘LP時代 음악의 숲(이하 음악의 숲)’ 단골이다. 7년 전 동대문운동장 부근을 지나다 우연히 눈에 띈 간판에 끌려 들어간 게 인연이 됐다. “오랜만에 보는 ‘LP’라는 단어가 반가워 혼자 들어갔다가 5시간을 앉아 있었다”는 그는 “같은 음악이라도 MP3로 듣는 것과 LP로 듣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모바일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게 편리하긴 하지만 그 속엔 LP가 주는 행복감이 없어요. LP로 1960~70년대 팝송을 듣고 있자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죠. 2~3분에 불과한 음악 한 곡을 들으면서 내 지난 시절 10년, 20년이 농축돼 흘러가는 걸 느꼈어요.”

서울 중구 광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방미숙(52)씨도 이 카페를 즐겨찾는다. 그는 “여기 오면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때는 소풍 갈 때 ‘야전(야외전축)’이라고, 휴대용 턴테이블을 갖고 다녔어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로 디스코 열풍이 불 때여서 야전 틀어놓고 엄청나게 춤을 췄죠. 요새는 그때 음악을 들을 장소도, 그때처럼 춤 출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은데 이런 공간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맥주 한잔 마시면서 올드 팝을 듣고, 내키면 춤도 출 수 있으니 마음이 훈훈해지죠.”

빽빽이 꽂힌 LP, 사연 읽어주는 DJ

7080세대의 복고 문화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미사리에 통기타 가수들의 라이브 카페촌이 형성되면서 중년층이 꾸준히 방문했다. 이들을 겨냥해 2004년 첫선을 보인 KBS TV ‘7080콘서트’는 매회 수천 명의 중년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무대가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통기타 가수의 라이브 무대와 함께 196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DJ가 있는 음악다방은 몇 년 사이 강남, 신촌, 명동, 일산 등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십 년 전 음악다방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한 전시회나 이벤트도 열린다.

‘음악의 숲’ 실내에 들어서자 벽면 가득 빽빽이 꽂힌 LP와 턴테이블이 놓인 뮤직박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시절 음악다방 같은 풍경이다. 1960~80년대 음악다방은 마땅히 갈 곳도 누릴 문화도 없던 청춘들의 푸근한 휴식처이자 단골 데이트 장소였다. 당시 DJ는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 계절과 날씨 분위기에 따라 사연을 읽는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2011년 음악다방에 앉은 그 시절 청춘들은 지금도 DJ를 향해 갖가지 사연을 쏟아놓는다.

“통금이 있을 때 통금위반으로 경찰서에 자주 붙잡혀 갔습니다. 그때마다 가곡 ‘보리밭’을 불러 종로경찰서에서 제 별명이 보리밭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보리밭 신청합니다.”

“79년에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하던 음악다방. 수십 년 세월이 흐른 뒤에 그때 느낌을 느낍니다. 도나 썸머의 I feel love 들려주세요.”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사관과 신사’에 반해 제가 사관학교를 나왔거든요. 주제곡 신청합니다.”

마지막 사연의 주인공은 차석태(45)씨다. 이선표씨를 따라 4년 전 처음 ‘음악의 숲’에 발을 들인 후 한 달에 적어도 두세 번은 찾는다는 차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보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상황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옛날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 마시면 마음이 다 풀린다”고 했다. 이날도 울적한 기분에 들렀다는 그는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OST 중에서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을 신청했다.

추억의 먹을거리, 놀거리

DJ를 겸하는 ‘음악의 숲’ 사장 김재원(58)씨는 중1 때부터 취미로 LP를 사 모으기 시작한 음악애호가다.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8000여 장의 LP 한 장 한 장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의류 도매상. “아내와 함께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디자인해 도매로 팔았다”는 김씨는 10년 전 비어 있던 옷 창고에 그동안 모은 LP를 모두 옮기고 소파를 들여 자그마한 아지트를 만들었다. 일이 끝나는 새벽이면 김씨 부부와 시장 동료들이 그곳에 모여 함께 흘러간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회상했다. 아지트가 음악다방으로 변신한 건 ‘우리만 즐기기 아깝다’는 주위의 성화 때문. 손님이 늘면서 김씨 부부는 2년 전부터 옷 사업을 접고 다방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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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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