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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夜間 사서의 눈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연다?

  • 김건희 객원기자|kkh4792@donga.com

밤의 도서관 夜間 사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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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밤 10시까지 도서관 지키는 ‘야간 사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
    ● 사서 자격증 있어도 月 150만 원도 못 받아
    ● “경과적 일자리다” 對 “상시·지속 업무다”
    ● 고용부 “정규직 전환 여부, 도서관에 맡길 것”
밤의 도서관 夜間 사서의 눈물
산기슭에 비스듬히 자리 잡은 동네 도서관. 배우 신민아가 도서관 안내데스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도서관은 그의 직장이고, 그는 이 도서관의 계약직 사서다. 카메라 앵글은 책 읽느라 망중한에 빠진 신민아를 오래 비춘다. 그는 “책에서 나는 냄새가 참 좋다”며 서가로 옮겨가 책을 정리한다. 2007년 방영된 TV 드라마 ‘마왕’ 속 장면이다.

경기도 소재 Y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김미희(가명·54) 씨는 극 중 신민아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 ‘개관시간 연장 기간제 사서’(이하 야간 사서)다. 하지만 김씨는 “TV 드라마와는 달리 도서관에서 여유 부릴 틈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한다고 하면 자리를 지키며 한가롭게 책이나 읽는 줄 알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밤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또 책 대출과 반납은 물론 예약도서와 책 바코드 관리, 서가 정리를 합니다. 책 수레에 쌓인 책 수십 권을 옮기고 나르면서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은 예삿일이고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정보접근취약계층이 수월하게 책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주요 업무입니다. 분기별로 도서관 기획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면서 도서관 운영에도 참여해요.”

‘야간 사서’란 평일 오후 1시 이후에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사서를 말한다. 주말 이틀 중 하루도 도서관을 지킨다. 전국 공공도서관은 2007년부터 평일 밤 10시, 주말 오후 6시까지로 도서관 운영 시간을 늘렸다. 야간 사서는 이렇게 연장된 개관시간을 책임지는 도서관 직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512개 공공도서관에서 1258명이 야간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사이 100여 명이 늘었을 정도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공공도서관도 위탁·비정규직 위주

김씨는 2009년 초등학교 기간제 사서로 처음 도서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문헌정보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도서관 일을 하면 할수록 전문성을 갖춰야겠다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급 정사서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2015년부터 Y공공도서관에서 야간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사서직 지방공무원에 도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구 1252만 명의 경기도가 해마다 신규 채용하는 사서직 공무원(정규직)은 26명. 그중 김씨가 사는 지역의 채용 인원은 단 한 명이었다(2017년 기준). 당장 일자리가 급한 그는 비정규직 사서 채용을 알아봤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도시관리공단이나 각 지역 문화재단 등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위탁 운영되는 도서관은 사서를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중·고·대학 학교도서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는 ‘도서관인으로서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어요.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월급은 150만 원이 채 되지 않고 휴일은 들쑥날쑥하죠. 무엇보다 해마다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합니다. 제 처지가 불안하니 도서관인으로서 포부를 갖는 것은 사치예요.”

현재 야간 사서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기본급)는 주당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47만6500원. 공무원 9급 3호봉에 해당한다(2016년 기준 기본급, 각종 수당 제외).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 7년차 야간 사서인 김씨 역시 148만 원을 받고 있다. 또한 야간 사서의 고용 조건은 보통 평일 4일 근무, 주말 1일 근무이기 때문에 주말에 근무하더라도 주말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명절휴가비, 상여금 등 각종 수당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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