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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미디어비평

일본 TV에서 안 나오는 장면은?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일본 TV에서 안 나오는 장면은?

일본 대지진은 미디어의 재난 보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지진과 방사능 유출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경향성은 비슷하지만 한일 언론의 재난 보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우리 언론 보도는 좀 자극적으로 보였다. 지금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지진 직후엔 문제점을 곱씹게 했다. 일부 신문에는 ‘일본 침몰’이란 제목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한 TV 뉴스는 한류(韓流) 걱정까지 했다.

절제된 재난 뉴스가 국가 이미지 높여

일본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이와는 달랐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일어난 상황인데도 NHK의 앵커는 상황을 침착하게 전달했다. 평소와 같은 진행으로 국민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사망자 통계에서도 우리 시각으로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보수적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큰 재난 상황인데도 TV 화면에 격정적인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난 보도에서 강조되는 절제를 보여주었다고 본다.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는 일본인의 뿌리 깊은 질서의식, 공동체의식이 언론에도 작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진 수습과정에서 일본 언론은 검증된 사실만을 내보내 보도의 정확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분명히 기여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등이 세계 27개국 2만8619명을 대상으로 국가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긍정적인 이미지 57%, 부정적인 이미지 20%로 독일, 영국, 캐나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이 이 조사에서 이란, 북한, 파키스탄, 이스라엘, 러시아에 이어 바닥에서 6번째를 기록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재난 보도는 미디어의 환경감시 기능(surveillance function)에 해당된다. 미국 언론학자 라스웰이 정리한 것으로, 미디어가 사회적 부정부패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이를 예고하거나 피해상태를 적정하게 알려 사회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능이다. 이럴 경우 사회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막상 사람들은 날씨, 태풍, 지진, 안전, 건강과 같은 뉴스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지진과 원전 폭발을 계기로 우리 원전의 안전장치에 대해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언론, 더 냉정하게 보도해야

그러나 재난 보도는 부작용도 불러온다. 독일에서는 원전 건설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경기도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우천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미역, 홍삼, 우산의 판매도 급증했다. 정부 당국자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조하지만 믿지 않는 것이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재난은 미디어를 통해 전파돼 이웃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약속이 잇달아 번복되면서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오버랩되고 있다.

일본 TV에서 안 나오는 장면은?
미디어의 환경 감시 기능은 과도하면 불필요한 공포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언론이 철저한 검증 과정 없이 불쑥 위험성을 전달하면 그러한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락에 탐닉하게 된다. 과도한 재난 보도 이후 사회적으로 체념주의, 현실 도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언론이 일본 언론보다 표현의 자유를 덜 누리고 있거나 질적으로 더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재난 보도에서만큼은 더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동아 2011년 5월 호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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