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드러나지 않은 도시의 깊이를 시각화하다

  • 이남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입력2011-04-21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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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Urban Depth D0021〉, 2010, Digital pigment print, 130x208㎝

    금혜원은 잊혔거나 은폐돼온 도시 풍경의 이면을 조망하는 작가다. 화려한 빌딩 숲 아래 가려진 쓰레기처리시설(‘Urban Depth’ 연작),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난지도(‘Green Curtain’ 연작),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재개발 현장(‘Blue Territory’ 연작)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성형수술하듯 겉모습을 뜯어고치는 도시에서 불순물을 삼키고 거르는 쓰레기처리시설은 인간의 배설기관을, 지하철은 혈관을 연상시켰다”고 말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집 주변의 재개발 현장을 보며, 그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변화 속도를 순발력 있게 따라잡고 장면의 스펙터클을 담는 데 사진은 가장 적합한 매체였다. 작가는 사진을 찍으며 ‘일상의 공간이 생경한 곳으로 바뀌는 파괴적 균열 지점’을 포착했다. 이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Green Curtain 12〉, 2009, Digital pigment print on canvas, 55x680㎝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the pond〉, 2010, Digital print, 70x160㎝

    금혜원의 사진은 때론 ‘그림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철거 현장을 덮은 푸른 장막은 거대한 파도처럼 표현되고, 때 묻은 벽과 물이 흥건한 바닥은 세밀한 붓 터치로 묘사한 듯한 느낌이다. 이는 작가가 후반작업에서 색감과 공간의 질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공간을 위아래로 나눠 사진을 찍은 뒤 넓게 이어 붙이는 작업 방식도 작품의 회화적 분위기를 살렸다.

    도시의 드러난 것과 숨은 것의 관계망을 탐색하는 금혜원의 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멀리서 도시 공간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동시대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오브제나 사람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다”고 향후 작업 구상을 밝혔다.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왼쪽)〈Urban Depth DB0023〉, 2011, Digital pigment print, 130x108㎝ (오른쪽)〈Urban Depth D0003〉, 2010, Digital pigment print, 100x130㎝

    琴惠元은…



    1979년 서울생. 이화여대 미술학부와 동 대학원 한국화과를 졸업했다. ‘Urban Depth-都深’(2011·일민미술관), ‘Speed light’(2009·송은갤러리) 등 두 차례의 개인전을 진행했고, 20회가 넘는 국내외 단체전을 열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활성화 기획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가 금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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