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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미디어비평

공안검사 출신이 TV 심의하는 나라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공안검사 출신이 TV 심의하는 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2기 위원을 선임했다. 이 위원회는 공중파TV 등 방송통신의 내용을 심의하고 제재를 강제한다. 정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내용을 심의하는 것은 위헌(違憲)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5월 민간 독립기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야가 각 3명씩 심의위원 9명을 추천하는데다 공적자금인 방송발전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위원회는 사실상 국가기관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민간기구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자유 역주행

이번 2기 위원 선임은 언론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청와대가 내정한 대통령 몫 위원 세 명 중 박만, 최찬묵씨 등 두 명이 공안검사 출신이다. 지금까지 심의의 법적 판단을 위해 판사 출신을 임용한 사례는 있었다. 이 역시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언론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검사 출신을 임명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검사 출신은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방송에 대한 준(準)국가기구의 심의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뢰에 기반을 두어야만 한다. 심의기구가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 내지 전문성 부족이라는 의심을 사게 되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이에 따르는 사회적 폐해는 매우 클 것이다. 문화적 감수성, 저널리즘적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되어야만 고난도의 심의가 가능하다.

법조계 인사 대부분은 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법대로’의 시각보다는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대상이다. 선진국에서는 대개 언론에 일정 부분 우월적 지위(preferred position)를 부여하고 있다. 언론인, 언론학자, 시민단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게 낫다. 그래서 더더욱 공안검사 출신이 민간자율심의를 표방한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오는 것이 불편하게 보인다.

물론 이 위원회가 지나치게 선정적인 드라마, 연예프로그램, 광고를 걸러내기는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순기능은 민감한 이슈에 묻힌다. 오늘날 방송심의는 정파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시청자와 제작진이 이러한 의심을 품고 있다. 이는 심의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심의기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심의에서 말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광우병, 천안함, 4대강,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방송 내용이 그것이다. 2008년 이전엔 심의의 초점이 상업성(간접광고)이나 선정성 논란에 두어졌다. 그러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엔 권력을 비판적으로 다룬 시사보도 부문의 정치적 표현으로 옮아갔다. 2007년엔 1건도 없었던 정부 비판보도에 대한 제재가 2008년엔 11건으로 대폭 늘었다. 비판론자들은 “언론 자유의 후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경고까지 받았다. 권력 비판 성격의 프로그램에 공정성 잣대로 중징계를 내리고 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인터넷 글에도 무더기 삭제를 요청함에 따라 ‘사실상 검열기구 기능을 할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가 내려진 것이다.

국가의 격과 품위의 실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이다. 몇몇 언론단체는 정치심의, 청부심의를 일삼아왔다며 이 위원회의 해체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도 방송내용의 공정성에 대한 심의는 하지 않고 있다. 우리 학계는 사실과 관련되는 객관성은 철저히 따지되 공정성 심의는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공안검사 출신이 TV 심의하는 나라
올 연말 종편채널 출범을 계기로 광고자율심의기구처럼 명실상부한 민간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현 정부의 언론자유 역주행 행태로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5월2일 한국을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시켰다. ‘정부의 검열 및 개입의 확대’가 강등 이유였다. 국가의 격과 품위도 함께 실추하고 있다.

신동아 2011년 6월 호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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