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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 담당·송화선 기자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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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_ 전영수 지음, 맛있는책, 400쪽, 1만6000원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외부 기금 덕분에 오랜만에 일본에서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년간 지켜본 현대 일본인의 모습은 과거와 적잖이 달랐다. 이를 곳곳에서 확인했다. 요약하면 ‘부자일본의 빈곤국민’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난은 거대한 쓰나미처럼 열도 일본을 절망에 빠뜨렸다. 신뢰는 약화됐고 공동체는 파괴됐다. 살아갈 맛은 떨어졌고 살아갈 힘은 없어졌다. 원인은 결국 ‘돈’이다. 1990년대 이후 고착화된 경기침체에 기름을 부은 건 급격히 채택된 신자유주의적인 운영철학이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구성원들은 적자생존·승자독식의 게임논리 탓에 사다리 밑으로 줄줄이 떨어졌다. 재기는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열도 일본의 톱니바퀴인 보통사람들에게 집중됐다. 경제동물·회사인간을 자처하는 충성스러운 국민에게 리더십과 기득권은 좌절과 절망을 안겨줬다.

고령그룹은 현대 일본의 병폐에 온몸으로 맞서야 했다. 상위 1%가 하위 99%를 쥐락펴락하며 푼돈까지 털어낸 저질 범죄의 1차 피해자다. 이들에게 장수 대국은 축복보다 재앙에 가깝다. 돈은 없는데 살아갈 날은 길다. ‘근로격차→소득(자산)격차→소비격차→교육격차→건강격차→미래격차→희망격차’의 악순환이다. “주먹밥이 먹고 싶다”며 아사(餓死)한 사람마저 생겨났다. 2010년 여름엔 전기료가 없어 열사병에 사망한 고령자가 넘쳐났다. 이를 구원해줄 복지체계는 애초부터 기능부전. 기업복지란 미명 아래 정부는 복지책임을 기업에 미루고 입을 닦았다.

그래도 이들이 고도성장의 인플레 과실을 독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일본 노인은 돈이 많다는 속설이 있다. 가계 금융자산(1500조엔)의 60%를 65세 이상이 갖고 있다는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아닐 확률이 높다. 통계 함정 혹은 잡음 때문이다. 연금 대국이라지만 무연금·저연금으로 기초생활조차 힘든 빈곤노인이 매우 많다. 노인 절반은 모아둔 돈조차 없다. 돈을 좇던 부자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일본사회가 무연(無緣)화하고 만혼(晩婚)화하며 폐색(閉塞)화하는 이유다. ‘돈 걱정’을 둘러싼 집단 우울이다.



책은 현대 일본의 노인 빈곤 문제에 주목했다. 물론 문제 제기의 출발이 현대 일본의 노인 빈곤일 뿐 실상 그 흐름과 여파는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대 이슈다. 어쩌면 노후 난민을 우려하는 청년 세대에게 한층 중대하게 여겨질 사회경제적인 현상이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치명적 딜레마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중산층 이하 계층의 빈곤과 좌절 문제는 한국의 오늘·내일 이슈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아직 목격되지 않았다고 안도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닥칠 파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책이 일본의 위기를 한국의 기회로 바꾸고자 할 때 몇 가지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뿌듯하겠다.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New Books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 _ 피터 하더 지음, 이순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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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이 이동한 천 년의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1세기 역사가 타키투스는 동유럽의 삼림지대를 보고 ‘인간의 형상을 했으되 몸과 사지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1000년 뒤 세상은 변했다. 타키투스가 야만인의 땅이라고 정의한 곳에는 크고 건실한 신흥국들이 자리 잡았고, 기독교·문자·석재건축물 등으로 대표되는 지중해 지역의 문화 역시 북동부 유럽으로 대거 이동한 것. 동시에 새로운 국가 및 문화 구조가 지중해 중심의 세계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유럽 대륙은 문화·정치·경제적으로 한층 동질화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역사학과 교수로, 제정 후기 로마와 중세 초 역사를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는 베일에 싸인 이 시기 1000년의 역사를 ‘이주’와 ‘발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간다. 다른세상, 861쪽, 3만3000원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 _ 임지현, 박노자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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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식민지 지배의 경험이 식민자와 피식민자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또 어떻게 상호 영향을 주었는지를 모색한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 제국으로부터 식민지로의 문화적 전이 … 주변부 민족주의와 서구중심주의의 인식론적 공모관계 등 제국과 식민지가 주고받는 상호 관계는 근대의 세계사적 전개라는 큰 맥락에서 고찰할 수밖에 없다.” 임지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등 13명의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한국을 제국주의의 피해자로만 인식해왔던 시각을 버리고 민족주의에 내재된 제국주의적인 속성을 밝히려 한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건국 60주년을 ‘반(反)기념’하기 위해 2008년 8월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Modern Korea at the Crossroads between Empire and Nation’의 결과물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책과함께, 398쪽, 2만원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 _ 정위한 푸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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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 학파 ‘법가’는 진시황 때 잠시 각광받았다가 사라진, 사실상 폐기된 사상으로 여겨져왔다.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 스탠퍼드대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저자는 이러한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법가는 ‘진시황부터 마오쩌둥까지’ 중국 정치사 전반에 영향을 미쳐온 사상이고, 심지어 현대 중국의 집권당인 공산당조차 이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가가 꿈꾼 것은 군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화된 전제 국가였다. 저자는 2000여 년에 걸친 중국 역사가 황제 한 명을 정점에 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유지된 것, 서양에서 유래한 공산주의가 20세기 중국 사회에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법가가 구축한 사회 체계와 정치의식이 중국인들에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돌베개, 22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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