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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③

장 기능 허약체질에 최고의 영약 삽주

장 기능 허약체질에 최고의 영약 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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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고(最古)의 본초서 ‘신농본초경’은 삽주에 대해 “맛이 달고 쓰며 따뜻하다. 독이 없다. 풍한습으로 인한 비증(수족이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죽은 기육을 살리고 경(몸이 뻣뻣해지는 증상)과 저(악성 종기, 피부병)를 다스린다. 땀을 그치게 하고 열을 제거한다.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배고픔을 잊게 된다. 일명 산괴(山·#54054;)라 한다”고 적고 있다.

이 삽주는 흔히 창출(蒼朮)과 백출(白朮) 두 종류로 나뉜다. 그런데 도홍경 이전에는 구분이 없이 그냥 출로 통용됐다. 북송 때의 구종석은 “상한고방과 신농본초경에는 출이라고만 했지 창출과 백출로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도은거(隱居·도홍경의 호)가 출에 두 가지가 있다고 해 그 후 창·백의 두 종으로 나뉘었다”고 쓰고 있다.

적출과 백출 차이

모산의 도사 도홍경은 단면이 붉은색을 띠는 모산 삽주를 주의 깊게 관찰해 이를 적출(赤朮)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또 잎의 생김새와 뿌리줄기의 맛, 약성 등의 차이를 소상히 기술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적출은 잎이 작고 백출은 잎이 크다, 또 적출은 잎자루가 없는 데 반해, 백출은 잎자루가 있고 털이 있다, 뿌리는 적출이 조금 쓴맛이 나며 기름(정유 성분)이 많은데, 백출은 맛이 달고 기름이 적다 등등이다. 도홍경은 약재의 생산지와 채집시기, 채집방법과 약물의 감별법, 제련과정 등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견해를 덧붙였다. 모두 도홍경 스스로 경험해 얻은 내용으로 당대의 어느 의가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홍경이 모산 삽주의 특징을 살려 이름 지은 적출은 어느 틈에 이름이 바뀌어 송나라 이후에는 의가들이 모두 창출로 표기하게 된다. 오늘날 중국 약전에선 창출을 모(茅)창출과 북(北)창출로 나누는데, 이 모창출이 바로 모산의 삽주를 가리킨다. 북창출은 만주삽주로 불리며 모창출과는 잎의 생김새나 뿌리의 기미가 조금 차이가 난다.



요즘의 식물명으로 ‘가는잎삽주’라고 하는 모창출은 남(南)창출이라고도 하며 유감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선 나지 않는다. 북창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삽주는 일본의 관동지방에서 많이 나는 관(關)창출의 일종인데, 중국에서는 약전에 수록하지 않은 식물이다. 약재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약재로 쓰기 때문에 주로 관동지역에서 수출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그래서 도홍경이 “동경출(東境朮)은 크지만 매운맛이 없어 쓰지 않는다”고 한 것이 관창출, 곧 우리나라 삽주를 가리키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의 창출을 구하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이를 창출로 써왔다.

도홍경이 ‘본초경집주’를 써 6세기까지의 동아시아 본초학을 집대성했다면, 이시진은 ‘본초강목’으로 16세기까지의 본초학의 정화를 집대성한 약성이라고 할 수 있다. 도홍경이 모산에서 삽주를 찾은 뒤 거의 100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모산 삽주와 관련해 마침 이시진의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모산의 도관을 참배하고 이 산에서 약초를 캐던 이시진은 바위틈에서 자라는 큰 삽주를 보았다. 향기가 멀리까지 코를 찔렀고 신령한 기운이 감돌았다. 삽주가 자라는 바위의 생김새도 한 마리 학과 같았다. 그는 바위를 타고 올라가 삽주 뿌리를 캤다. 괭이질을 하는 도중에 조그만 돌이 하나 떨어져 나왔다. 학의 벼슬처럼 생긴 부위에서 부러진 돌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난데없이 피가 일곱 방울 뚝뚝 떨어졌다. 이시진이 놀라 뒤로 물러서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학으로 바뀌어 하늘 높이 날아갔다. 삽주 뿌리를 캐서 보니 신기하게도 쪼개진 면에 핏빛 반점이 일곱 개가 있었다.

음벽을 치료하는 난치병의 특효약

그 후 모창출은 단면에 적색의 반점이 일곱 개가 있으며 선학이 지키는 신성한 약초여서 다른 곳의 삽주보다 약효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신선이 되어 우화등선했다는 도홍경의 유지가 있어 혹시 선학이 1000년 동안 이시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담이지만 도홍경은 85세에 승천해 신선들이 사는 봉래도로 갔다고 한다. 고서시(告逝詩) 한 수를 쓴 후 하늘로 올라갔는데, 지상에 남아 있는 몸에서 수일 동안 향기가 진동했고 구름과 연기가 모산의 온 산천에 자욱했다고 전한다.

장 기능 허약체질에 최고의 영약 삽주

역대 본초서의 삽주 그림들. 왼쪽부터 송대 당신미, 송대 왕계선, 명대 이시진이 본초서에 수록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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