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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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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_ 계승범 지음, 역사의 아침, 304쪽, 1만4000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근대의 문턱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왕조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조선의 지배이념이던 유교에 대한 평가도 호불호가 비교적 분명하다. 그런데 유교로 무장해 조선왕조를 독점적으로 지배한 선비에 대한 요즘 평가는 거의 칭송일변도다. 어떻게 이런 패러독스가 가능할까?

그것은 선비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선비의 그림에 매료돼 선비에 감탄하고, 어떤 이는 선비의 시문에 빠져 선비를 음미한다. 어떤 이는 선비의 의리와 지조에 감동해 선비를 흠모하고, 어떤 이는 선비의 안빈낙도에서 인생의 맛을 느낀다. 어떤 이는 왕을 면전에서 꾸짖을 정도로 꼿꼿한 기상과 줏대를 높이 사 선비를 칭송하고, 어떤 이는 구도승과도 같은 선비의 일상에 감복해 선비를 되새김질한다. 그렇지만 이런 인수분해 식의 일방적인 평가로는 선비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나는 역사가다. 역사가는 연구 대상의 한 단면만 보지 않고 모든 면을 최대한 다 보고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특히 선비의 경우, 그들은 개인으로서는 전인격체의 이상적인 인간상이었으며, 사회적으로는 독점적 지배층이자 유일한 지식인 계층이었고, 정치적으로는 500년 조선왕조의 오랜 실세이자 주인공이었다. 따라서 어느 특정 사안만을 드러내 마치 그것이 그 선비의 전체 이미지인 것처럼 평가해버리면, 과장과 왜곡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이 책에서는 선비를 청문회에 세운다. 당대의 보편적 가치, 현대의 보편적 가치, 지위와 직책에 주어진 임무 수행 능력 등을 기준 삼아 그들을 평가한다. 당대의 가치라면, 그들이 신봉한 유교의 가치로써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자기들이 금과옥조처럼 입에 달았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기준 그대로 선비를 평가한다. 현대의 가치라면,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선비의 의식 구조를 살피겠다는 것으로 “선비가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좋아질까?”라는 문제의식이 이에 해당된다.

이 책에서 나는 선비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왜냐하면 조선의 선비들은 공자와 맹자의 시각에서 보아도 수기와 치인에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배층이자 지식인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태만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수기와 치인은 묵향으로만 머물렀을 뿐, 현실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선비 평가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없이 특정 일면만을 크게 부각해 편협하고도 일방적으로 선비를 치켜세우는 평가가 이 사회에 난무하기에, 균형을 잡기 위한 취지도 이 책의 집필 동기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이 책에서 제시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현재의 인물 평가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 │

바빌로프 _ 피터 프링글 지음, 서순승 옮김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바빌로프는 은하계를 도는 소행성과 달의 분화구에도 이름을 새겨 넣은 세계적인 과학자다. 이 책의 부제처럼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세기 말 제정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 인민’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레닌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포를 구하기 위해 15개 언어를 구사하며 세계 구석구석의 작물을 수집하고 종자를 연구하던 그는 스탈린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려 투옥돼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는다. ‘인디펜던트’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 저자는 20세기 초, 혼란스러운 역사의 중심에서 ‘먹을거리’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정치와 음모의 희생양으로 사라진 역사를 생생한 필치로 정리했다. 휴머니스트, 535쪽, 2만8000원

삶을 바꾼 만남 _ 정민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다산 정약용 전문가인 저자가 다산과 제자 황상의 인연을 정리한 책. 다산은 1801년부터 1818년까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여러 제자를 키웠다. 1802년,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다산을 만난 황상도 그중 한 명이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삼근계(三勤戒)를 마음에 새기며 공부한 황상은 스승이 서울로 돌아간 뒤에도 백적동 깊은 산속에 ‘일속산방(一粟山房·좁쌀 한 톨만한 작은 집)’을 지어놓고 공부에 전념했다. 다산의 다른 제자들이 스승의 후원을 기대하며 상경해 벼슬자리를 기웃거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황상의 삶을 되짚는 글을 썼다. 이 책은 연재물을 묶은 것이다. 문학동네, 591쪽, 2만3800원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_ 최태욱·이근식·최장집·고세훈·박동천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이거나, 혹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군의 학자가 모여 엮은 책.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유시장주의나 경제적 자유주의로 연결되는 ‘자유지상주의’는 자유주의와 완전히 다른 이념이라고 지적하며 “자유주의는 법치주의, 입헌주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만인 평등의 이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자유주의가 정녕 진보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정치를 통해 개혁에 대한 현실적인 실천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지만, 저자들은 한국에서 자유주의가 심각하게 왜곡·오용돼왔다는 데 공감한다. 이 기반 위에서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모색한다. 폴리테이아, 35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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