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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여성의 인간 됨을 선언한 페미니즘 정전

  • 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여성의 인간 됨을 선언한 페미니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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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인간 됨을 선언한 페미니즘 정전

‘여성의 권리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문수현 옮김, 책세상, 228쪽, 7900원

“여자란 머리카락은 길어도 사상은 짧은 동물이다.”(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여자는 깊이 있는 척하는 껍데기다.”(프리드리히 니체) / “여자가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떤 남자보다 우러러볼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여자가 그런 업적을 이루리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쇠렌 키에르케고르) / “여자는 죽고 나서 석 달 뒤에 철이 든다.”(라틴 아메리카 원주민 속담) / “여자를 만든 것이 알라의 유일한 실수다.”(이슬람 속담) / “여자와 북어는 사흘 걸러 때려야한다.”(한국 속담) / “여자와 소인은 길들이기 힘들다.”(공자)

여성에 대한 야박한 평가는 고금과 동서를 가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중세 말기에 등장한 유럽 최초의 여성작가 크리스틴 드 피장이 한탄조로 던진 질문을 이해하고 남는다.

“학식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그토록 수많은 남자들이, 기나긴 명단으로 이어질 그 많은 철학자·시인·도덕론자들이 어찌하여 그 많은 논문과 저작에서 여성을 사악한 존재로 여기고 여성의 행동을 비난하는가?”

실망스러운 건 계몽시대를 거친 근대 철학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가 정부의 우두머리가 된다면 국가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여자는 보편적 요구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일시적 기분과 우발적 의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프리드리히 헤겔)

우리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건 프랑스혁명을 잉태시킨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다.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 그가 우리 프랑스인이든, 독일인이든, 국왕이든, 노예든, 학자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저 미개한 아프리카 원주민조차 우리와 똑같은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다. 단 하나 여성은 예외다. 여성에게는 인권이 없다. 그러므로 교육시킬 필요도 없으며, 정치에 참여시켜서도 안 된다.”

당대의 가장 진보적인 인물인 루소조차 이런 주장을 펼쳤을 무렵 ‘여성에게도 동등한 인격과 권리를 달라’고 용기 있게 선언하고 나선 여성이 영국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다. 불꽃처럼 살다가 38세에 요절한 ‘최초의 페미니스트’ ‘최초의 여권옹호론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 1797)다. 급진주의 정치사상가인 울스턴크래프트는 1792년 불멸의 대표작 ‘여성의 권리 옹호(원제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이성을 갖고 있으며, 여성이 복종해야 할 대상은 아버지나 남성이 아니라 이성(理性)’이라고 주창했다.

울스턴크래프트가 ‘페미니즘의 어머니’라는 헌사를 받게 한 이 책은 프랑스 혁명 후 탈레랑 의원이 삼부회에 제출한 교육법안에 대한 반론으로 쓰여졌다. 그렇지만 루소의 명저 ‘에밀’ 비판에 절대적인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한때 ‘나는 늘 그를 어느 정도 사랑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루소 사상에 심취했다. 루소의 ‘천부인권’ ‘자연법’ 사상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소를 비롯한 계몽사상가들이 말하는 ‘인간’에는 남성만 있을 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울스턴크래프트가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계몽사상가들의 열린 생각이라는 게 고작 이런 것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여성을 자유롭게 하라

울스턴크래프트는 먼저 루소의 사상 가운데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열거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여성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므로, 남편과 아버지의 결정을 교회의 결정만큼이나 확신을 가지고 따라야 한다.’ ‘여성들의 교육은 언제나 남성들과 관련되어야만 한다. 우리 남성들을 기쁘게 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는 것, 우리의 사랑과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되는 것, 우리가 어릴 때는 우리를 교육하고, 우리가 자라는 동안은 우리를 돌보고,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에게 충고해주고, 우리의 인생을 안락하고 기분 좋게 하는 것, 이것들은 언제나 여성의 의무이고, 그들이 어릴 때부터 받아야 하는 교육의 내용이다.’ ‘여성이 한순간도 독립되어 있다고 스스로 느껴서는 안 되며, 남성이 쉬고자 할 때는 언제나 보다 유혹적인 욕망의 대상이자 그의 보다 달콤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여성이, 요염한 노예가 되어야 한다.’ 루소의 생각은 한마디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자연법에 속하는 일이며, 여성이란 남성에게 순종하도록 교육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울스턴크래프트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가정적인 짐승이 되기만을 충고하는 그들은 우리를 얼마나 지독하게 모독하는 것인가!”라며 루소를 비롯한 뭇 남성을 통박한다. 그러고선 “남성들이여, 여성들에게 권리를 나눠주라”고 촉구한다. 그는 또 “여성을 자유롭게 하라. 그러면 그들은 즉시 남성처럼 현명하고 덕이 많은 존재가 될 것이다. 진보는 상호적인 것이어야 하고, 인류의 절반이 종속되기를 강요받는 불공평은 억압자에 대한 보복을 수반하기 때문에, 남성의 미덕은 그가 발아래에 기르는 벌레들에 의해 좀먹게 될 것”이라고 고언한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프랑스) 혁명이 여성들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쳐야 할 때다. 다시 말해 여성들이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야 할 때다. 여성도 인간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을 개혁하고 세계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동료 여성들에게 호소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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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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