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아트사이드 갤러리

오늘, 여기의 미술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 사진·갤러리 아트사이드 제공

    입력2012-02-22 1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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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사이드 갤러리

    1 다섯 명의 테라코타 작가가 서촌의 가상 유물을 제작, 전시한 ‘서촌, 땅속에서 만나다’ 전시 풍경. 2 갤러리 아트사이드 지하 전시실.

    경복궁 서쪽엔 마을이 많다. 통의동 체부동 필운동 도렴동…. 골목 한두 개 사이로 이름이 바뀐다. 뭉뚱그려 ‘서촌’이다. ‘촌’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정다운 느낌은 이 동네 분위기와 꼭 닮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곳곳의 기와집, 낮은 건물 사이로 바라보이는 인왕산 풍경. 서울의 옛 향기가 고스란하다.

    서촌 지척의 경복궁과 청와대는 오늘의 정취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지붕 하나 고치기 어렵게 만든 각종 규제 탓에 뜨거운 개발 열기가 이 땅만은 비켜갔다. 최근엔 하나둘 늘어나는 예술 공간이 지역에 향기를 더한다. 상대적으로 상업화 속도가 느린 이곳을 인사동과 삼청동의 대안으로 여기는 이가 많다. 그들이 모여들어 갤러리와 공방을 차렸다. ‘갤러리 아트사이드’도 그중 하나다. 1999년 인사동에서 문을 연 이 갤러리는 2010년 서촌, 그중에서도 통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 한옥 건축으로 명성을 얻은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를 맡았다.

    삼나무 널빤지로 전면을 마감한 4층 건물은 서촌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린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깊어지는 나무 빛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나무 면을 제외한 외벽의 짙은 회색도 인근 한옥 지붕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1층 전시실 외벽은 통유리다. 거리를 지나다 건물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라면 누구나, 갤러리 안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윈도 갤러리’, 달리 말하면 ‘거리 미술관’이다. 홍수영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오피스큐레이터는 “아트사이드를 설계할 때 주안점을 둔 것이 ‘어떻게 지역과 어울리게 할 것인가’였다”며 “이 동네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활력을 살릴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이의 고민도 비슷하다. ‘오늘의 예술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 임대식 갤러리 아트사이드 큐레이터는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의 정확한 흐름을 편안하고 친근한 방식으로 선보이려 한다”고 했다. 거리의 행인까지 끌어들이는 ‘윈도 갤러리’를 만들고, 전시실 한가운데를 ‘중정(中庭)’으로 꾸민 것도 이를 위해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2월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 전시 제목은 ‘서촌, 땅속에서 만나다’. 김주호, 윤명순, 윤주일, 최정윤, 한애규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서촌에서 발굴됨직한 유물을 테라코타(토기)로 제작, 전시했다. 부제 ‘5인의 테라코타, 가상 유물 발굴전’에서 알 수 있듯, 전시품은 모두 ‘가상 유물’이다. ‘서촌에서 유물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답은 반가사유상의 표정을 한 여인상이나, 여러 개의 겹쳐진 접시처럼 서로 다르다. 하지만 모두 ‘오늘, 여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로 통한다. 3월에는 여성의 삶을 나무로 조각해온 송진화 작가의 개인전 ‘열 꽃’, 4월에는 개를 소재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기획전 ‘견인지애(犬人之愛)’가 이어진다.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의동 33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문의 02-725-102

    아트사이드 갤러리

    1 ‘서촌, 땅속에서 만나다’ 전에 전시된 한애규 작가의 ‘반가사유’(앞쪽)와 최정윤 작가의 ‘기원’. 2 갤러리 아트사이드 전시실 내부. 3 목재와 통유리창이 조화를 이룬 갤러리 아트사이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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