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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문명에 대한 반성, 생명을 향한 첫걸음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문명에 대한 반성, 생명을 향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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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한 반성, 생명을 향한 첫걸음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에코리브르, 398쪽, 1만8000원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일어나기 며칠 전,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00년 안에 지구촌 생물 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을 맞을 수 있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 바르노스키 교수의 경고장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전 세계 바다 생태계가 전례없는 대규모 멸종 단계에 진입할 위험이 커졌다는 국제해양생태계연구프로그램(IPSO)의 새로운 보고서가 유엔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여러 요인이 한데 어우러져 바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어류 남획과 농가에서 흘러나온 화학비료 등에 따른 오염, 이산화탄소 배출이 낳은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지구는 50억 년 동안 이미 다섯 차례나 ‘생물 대멸종’을 겪었다. 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의 문제점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는 데 있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운석이나 혜성 충돌, 빙하기와 같은 자연 현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구온난화, 서식지 파괴, 바이러스 전파 같은 인간적인 요인이 초래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지구촌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주원인도 지구온난화라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다.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흥미롭게 비유한다. “돈 벌자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저녁밥을 지으려 루브르 박물관 그림들을 태우는 격이다.”

이 같은 인류의 난개발과 환경파괴에 사실상 처음 경보를 발한 것은 꼭 50년 전에 한 여성 생물학자가 쓴 도전적인 책이다. 오늘날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된 ‘침묵의 봄’(원제 Silent Spring)은 1962년 출간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지은이 레이첼 카슨(1907~1964)을 ‘환경운동의 어머니’ 반열에 올려놓았다.

새들이 사라진 아침

카슨이 ‘침묵의 봄’을 쓰게 된 결정적 동기는 조류학자이자 친구인 올가 허킨스가 보낸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허킨스의 편지에는 세상에서 소중한 생명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었다. 카슨은 친구의 이야기에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받아 살충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침묵의 봄’은 화학물질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오염을 충격적인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지은이는 시종일관 생명과 자연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던 DDT의 치명적 폐해에 할애돼 있다. DDT는 말라리아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인류에게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DDT만큼 값싸고 효과적인 살충제는 없었다. 살충제 DDT를 개발한 파울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만능 살충제에 카슨이 칼을 겨누었다. 그렇지만 카슨이 이 책에서 언급한 첫 번째 화학물질은 DDT가 아니라 방사능 요소인 스트론튬 90이다. 카슨이 비밀 핵실험과 핵무기 비축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책은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눈을 떠보니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적막한 장면으로 막을 연다.

“봄을 알리는 철새들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가득 찼던 아침을 맞는 것은 어색한 고요함뿐이다. 노래하던 새들은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던 화려한 생기와 아름다움,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렸다.”

새들은 살충제·제초제 같은 화학물질에 오염돼 죽어버렸다.

살충제로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했던 어느 미국 부부의 일화는 끔찍하다.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이 부부는 집에 바퀴벌레가 많아 엔드린이 포함된 살충제를 뿌렸다. 이들은 한참 지나 살충제를 잘 닦아낸 뒤 강아지와 갓난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 독성을 견디지 못한 강아지가 갑자기 토하며 발작을 하다 죽었다. 아이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책은 유독물질이 모체에서 자식 세대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카슨은 화학방제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 가운데 뛰어난 곤충학자가 많다는 미스터리도 폭로한다.

“이 학자들의 배경을 조사해보면 화학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문가로서의 명성, 때로는 자신의 직업 자체가 화학방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이들의 성향을 알게 된다면 살충제가 무해하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겠는가?”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자신인데도 잘못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내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이 책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두 갈래 길을 인용해 비유하며 마무리한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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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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