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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의 놀이터’ 갤러리 산책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1 김기라 개인전 ‘공동선-모든 산에 오르라!’에 전시중인 콜라주 작품 ‘Western Specter_Monster’.

2 두산갤러리에서 연강홀 등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로비에 설치된 중국 작가 천원링의 작품 ‘빅보이 · 리틀 피그’.

서울 종로5가는 왁자하다. 광장시장 동대문시장 평화시장이 지척이고, 꼬불꼬불 먹자골목에선 하루 종일 생선 굽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떠들썩하고, 분주하고, 흥에 겨운 곳. 그 거리 한쪽에 꽤 근사한 갤러리가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을 잊게 만드는,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다.

두산아트센터는 1993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공연장 ‘연강홀’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2007년 두산그룹이 연강홀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소극장 ‘스페이스 111’과 함께 이 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전시장 규모는 227㎡로 그리 넓지 않지만 가변형 벽체를 열면 로비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이곳에서 일반적인 전시뿐 아니라 설치 미술전, 각종 퍼포먼스 등이 열린다.

실험성과 참신함

두산갤러리의 특징은 신선함. 애초 건립 의도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황을 보여주고 이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였던 만큼, 젊은 작가의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가 연중 열린다. 3월 29일까지 계속되는 김기라 개인전 ‘공동선-모든 산에 오르라!’도 그렇다. 작가는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공동선(共同善)’의 허구를 비웃는 ‘스펙터(specter·망령)’ 연작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갖가지 신화와 신상 이미지를 결합한 ‘스펙터’가 놓여 있다. 포세이돈과 헤라 등 그리스 신과 간다라 불상 등의 이미지를 찢어 만든 머리에, 헤라클레스와 예수의 가슴, 거대한 잉어로 꾸민 몸통, 아프리카 원시 부족 전사와 고대 이집트 신의 팔다리를 가진 괴물의 형상이다. 작가는 지난 8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500권 이상의 문화, 역사 서적을 모았다. 그 속에서 신화와 성상의 이미지를 찾아낸 뒤 찢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조각조각 기워진 ‘신’의 이미지는 더 이상 성스럽지 않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 기괴함은 “인간의 욕망이 ‘공동선’을 내걸고 숱한 신상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을 옥죄는 괴물(망령)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실체적으로 보여준다.

입구에 놓인 LED 설치작업, ‘God 4give U, But I Do Not…’이란 텍스트 조각도 인상적이다. ‘신은 너를 용서했지만 나는 결코…’라고 번역되는 이 문장에 작가는 ‘신은 너에게 네 가지를 주었지만 나는 거부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신이 인간에게 준 네 가지(4gives)는 믿음ㆍ소망ㆍ사랑 그리고 욕망이다. 피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 욕망이다.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건물 전체가 예술공간인 만큼 갤러리 밖으로 나와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연강홀 등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빅보이 라운지’에 설치된 중국 작가 천원링(陳文令)의 ‘Big boy · Little pig’는 두산아트센터의 마스코트 같은 작품. 윤이 나는 강렬한 붉은색의 거대한 조각상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연지동 270

●운영시간 |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문의 | 02-708-5050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도심 속 한 뼘 쉼터 두산갤러리
1 김기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두산 갤러리 전경

2 김기라의 ‘스펙터’ 연작 중 ‘Oriental Specter_Monster’

3 뮤지컬 전용극장 연강홀 하층 로비

4 두산아트센터 로비에 놓인 발로 치는 피아노. 실제로 연주가 가능하다.

신동아 2012년 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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