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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몽상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수학의 몽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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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수학의 몽상 _ 이진경 지음, 휴머니스트, 343쪽, 1만7000원


수학의 몽상 外
우리는 때로 이유도 모르는 채 무언가에 낚이고 끌려간다. ‘매혹’이라고 해야 할 이런 사태를 블랑쇼는 “그것이 내게 와서 손을 대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손을 대는 것’ 이상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쉽지 않은 것은 나를 매혹시킨 그것을 그저 따라갈 수만은 없는 경우가 외려 ‘현실’이란 이름을 얻기 때문일 게다. 수학이 내게 그랬다. 모든 공부를 지겹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입시지만, 어째서인지 수학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학력고사’를 치른 날 저녁, 서점에 가서 대학의 미적분학 책을 사들고 들어왔다. 물론 시험에 바친 시간을 향해 웃음을 날리는 통쾌함이 없었다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1980년대의 대학은 재미있는 것을 그저 따라가는 방식으로 살기엔 너무 무겁고 심각했다. 대학의 캠퍼스에는 유령들이 떠돌고 있었다. 전태일의 유령, 광주시민들의 유령들…. 그들의 손이 우리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손에 이끌려 나는 뜻하지 않았던 삶으로 말려들어갔다. 그 또한 하나의 매혹이었을 것이다. 목숨마저 걸게 하는 미친 매혹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수학과도, 음악과도 이별해야 했다.

그 사이에 원혼들에 시달리던 군사정권은 두 손을 들었고, 희망인 줄 알았던 사회주의는 요란한 파산의 길을 걸었다. 많은 것이 뒤집히듯 변해버린 시간 속에서, 수학은 내게 근대성, 혹은 근대적 삶에 대한 질문으로 변장한 채 되돌아왔다. 근대를 사는 우리는 잔 눈금으로 가득 찬 시간과 공간의 축을 따라 움직이고, 돈으로 계산되는 상품세계 속을 살며, 모든 것을 계산하려는 과학적 욕망을 진리로 믿고 살지 않는가! 이런 근대성의 밑바닥에 수학이 있었다. 이렇게 근대 수학의 역사는, 뒤로 치워두었던 매혹의 영(靈)을 다시 불러냈다. 매혹한 자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더구나 거기엔 무릅써야 할 감옥이나 죽음의 고통도 없었다.

행복하게 공부한 것이기에 행복하게 나누고 싶었고, 재미있게 공부한 것이기에 재미있게 읽도록 하고 싶었다. 심각한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격한 서술이나 정확한 ‘전달’의 언어 대신, 있지도 않은 전설을 만들고 악마와 소녀를 앞세워 심각한 수학자들을 몽상 같은 상상의 세계 속에 끌어들였다.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하며 배웠던 것들을 섞어 넣었고, 수학적으로 작동하는 감옥에 대한 영화적 공상을 덧붙였다. 그것을 통해 엄밀한 기초와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19세기식 수학적 몽상을 다른 종류의 몽상과 섞어버리고 싶었다. 근엄한 교사의 얼굴을 때론 유쾌하고 때론 광기 어린 비명을 지르는 이웃의 얼굴로 바꾸고 싶었다. 그것을 통해 데카르트 이후의 수학사와 근대성의 관련을 나름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수학적 내용의 요체를 빼놓지 않고 넣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다시 펼쳐보며 흐뭇해하는 건, 단순한 나르시시즘일까? 나는 아직도 그 수학의 매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징표라고 믿고 싶다.

이진경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연구원·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_ 안경환 지음

수학의 몽상 外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은 부녀간 법률 분쟁으로 시작된다. 여주인공 허미아에게는 연인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이 고른 사윗감과 결혼할 것을 요구한다. 당시 아테네 법은 아버지 동의 없이 결혼하는 딸을 사형시키거나 수도원에 종신 감금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허미아를 영주의 법정에 고발하면서 작품은 막을 올린다. 젊은 연인과 요정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소극을 이처럼 법률가의 눈으로 분석하는 저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법이 곧 몸이고 시가 되는 세상, 법 따로, 문학 따로가 아니라, 법과 문학이 하나가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야 진정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하며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곡 13편을 통해 당대와 현대의 법률을 비교 검토한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84쪽, 1만8000원

사람이, 아프다 _ 김영미 지음

수학의 몽상 外
“아프가니스탄에도 사람이 있었다. 상처 받고 가슴 아픈 사연이 가득했다. 그들은 세상의 관심 밖에 있었다. 말하자면 그곳은 그늘이었다. 당장 굶어 죽어도, 총에 맞아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그 세상 밑바닥에서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2년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해온 프리랜서 PD인 저자는 이런 책임감으로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 유수 언론과 일하는 취재 전문 운전기사 알리와, 부르카를 벗어던진 아프가니스탄의 첫 여성 앵커 마리암, 이라크 저항 세력 압달라 등 쟁쟁한 인물부터 구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녀가장이면서도 틈날 때마다 공부하는 열 살 오마이라까지, 저마다 소중한 꿈을 간직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추수밭, 336쪽, 1만3000원

천안함 정치학 _ 이정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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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만든 정치목적 때문에 군사목표가 흔들려온 나라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국가목표와 국방목표, 군사목표를 분명히 의식해야 한다.”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인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국방, 북한, 정보 등의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자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대한민국이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집단사고 증후군에 빠져 있다가 허를 찔린 작은 6·25”라고 진단한다. 또 “사건 발생 후 안보를 모르는 대통령이 위기를 확대해가면서 국가 자부심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후퇴했다”고 밝힌다. 그 사례로 처절한 반성 없이 사건 내용만 나열한 ‘천안함 피침 사건 백서’ 발간과 군의 분열을 야기한 이른바 ‘국방개혁’을 든다. 부제는 ‘이명박식 보수는 왜 실패했는가’다. 글마당, 515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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