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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조용헌의 周遊天下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명리학 도사 김영철

  •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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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용헌은 지난 20여 년간 천하를 유람하며 한중일 3국의 불교 사찰, 도교 도관, 유교 고택 1000여 곳을 답사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특이한 사람, 풍광,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연재를 시작한다. 강호동양학의 ‘본좌’라고 자임하는 그가 처음 소개하는 인물은 역술가 김영철 도사. 광주광역시에서 공정거래사무소장 등 고위공무원 생활을 한 김 도사는 역술원 벽에 그 시절 받은 ‘홍조근정훈장’을 걸어놓고 사람들의 운수를 본다. 남다른 인생 2막의 뒷얘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2009년 2월 장남의 대학 졸업식때 아내와 함께 한 김영철씨.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사자의 생활은 2가지로 압축된다. 먹이 사냥과 종족 번식이 그것이다. 하루 종일 뛰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인간적으로 설명하면 식(食)과 색(色) 아니겠는가. 다른 것은 별로 없다. 이것 빼면 다 너스레다. ‘식색(食色)’이야말로 동물 세계의 본질인데, 인간도 동물은 동물이므로 이 생활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인간계는 여러 잡다한 치장이 많아서 이 본질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동물 세계를 보면 생식기능이 끝나면 생명도 끝난다. 수사자를 보면 명백히 드러난다. 생식기능이 떨어지면 힘이 떨어지고, 힘이 떨어지면 곧바로 젊은 수사자의 도전을 받고 무리에서 추방되거나 부상을 당해 사망한다. 생식기능이 완료되면 곧 사망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 생식기능이 마감되더라도 10~20년을 더 산다. 바로 여기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시작된다. 동물에게는 없는 이 10~20년 동안 축적된 지혜가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문화적 장치’ 내지는 ‘찬란한 문명’이 이루어지는 기간이다. 특히나 요즘은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어지간하면 80세를 넘기고, 암(癌)만 안 걸리면 100세까지도 수명을 유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식기능이 끝나고도 엄청난(?)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는 동물 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일 뿐 아니라, 인간 역사에서도 처음으로 겪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一陰一陽之謂道

그렇다면 생식기능 완료 후의 30~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인류사적으로는 문명의 축적이 이뤄지는 시간이지만, 개인사적으로는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문제로다. 색(色)은 끝났다 하더라도 식(食)은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자식이 도와주는가, 보험이 보태줄 것인가. 아니면 자기 스스로 방도를 마련해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직장 다니던 남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은 평균 50대 중반 전후다. 회사는 조금 더 빠르고, 공무원은 조금 더 늦다. 직장은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놀이터이기도 하다. 20~3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생계수단의 종료이기도 하지만, 놀이터가 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돈이 안 들어오는 것보다, 매일 직장 동료들과 만나 싸우고 지지고 웃고 술 먹던 놀이터가 사라지는 것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청경(靑?)역학연구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역술가의 길로 들어선 김영철(金永哲·62) 원장을 만난 이유는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인생 이모작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라고나 할까.

필자가 청경 선생을 처음 만난 시기는 2009년이다. 그때만 해도 이 양반은 공무원이었다.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었다. 창밖으로 무등산의 능선이 잘 보이는 빌딩 7층 사무실에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단아한 난(蘭)이 한 분(盆) 올라 있었다. 여직원이 내온 진한 차향이 사무실에 가득 차 있던 기억이 난다. 이 깔끔한 사무실에서 집무를 보던 관료로 있을 때 그를 만났다. 보통 관료와 다른 점이 하나 눈에 띄었다. 사주(四柱)였다.

공무원 사회에서 그는 ‘사주를 잘 보는 도사’로 소문나 있었다. 이 소문을 접한 순간 호기심이 들었다. “어느 정도 내공을 갖고 있을까?”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이 명리학(命理學)이라는 ‘미아리’ 골목 바닥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사부가 있다면 누구인가, 독학으로 배웠는가?” 등등이었다.

이 양반은 공무원으로 있다가 2010년 12월 3급인 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이후 1년 정도 집에서 놀다가, 2011년 겨울 역술관 사무실을 냈다. 청경역학연구원은 광주 치평동의 10여 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있다. 공정거래소장이 역술원장으로 둔갑해 있었다. 60세를 기점으로 이전이 밥통이 보장된 공무원이었다면 이후는 사람들의 운명을 감정해줘야 하는 역술원장으로 새 출발을 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기업체들이 공정거래를 하는지 안 하는지 감찰해야 하는 권력직이었다면, 이제는 서민들의 고달픈 인생을 해석해주고 달래줘야 하는 역술가인 것이다. 대기업의 횡포가 심할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검찰’로 불리던 시기도 있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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