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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 연예기획사의 빛과 그림자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한류 열풍으로 더 가난하고 추악해진 ‘변태’ 업자들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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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예인 지망생 200만 시대, 등용문 비좁아
  • ● 여자 연기자 60.2%, “성 접대 제의받았다”
  • ● 케이팝(K-POP) 인기의 뒤안길, 부익부빈익빈
  • ● 정부, 등록제·전수 조사 실시 등 강경 대응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1.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5월 8일 연예기획사 대표 J 씨를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J 씨는 2010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에 소속된 여자 연습생 6명을 지하 연습실과 자신의 집무실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2명은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J 씨는 또 자사 남자 연예인들에게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라고 지시한 후 이 장면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해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선 공소권이 없어 불기소 처분했다.

#2. 같은 날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 P 씨는 사기 및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P 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건물 지하에 사무실을 차린 뒤 인터넷에 광고를 내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1인당 200만~2000만 원을 대출받게 해 총 55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또 “전속 연예인은 신체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가슴과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전속계약을 체결한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수차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스폰서를 소개해주겠다. 스폰서에게 사진을 보내야 한다”며 이 회사 소속 연예인 지망생들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P 씨의 사촌형이자 조직폭력배인 M 씨도 구속했다.

#3. 2월 말에는 유부녀 트로트가수 지망생과 무명가수들을 상대로 몸과 돈을 강탈한 W연예기획사 대표 A 씨가 사기와 감금, 상습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음반 제작과 방송 출연을 미끼로 가수 지망생을 외진 장소로 유인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여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알몸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는 2010년부터 무명 가수 3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음반 제작과 방송출연 알선 등을 이유로 모두 3억여 원을 갈취했다. 이 사건은 현재 비공개 재판을 앞두고 있다.

#4. 서울 용산경찰서는 5월 9일 인기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 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연행해 조사를 벌였다. 고 씨는 한 케이블방송 출연자 K 씨의 연락처를 프로그램 관계자를 통해 알아낸 뒤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유인해 K 씨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고씨는 “미성년자인 줄 몰랐고, 강압적인 성관계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강간 여부를 떠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유명배우 L 씨와 S 씨도 유사한 사건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연쇄적으로 터진 연예기획사 대표의 소속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으로 그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왔던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불과 한 달 새 연예기획사 대표 2명과 유명 방송인까지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리자 연예계 안팎에서는 충격과 분노가 들끓었다.

한 방송계 인사는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한류와 K-POP 열풍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연예계 종사자의 의식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특히 신인 발굴이나 매니지먼트 방식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와 연예인 지망생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금품이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기획사 대표나 연예계 관계자가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 수면으로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로 활동한 사업가 C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예전에는 방송사가 몇 개 없어서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시키려고 PD나 스폰서에게 연예인 지망생을 데려가 술시중이나 성 상납을 종용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이름 있는 스타도 방송 관계자의 눈치를 보기 바빴어요.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처지가 역전돼 방송사마다 스타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군소 기획사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은 지금도 여전히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어요.”

C 씨는 “한동안 몇몇 거물급 배우가 연예인과 정·재계의 후견인을 이어주는 뚜쟁이 역할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영 헛소문은 아닐 것”이라며 “나 역시 일본의 한 스폰서가 내가 데리고 있던 연예인을 만나고 싶다고 해 소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권유린, 사생활 침해 심각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에 취합한 여성 연예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는 연예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유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연기자 111명과 연기자 지망생 240여 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연기자 중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를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한 연기자도 응답자의 60.2%에 달했다.

조사에 응한 연기자의 상당수는 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64.5%), 몸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67.3%), 몸의 특정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8.3%) 등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성추행과 직접적 성관계 요구, 성폭행을 경험한 이도 적지 않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가슴, 엉덩이, 다리 등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이 31.5%로 가장 빈번했으며 직접적인 성관계 요구(21.5%)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성폭행이나 강간을 당했다는 연기자도 6.5%에 달했다. 다음은 피해자들의 경험담이다.

“기획사 대표가 어느 디자이너 클럽에 데려가 옷을 실컷 사주더니 집에 바래다주는 줄 알았는데 모텔로 끌고 갔어요.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 세상을 더 알아야 한다,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연기자 A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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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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