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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의 놀이터’ 갤러리 산책

기업이 선물하는 아트 체험 사옥 갤러리

  •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기업이 선물하는 아트 체험 사옥 갤러리

기업이 선물하는 아트 체험 사옥 갤러리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설치돼 있는 백남준의 ‘TV깔때기’(오른쪽)와 ‘TV나무’.

길을 걷다 문득 예상치 못한 것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고층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길에서 커다란 돛단배 그림을 만났을 때 그랬다. 대한항공 사옥 외벽의 거대한 창 속이었다. 범선 한 척이, 바람을 맞아 한껏 팽팽해진 돛을 펼치고, 무채색 큐브로 뒤덮인 잿빛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홍경택 작가의 ‘전쟁 레퀴엠’이다.

홍 작가는 2007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포러리 경매에서 작품 ‘연필 1’이 7억7000만 원에 낙찰되며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화려한 색채의 팝아트로 유명하다.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 서소문 거리 한복판에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백화점의 쇼윈도처럼 행인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一宇 Space(일우스페이스, 02-753-6502)’의 ‘윈도 갤러리’를 통해서였다.

한진그룹은 2010년, 대한항공 사옥 1층에 전시 공간 ‘일우스페이스’를 열었다. 로비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290.2㎡(약 88평) 규모의 제1전시관, 왼쪽으로 93.1㎡(약 28평) 규모의 제2전시관이 보인다. 더불어 외벽에도 통유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별도의 갤러리가 있다. 창 크기가 가로 10m, 세로 3.7m나 돼 눈에 확 띄는 이곳을 ‘윈도 갤러리’라고 한다. 윤문선 큐레이터는 “서소문 일대 직장인과 덕수궁·광화문광장 등을 찾는 시민이 편하게 들러 수준 높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회공헌의 의미에서 꾸민 공간”이라고 했다.

누구나 ‘편하게’ 갤러리에 들를 수 있도록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시 수준은 ‘높다.’ 7월 4일까지 계속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전에는 홍 작가의 ‘전쟁 레퀴엠’을 비롯해 김동유, 김준, 박미진, 원성원, 이상선 작가의 회화 및 사진 작품 22점이 전시돼 있다. 김동유 작가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포러리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작품이 3억2000만 원에 낙찰돼 당시 현존 국내 작가로는 해외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인물. 이번 전시작 ‘Grace Kelly(Clark Gable)’‘Marilyn Monroe(John F. Kennedy)’ 등도 이때 화제를 모은 그의 ‘얼굴 시리즈’ 전통을 잇는 작품이다. 대중스타의 이미지를 확대해 그리되, 이미지를 구성하는 망점(網點)은 다른 스타의 사진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거대한 그레이스 켈리의 얼굴 속에는 클라크 게이블이, 마릴린 먼로 안에는 존 F. 케네디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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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서 있는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2 일우스페이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전에 전시된 김동유 작가의 ‘Grace Kelly (Clark Gable)’.

건물 전체가 갤러리

도심 속 사옥에 갤러리를 꾸미고 시민들을 초대하는 기업은 더 있다. 쉼 없이 망치를 두드리는 거대한 조각상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3층에는 661㎡(약 200평) 규모의 ‘일주·선화갤러리(02-2002-7777)’가 있다. ‘박수근전’ 등 수준 높은 전시가 연중 계속되지만, 역시 관람료는 없다. 태광그룹이 설립한 선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한다. 흥국생명 빌딩은 ‘해머링 맨’과 로비에 설치된 강익중 작가의 대형 벽화 ‘아름다운 강산’ 등 볼거리가 많아 일찍부터 근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던 곳. 2010년 갤러리 개관 뒤부터는 찾는 이가 더 늘고 있다. 선화예술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5만 명. 그중 올 초부터 4월까지의 관람객이 1만5000명이라고 한다. 갈수록 입소문이 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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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까지 단체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열리고 있는 일우스페이스 전시장.

강남권에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 사옥의 ‘포스코미술관(02-3457-1665)’이 눈에 띈다. ‘테헤란로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프랭크 스텔라의 거대 조각 ‘아마벨’을 비롯해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백남준의 ‘TV 깔때기’ 및 ‘TV 나무’, 이우환의 ‘관계항’ 등 960여 점에 달하는 수준 높은 소장품으로 유명하다. 1995년 ‘포스코갤러리’로 출발한 뒤 꾸준히 규모를 키워온 이곳에서는 6월 5일까지 강운, 김도훈, 김동유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특별 기획전 ‘현대미술사용설명서’가 열리고 있다. 역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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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전에 전시된 홍경택 작가의 유화 ‘Library 3’.

신동아 2012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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