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뭐 줄기세포가 관절염을 치료해?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새로운 희망…자가 골수 줄기세포 재생술

  • 조재현│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2-06-19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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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줄기세포가 관절염을 치료해?

    제일정형외과병원 조재현 원장이 환자에게 관절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령층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노인의 삶의 질은 보행권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하면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가족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치료법이 발전을 거듭해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약물치료, 물리치료에서부터 인공관절로 기존 노후화된 관절을 대체하는 인공관절치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그럼에도 치료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 대부분의 치료법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데다 최종 단계의 치료법이자 현 상황에선 최선의 치료법인 인공관절치환술도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젊은 나이에 하게 되면 몇 번씩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인공 보형물의 일반적 수명은 15~20년으로, 만약 60대 초반 환자가 수술을 받을 경우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6세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한 번은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 최초 수술보다 결과가 나쁘고 고령에 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발생한다. 한국인에게 필요한 충분한 운동 범위가 나오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새로운 인공보형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양인에 의해 고안됐기 때문에 좌식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생활에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공관절치환술이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단계인 까닭에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더 이상의 대안적 치료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은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 데 치료 목적이 있다. 현재 중기 관절염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관절경 시술은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손상된 연골을 제거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게 목표다. 일단 통증이 줄면 환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고, 근력운동 등의 보조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추가적 연골 손상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 근본적으로 손상된 연골을 살려내는 시술은 아니다.

    각종 치료법과 인공관절치환술의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소실된 자신의 관절 연골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 시점까지 관절연골 재생은 지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할 뿐, 사실상 연골을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보다 발전된 골연골자가이식, 자가연골세포이식 등의 치료가 있지만 비교적 양호한 시술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상조직의 추가 손상이 불가피하고 여러 차례의 절개 수술을 피할 수 없다는 부담으로 인해 제한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자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을 재생하는 방법이 고안돼 주목받고 있다. 무릎 연골 파열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던 세계적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를 나락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한 주인공이 바로 줄기세포 연골치료술이다. 관련 소식이 기사화되면서 연골 재생을 위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뭐 줄기세포가 관절염을 치료해?

    퇴행성관절염 진행과정.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자신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질병을 치료하는 자가 골수 줄기세포술(BMAC·Bone Marrow Aspirate Concentrate)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함으로써 이제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치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줄기세포 연골치료술은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채취한 후 줄기세포를 분리, 환자의 무릎에 주입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관절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출혈이 적다. 시술도 30~40분이면 끝나며 이틀 정도만 입원하면 퇴원이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또한 시술 후 2~4주에 걸쳐 통증이 완화되기 시작해 3~4개월 정도면 실제 연골재생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줄기세포치료술은 단 1회의 시술로 영구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치료법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개발됐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하에 세계 유수 대학에서 관절염 치료 등 연골 손상 치료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임상실험 결과 발표에서도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술의 연골 재생 성공률은 70~80%에 달했으며, 주변 연골과의 유합 정도도 76~80%로 평가됐다. 더욱이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므로 그동안 줄기세포 치료 때 우려됐던 유전자 변이나 거부 반응이 없어 안전성이나 유효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많은 장점과 효능이 있지만 줄기세포치료술의 갈 길은 멀다. 보건복지부에서 이 시술을 15~50세 이하 환자 중 연골 손상 정도가 2~10㎝인 환자에게만 우선 적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중증의 관절염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듯 의료기술의 발달을 고려하면 이제 ‘지긋지긋한 관절염’이라는 말도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뭐 줄기세포가 관절염을 치료해?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나와도 관절은 절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질환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관절질환도 최선의 치료보다는 최초의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고 꾸준한 운동으로 관절 건강을 지키면서, 통증이 지속될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 조기에 퇴행성관절염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쉽고도 확실한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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