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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월도紫月島 편지

  • 박수진

자월도紫月島 편지

자월도紫月島 편지

일러스트·박용인

그대,

오랫동안 잊고 산 얼굴이 보고 싶거든

여기 자월紫月로 오라.

대부섬 방아다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떼 전송받으며 바다 위에서 한 시간쯤

창해일속滄海一粟을 몇 번 되뇌다 보면

어느새 모성의 품으로 안아주는 한 섬에 닿으리.

승봉 이작 덕적이 어깨동무하며 거센 파도를 막아

잔잔한 물결소리 섬집아기 재우는 자장가로 들리고

결 고운 뻘이 하루 두 차례씩 알몸을 드러내는 곳

해발 일백육십 미터 국사봉 착한 산길

풀꽃향기 벗 삼아 미음완보微吟緩步 하노라면

시간조차 멀리 떠가는 여객선처럼 느릿느릿 흘러가거늘-

그중에서도 으뜸은 달빛 풍경이라

밤이 되면 약속처럼 떠오르는 자월을 볼 것이네.

산에도 뜨고 바다에도 뜨고 마음에도 뜨는 달을

추억에게도 하나

그리움에게도 하나

오래된 외로움에게도 하나씩 띄워줄 수 있으리.

그대,

한 세월 숨차게 살아가다가 문득

잊고 지낸 달의 속살이 보고 싶거든

이름도 아름다운 섬 자월도로 오라.

박수진

● 1956년 경북 예천 출생
● 1994년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 등단
● 갈대시 동인

● 제1회 영랑문학상, 제20회 대한민국동요대상, 제4회 순수문학작가상 수상 외

● 작품집: 시집 ‘혼자 우는 목어’ ‘나의 별에 이르는 길’ ‘사랑초 키우기’ 등 다수

● 서울 성보중학교 교사 재직 중

신동아 2012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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