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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의 놀이터’ 갤러리 산책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매혹과 욕망의 역사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일제강점기 건물. 요즘 그곳의 벽 위에 단발머리 ‘신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다. 지금은 일민미술관으로 쓰이는 옛 동아일보 사옥의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 전 현수막 얘기다. 선명한 자홍색이 인상적인 대형 걸개 그림 안에서 총명한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여인은 1930년대에 세계적으로 활약했던 무용가 최승희. 최승희는 1937년 ‘대학목약(目藥·현대의 안약)’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 사진이 ‘한국 광고사 120년’을 주제로 열린 ‘고백’ 전의 메인 이미지로 쓰인 것이다. 8월 19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서는 이처럼 한때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던 다양한 광고를 만날 수 있다.

“만일 세계에서 누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널리 알리지 못하면 그 사업이 어찌 흥하기를 바라겠는가? … 여러분은 어떤 사업을 하든지 먼저 본 신문사에 와서 광고를 내시오.”

1899년 6월 2일 독립신문이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실은 사고(社告)는 당당하고 힘이 넘친다. 반면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수줍음이 느껴진다.

“德商世昌洋行告白(덕상 세창양행 고백)”

한성주보 1886년 2월 22일자에 실린 ‘세창양행’ 광고의 메인 카피다. 자사 제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행위를 ‘고백’이라 일컫다니, 삼가는 모습에서 당대 조선인의 내면이 엿보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 제목 ‘고백’은 바로 이 문구에서 나왔다.

프랑스 광고학자 로벨 게랑은 “우리가 호흡하는 이 대기는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고백’ 전시장에 들어서면 절로 이 말에 공감하게 된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경제성장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정리된 광고 속에서 당대의 세태와 사람들의 욕망이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근대와 현대의 만남

2, 3층 전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현대를 만나게 된다. 성공, 미래, 섹슈얼리티, 슈퍼 파워, 정체성, 신뢰, 내러티브,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등 현대 광고의 바탕이 되는 8개 단어를 키워드 삼아 최근의 인쇄·영상 광고를 분류·배치한 뒤 그것과 어울리는 미술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 광고 또는 상품과 연계된 작업을 한 작가들(이완, 김신혜, 조경란, 난다, 권우열)과 해당 키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을 만든 작가들(권경환, 서찬석, 신경진, 김수영, 최두수, 김현준)의 작업이 한데 어우러져 전시장 전체가 현대를 상징하는 거대한 작품이 된 느낌이다. 이러한 전시 연출에는 윤사비·이완 작가와 디자인회사 워크룸이 참여했다.

1층부터 3층까지, ‘고백’을 관람하는 건 곧 구한말부터 현대까지 우리의 삶과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 꽤 인상적이다. 1926년 12월 준공된 동아일보 옛 사옥을 리모델링해 현대식 미술관으로 만든 이 공간은 그 자체로 근대와 현대의 조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일민미술관의 전면과 왼쪽 면은 고풍스러운 갈색 타일 벽이다. 도로를 향해 나 있는 창틀의 화강석이나 창문 위쪽의 화려한 장식도 옛 모습 그대로라, 서양건축 양식을 본떠 만든 일제강점기 건축물의 원형을 느끼게 한다. 반면 옛 벽을 헐고 유리와 철강재로 마감한 건물의 오른쪽 면은 완전히 새롭다. 건물 내부에서도 과거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2010년 서울시는 일민미술관을 근대건축문화재 열 개 중 하나로 지정하면서 “옛것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근대 건축물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 건물은 건축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서울시 유형문화재 131호로도 지정됐다. 공간을 또 하나의 작품 삼아 꼼꼼히 관람한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전시다.

● 일시 8월 19일까지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장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일민미술관

●가격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 문의 02-2020-2050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
1 1937년 당대 최고의 스타 최승희가 출연한 ‘대학목약’ 지면 광고.

2 1926년 지어진 동아일보 옛 사옥을 리모델링해 현대식 전시 공간으로 꾸민 일민미술관 전면.

3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전 전시관 풍경.

4. 5 구한말부터 현대까지의 광고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1층 전시관과 현대에 초점을 맞춘 3층 전시관 전경.

6 현대 광고에 대한 8가지 키워드 중 ‘섹슈얼리티’를 다룬 공간에 전시된 신경진 작가의 영상과 오브제 작품.

7 광고와 미술작품이 어우러져 현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3층 전시관 전경.

신동아 2012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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