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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권태균의 오지 기행

그리운 임은 아니 보이고 갈꽃만 날리네

전남 완도군 노화도

  • 글·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권태균│ 사진작가 photocivic@naver.com

그리운 임은 아니 보이고 갈꽃만 날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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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임은 아니 보이고 갈꽃만 날리네

황혼에 물든 노화도.

‘그리워’라는 이은상의 시가 있다. 어머니 세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시련만 지금의 세대는 거의 알지 못하는 듯하다. 설사 안다 하더라도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구닥다리로 여겨진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읽은 이 시를 여전히 기억하는 것은 ‘갈꽃만 바람에 날린다’는 구절 때문이다. 갈꽃이 무엇일까. 가을꽃의 준말일까 아니면 갈꽃이 따로 있을까 하는 의문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사람들이 가수 고복수의 ‘으악새 슬피 우는’이란 구절에 등장하는 으악새(?)를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갈꽃이 등장하는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옛님은 아니 뵈고/

들국화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네/

마음은 어디고 부칠 곳 없어/

먼 하늘만 쳐다보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 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을 헤매다 가네/

한반도 남쪽 끝 노화도를 찾아가는 길은 내게는 ‘그리워’의 대상을 찾아가는 길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노화도(蘆花島), 한자를 가만히 풀이해보자면 갈대꽃의 섬이다. 이렇게 낭만적인 이름의 섬은 아득하다. 하기야 하루 종일 달려도 지평선밖에 없는 몽골 초원이나 북미 대륙을 여행해본 사람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겠지만 서울 사람들에게 한반도 최남단 완도를 거쳐 연락선을 타고 노화도로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은 여정이다.

그리운 임은 아니 보이고 갈꽃만 날리네

연락선에서 본 풍경.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

서울에서 대여섯 시간 달려 도착한 완도읍을 거쳐 섬의 서쪽 바닷가 화흥포 항에 닿는다. 노화도 가는 배편은 하루 서너 차례 있다. 장보고의 청해진 유적지를 뒤로한 채 연락선을 타고 40여 분 가다보면 안개 속에 갑자기 그림 같은 작은 포구가 눈앞에 등장한다. 노화도 동천항이다. 영화 속 멋진 장면에 나오는 그런 풍경이다.

노화도는 완도와 보길도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섬이다. 보길도를 찾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노화도를 거치게 된다. 보길대교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은 작은 다리가 두 섬을 이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섬의 동쪽으로 배로 1시간 거리에는 이미 유명세를 탄 청산도가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리밭이 있다는 바로 그 청산도다. 그래서 노화도는 유명한 섬들 사이에 있는, 전혀 존재감 없는 작은 섬이 되고 말았다.

그리운 임은 아니 보이고 갈꽃만 날리네

노천 광산.

그러나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섬의 역사는 길다. 섬 이름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전래한다. 조선시대 선조 당시 고산 윤선도가 이 섬으로 올 때 어린 종을 데리고 온 데서 노아도(奴兒島)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가을이 되면 섬의 갯벌 여기저기 핀 엄청난 양의 갈대꽃이 장관을 이룬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노화도는 보길도 등과 함께 조선시대를 통틀어 왜구들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정부의 통제력이 전혀 미치지 못했고 왜구와 수적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민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겪었다고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논문집이 전한다. 16세기 말엽에는 주민들이 완전히 떠나 오랫동안 무인도로 남아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민초들이 겪은 고통을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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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권태균│ 사진작가 photociv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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