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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눈으로 듣는 음악’ ⑬

100년 뒤엔 어떤 선율 들려줄까

정명화 241년 된 첼로, 정경화 67.7억짜리 바이올린

  • 황승경│국제오페라단 단장·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100년 뒤엔 어떤 선율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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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악기(古樂器)는 수세기에 걸친 음과 진동, 겹겹이 쌓인 소리 나이테를 기억한다. 그래서 청중의 감동은 배가된다. 16세기 안드레아 아마티를 시작으로 17세기의 니콜로 아마티, 안드레아 과르니에리,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은 지금도 대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정명화·경화 자매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와 과르니에리 델 제수 바이올린은 두 대가의 화려한 손놀림에 깊이를 더한다.
100년 뒤엔 어떤 선율 들려줄까

정명화·경화 자매의 연주회 모습.

지난 7월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는 TV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정상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지난 시간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그들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를 보여주며 시연했을 때 진행자가 악기 시세를 물었다. 두 대가는 수줍은 미소로 굳이 시세를 말하지 않았다. 정명화 씨는 “지금 갖고 있는 악기는 1771년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첼로인데, 전 세계에 30대 정도밖에 없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다”고 했고, 정경화 씨는 “가격은 절대 공개 불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악기이며, 한국의 최고가 미술품보다 비싸다”라고 말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경화 씨가 가지고 있는 과르니에리 델 제수(Guarneri del Gesu) 바이올린은 1970년대 후반 약 2억5000만 원에 산 것이다. 현재는 600만 달러(약 67.7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영국에서 120만 파운드(약 21억4000만 원) 상당의 169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도난당했을 때도 고악기 가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악기는 400년 동안 진화하고, 400년 동안 퇴화한다’는 음악계의 속설이 사실이라면, 현재 최고가 현악기는 300년 정도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100년간은 계속 소리가 좋아질 것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경매에서 30억 원 정도에 거래된다. 이 명품 악기는 연간 20%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된 지 100년이 넘은 악기는 골동품으로 인정하는 관세 규정에 따라 세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점도 있어 최근에는 중국의 투자자들이 고악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투자 가치가 있는 최고급 바이올린은 세계에 450대 정도다. 희소성 때문에 갈수록 가치는 높아진다. 미술품은 시대적인 흐름과 작가의 성향에 대한 반응으로 시세가 유동적이다. 하지만 악기는 소장 가치와 더불어 연주로 전환되는 실용적인 문화유산 가치가 있어 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악기의 도시 크레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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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 크레모나(Cremona). 기원전 3세기에 로마인이 세운 이 도시는 게르만, 밀라노, 베네치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외세의 지배를 받은 힘없는 작은 도시였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16세기부터 최고의 명품 악기가 등장한다. 스트라디바리, 아마티, 과르니에리 같은 제작자들은 모두 크레모나 출신 이었다.

명품 악기 제작기법은 우리나라 도자기 제작술처럼 도제식으로 전수되어오기 때문에 이 도시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현악기 제작 학교가 많다. 현악기 제작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에서 많은 유학생이 이 도시로 몰려든다. 현재는 도료와 나무 등 재료에서부터 제작 방식까지 과학적 분석과 연구로 선조들의 제작 기법을 그대로 모방하지만 항상 ‘2%’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16세기 중반 북부 이탈리아의 악기 장인들은 중세 현악기를 개량해 지금의 바이올린 형태의 악기를 만들었는데, 초창기 제작자 중에는 안드레아 아마티(1520~1577)가 으뜸이었다. 바이올린은 당시 대표적인 현악기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가(家)의 카테리나 데 메디치(1519~1589)가 크레모나의 아마티 공방에 왕실악단 현악기를 주문하면서 크레모나 현악기가 유럽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마티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아직도 연주되고 있다. 그의 제작 기법은 두 아들 안토니오와 지롤라모가 이어받았다. 큰아들 안토니오는 크기를 조금 줄여 음량은 작아졌지만 음색을 보다 청명하게 만들었고, 작은아들 지롤라모는 음량의 증폭에 주력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능가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지롤라모의 아들로 3대 아마티인 니콜로 아마티(1596~1684)다. 그는 아마티 가문의 바이올린 제작법을 계승하는 한편 독주악기로 작곡되는 현악곡의 폭넓은 해석을 위해 한층 깊고 심오한 소리를 원했다. 결국 좀 더 두껍고 앞판이 뭉뚝한 ‘그란데 아마티(위대한 아마티)’를 세상에 내놓으며 바이올린을 예술적인 명기(名器) 단계로 끌어올렸다. 그가 없었더라면 바이올린 제작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고악기의 아버지’ 니콜로 아마티

당시의 제작기법은 비밀리에 전수되었기 때문에 공방에서는 아무나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식들에게만 은밀하게 전수했다. 하지만 니콜로 아마티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자신의 아들 지롤라모 아마티(1649~1740)뿐 아니라 안드레아 과르니에리(1626~1698),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라는 걸출한 제자들을 키웠다. 그래서 ‘니콜로 아마티가 남긴 최고의 작품은 바이올린이 아니라 안드레아 과르니에리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라는 말이 나왔다. 4대 지롤라모에서 번성했던 아마티 가문의 현악기 제작은 막을 내리지만, 과르니에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스트라디바리는 자신이 만든 악기에 그의 라틴어 이름인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로 부활할 수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인으로 기록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그의 93년 생애 동안 1100대의 악기를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그가 만든 악기 중에는 바이올린이 약 600대, 비올라가 12대, 첼로가 50대, 기타와 하프 각 3대, 비올라 다모레가 1대 남아 있다. 이들은 제작 시기, 사용자, 보관 상태, 울림과 음향에 따라 각각 차이는 있지만 세계 악기시장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그가 만든 초창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스승 아마티의 모형과 기술을 답습했지만, 1685년부터는 독자적인 방식을 추구했다. 악기 길이를 길게 하고 바이올린 몸통에 있는 f자 울림구멍의 경사와 크기를 조정했다. 인간의 음성과 흡사한 주파수와 음향을 위한 공명 공간을 재현하기 위해 악기 각 부분 기능에 적합한 나무를 선별했고, 자신만의 악기 칠 기법을 완성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특유의 광택 있고 중후한 외형과 내적 음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1697~1725년 사이 제작된 악기를 그의 전성기 악기로 평가한다. 1715년에 제작된 악기는 최고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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