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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外

  • 담당·송화선 기자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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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_ 너머북스, 372쪽, 1만7000원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外
전쟁의 후유증은 차차 아물어갔다. 조선 선조 말, 농경지 조사를 통해 불균등한 세금부과를 완화해 민생이 숨통을 텄고 탈루된 세금을 찾아 재정에 보탰다. 어느 역사에서나 보이듯 사리사욕을 공론에 감추는 자도 있었지만, 더 공정한 태도로 정치에 임하는 사람도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모두 새 국왕의 즉위를 축하했다. 1608년 2월 2일, ‘새로운 정치 초반(新政之初)’에 거는 기대가 봄기운과 함께 삼천리에 넘쳐흘렀다.

그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했던 1년여의 시간 동안 새로운 국왕은 친형 임해군을 진도로 귀양 보냈다가 강화에서 죽였고, 아버지의 유신에게 죽음을 내렸다. 희망은 있었다. 여러 사람이 민생과 재정 안정을 위해 대동법을 추진했다. 이때 왕실과 집권 북인은 이권을 지키기 위한 본심을 드러냈다. 대동법 추진자는 하나둘 조정을 떠나든지 귀양을 갔다.

곧 백성의 성원은 신음으로 바뀌고 곳곳에서 궁궐 짓는 망치 소리만 들려온다. 광해군은 궁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새 궁궐을 지으라고 한다. 경연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실록 편찬은 요원할뿐더러 남기는 기록도 부실하다.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폐위한다. 이이첨을 위시한 신하는 제 잇속만 챙기고, 광해군의 멘토 정인홍은 아집에 갇혀 있다. 전형적인 배제의 정치.

드디어 불안한 정치 때문에 북인 세력 안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이탈하지 않은 자는 서로 싸운다. 윤선도는 이이첨을 비판하고, 허균은 동지였던 이이첨에게 죽임을 당한다. 관직도, 상벌도, 과거급제도 다 판다. 남은 것은 궁궐 공사다. 후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군량미까지 공사비로 쓴다. 심지어 심하전투(1619년 명나라에 쳐들어오는 후금에 대항하기 위해 명나라·조선 등이 참전해 벌인 대전투) 이후 전사자와 부상자 집안에 주라고 명나라 황제가 준 은(銀) 1만 냥조차 공사비로 쓴다. 이제 딱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은 차츰 반정 뒤에 살아야 할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바뀐다.

이렇게 민생과 재정의 안정, 건강한 정치, 풍요로운 문화의 창출, 변동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능동적 대처 등이 절박하고 중요했던 시기를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아니 그냥 보내버린 것이 아니다. 조선은 악화된 채로 방치되고 엉켜서 나뒹굴고 있었다. 잃어버린 15년은 실기(失機)의 업보까지 남겨주었다. 그러나 반정(反正)으로 일어난 이들은 다시 이 땅에서 살아갔다. 그들은 다시 농사를 지어야 했고, 바닥난 재정을 긁어모아 나라를 운영해야 했으며, 후세를 낳고 기르고 가르쳐야 했다. 무너진 사회의 기강을 세워 그래도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했으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어야 했다. 그러다가 미처 여력이 없던 차에 닥친 침략에 허둥대기도 하다가, 다시 일어서 하루하루 이 땅에서의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New Books

착각의 심리학 _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박인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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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 광’인 저자가 우리 뇌에 숨어 있는 39가지 착각의 기제를 분석한 책. ‘대체 왜 사람들은 정치인의 뻔한 거짓말에 속는 걸까’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인지과학의 답을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완전하지 않다. 살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정보는 기억을 변조하기 일쑤고, 우리의 무의식도 이성을 건드린다. 인간은 따뜻한 잔을 손에 쥐고 있으면 맞은편 사람의 인상을 온화한 것으로 인식한다. 청소용품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 뒷정리를 훨씬 잘하고, 면접관은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워 제출한 이력서를 더 진지하게 검토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성을 과신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간이 합리적이며 객관적이라는 미몽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판단·행동을 지배하는 편견·선입관·망상의 작동 방식을 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수밭, 368쪽, 1만5000원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 _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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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히틀러, 이탈리아 무솔리니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으로 꼽히는 도조 히데키의 삶을 담은 평전. 히데키는 1942년 일본의 총리·육군상·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며 전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다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형당한 인물이다. 일본의 유명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그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고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는 과정에서 ‘역겨운 인간’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히데키가 당대 일본 사회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산물’임을 밝힌다. “군인이야말로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생각한 그는 국가를 병영으로 바꾸고 국민을 군인화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겼다. 왜 이러한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페이퍼로드, 708쪽, 3만8000원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 _ 리카이저우 지음, 박영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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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시조 공자, 이를 발전시킨 맹자,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백….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세속에서 벗어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공자·맹자가 결코 가난하지 않았고, 이백은 묘비명 한 편을 써줄 때마다 5000만 원이 넘는 사례금을 받았다고 말한다. 중국의 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그가 역사 속 인물의 경제생활을 분석하는 근거는 사료다. 그는 각종 역사서에서 정확한 수치를 찾아내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공자가 위나라 관학에서 받은 연봉은 좁쌀 90t. 280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네 식구였던 공자 가족이 수십 년을 먹어도 남을 정도였다. 집도 3칸이긴 했지만 대지가 2만여㎡로 농장 수준이었다고 한다. 맹자의 연봉은 공자의 150배 수준. 그는 제나라에서 좁쌀 1만5000t을 연봉으로 받았으며 여러 왕에게 막대한 양의 황금 덩어리도 선물로 받았다. 에쎄, 40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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