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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현대 문명이 빚은 우울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The Thinker 2011, 151(h)x140x120cm,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g

한 사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울긋불긋한 옷에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썼으니 그는 아마도 광대일 것이다. 그러나 익살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떨어뜨린 시선, 축 처진 어깨, 다리 위에 힘없이 놓인 두 손…. 남자를 지배하는 건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만큼이나 창백한 우울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폴케르트 더 용(40)은 이 작품에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The Bull′s Eye’ 展은 그렇다. 분홍색, 초록색, 하얀색, 파란색 등 밝은 빛이 전면에 두드러진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의 어둠이 스르르 흘러나온다. 이 불균형에서 유래하는 기괴함이 전시장 전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1999년 네덜란드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독특한 재료 사용과 주제의식으로 주목받은 작가는 이번 전시회 출품작을 모두 건설 현장과 영화 촬영장 등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들었다. 스티로폼, 폴리우레탄 등 원재료의 색과 결을 그대로 드러내 거친 표면과 휘황찬란한 페인트칠이 시선을 붙든다. 그 안에 깃든 우울은, 마치 현대 문명의 빛 뒤에 늘어진 그림자 같다.

여섯 사람이 드럼통 위에 올라서거나 앉아 금은보화 따위를 들어 보이고 있는 ‘균형(The Balance)’을 보자. 빨간색 페인트로 뒤덮인 드럼통 위에서 진주목걸이를 자랑하는 사내의 이가 하얗게 번쩍인다. 선명한 탐욕의 형상에 숨이 막힌다. 작가는 높이 3.5m에 달하는 이 조각의 모델이 네덜란드인 페터 더 미누이트(Peter de Minuit)라고 했다. 17세기에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24달러 상당의 장신구와 거울 등을 주고 맨해튼 땅을 사들인 인물이다.

작가는 그동안에도 화학 산업, 석유 경제, 제1·2차 세계대전, 소비문화 등을 풍자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조각 8점과 드로잉 4점 등을 소개한 이번 전시에서는 이외에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검게 만들고 머리에 분홍색 모자를 씌운 ‘검은 링컨, 분홍 모자(Black Lincoln, Pink Hat)’, 절망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역시 총천연색 재료로 형상화한 ‘절망의 행동II(Act of despair II)’ 등이 눈에 띈다.

2002년 충남 천안에 문을 연 아라리오갤러리는 2005년 중국 베이징, 2006년 서울 소격동, 그리고 2011년 서울 청담동으로 연이어 전시공간을 확대해왔다. 이 중 소격동 갤러리는 안국동 풍문여고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의 끝자락, 카페와 레스토랑과 한옥이 어우러진 골목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목조건물을 전시장으로 개조해, 2층에 올라가면 천장의 단단한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현대 문명이 낳은 우울을 직면하고, 곱씹기에 적당한 공간 같다.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Smoke Double Shirley 2011, 140(h)x50x50cm,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왼쪽) Black Lincoln, Pink Hat 2011, 160(h)x60x60cm,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오른쪽)

●일시 ~12월 9일까지 오전 10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9-2

●문의 02-723-6190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Trouble in the Fifth Dimension 2012,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g(왼쪽) Act of despairII(Korean Version) 2012,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g(오른쪽)

폴케르트 더 용 개인전 The Bull’s Eye

The Balance 2010, 350(h)x700x235cm , Photo by Aatjan Renders, Copyright Studio Folkert de Jong

신동아 2012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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