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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10만 년 몽매를 깬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10만 년 몽매를 깬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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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년 몽매를 깬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프린키피아
아이작 뉴턴 지음, 이무현 옮김, 교우사, 320쪽, 1만6000원

사과만큼 인류 역사를 크게 바꾼 과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게다. 어떤 이는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를 꼽고, 또 어떤 이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네 개의 사과를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일곱 개의 사과가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최신 버전을 제시한다. 일곱 개에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아이작 뉴턴의 사과, 폴 세잔의 사과, 백설공주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애플 로고 사과가 들어간다.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와 아담의 사과는 원죄의식의 근원으로 작동하면서 기독교 문명을 탄생시켰다. 비너스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게 한 파리스의 황금사과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다. 궁사 빌헬름 텔이 벌칙으로 명중시킨 사과는 스위스 독립전쟁을 촉발한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사과는 사물의 질서를 재창조해 현대미술의 출발을 알린 팡파르다.

동화 속 백설공주가 한 입 베어 먹은 독 사과는 전 세계 어린이를 울리고 웃긴 것은 물론 애플사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로고 사과는 세계 최초의 PC 상징이면서 스마트 혁명의 선두에 서 있다. 뉴턴의 사과는 만유인력의 발견을 계기로 근대과학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뉴턴의 사과에 얽힌 전설은 진실 여부로 수많은 비본질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뉴턴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을 생각해낸 건 사실”이라고 적어도 네 번은 말했다는 설까지 전해진다. 뉴턴의 고향 울즈소프의 과수원에서 가지를 친 묘목으로 기른 사과나무는 한국 표준과학연구원 정원에서도 자라고 있다.

만유인력의 원리를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책이 ‘프린키피아’(원제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로 번역되는 이 책은 훗날 ‘원리’라는 뜻의 라틴어 약칭 ‘프린키피아’로 줄여 불리기 시작했다. ‘프린키피아’는 모두 3권으로 이뤄졌다. 1권은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같은 유명한 운동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2권은 데카르트식 우주관과 케플러 법칙이 모순됨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물체는 유체의 저항 때문에 타원 모양을 그리며 운동할 수 없다는 게 뼈대다. 뉴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 ‘만유인력’의 법칙은 3권에 등장한다.

갈릴레오+케플러+데카르트

과학자들은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힘=질량×가속도(F=ma)’라고 하는 가속도의 법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성의 법칙과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갈릴레오와 데카르트의 역학체계를 다룬 내용인 반면, 가속도의 법칙은 뉴턴이 창안해낸 새로운 내용이다. 모든 힘이 작용하는 곳에는 가속도가 존재한다는 이 법칙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법칙은 비행기를 하늘로 띄운 날개 양력을 설명해낸 ‘베르누이 정리’의 기초가 됐다. 지진해일(쓰나미) 현상, 혈액의 흐름, 빅뱅을 설명할 때도 ‘F=ma’는 가장 유효한 법칙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태양과 달, 지구가 같은 물리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뉴턴의 주장은 인류의 우주관을 바꿔놓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뉴턴은 ‘보편중력’이라는 개념으로 태양과 달, 지구의 인력을 설명했고, 밀물과 썰물의 원리도 찾아냈다. 뉴턴 이전 사람들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법칙은 땅에서만 가능할 뿐 하늘(우주)이나 바닷속에서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믿었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은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었다. ‘원형의 궤도를 돌고 있는 달은 결코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왜 달은 떨어지지 않는가?’ 젊은 뉴턴은 줄곧 이 문제에 골몰했다. 그러고는 마침내 ‘달이 접선 방향으로 자꾸만 날아가려 하지만, 지구의 인력에 의해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원형궤도상을 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공위성 발사 원리도 만유인력을 이용한 것이다.

뉴턴의 위대함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미분과 적분법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프린키피아’의 높은 수학적 완성도는 미적분 덕분이었다. 뉴턴은 스승인 아이작 배로의 수학 연구를 본받아 여러 무한급수의 합을 구하는 방법을 연구해 미적분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뉴턴은 만년에 “내가 완성한 연구는 모두 흑사병이 퍼지고 있던 1665년부터 1666년까지의 2년 동안에 이뤄진 것이다. 이때만큼 수학과 철학에 마음을 두고 중요한 발견을 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사과 이야기도 이때의 일화다. 1665년 영국에는 페스트가 창궐했다. 뉴턴이 다니던 케임브리지대도 휴교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뉴턴은 이때부터 2년 동안 한꺼번에 22가지 연구에 몰두한다. ‘프린키피아’에 담긴 모든 이론은 이때 밝혀낸 것이다. 그의 나이 스물네다섯 살 때의 일이다. 사람들은 이때를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뉴턴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건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뉴턴의 사상적 거인은 세 사람이다. 갈릴레오, 케플러, 데카르트다. 갈릴레오의 역학이론과 케플러의 세 가지 행성운동법칙,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이 없었다면 ‘프린키피아’는 피어날 수 없는 꽃이었다. 실제로 ‘프린키피아’는 케플러의 법칙이 수학적으로 성립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관성의 법칙과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갈릴레오와 데카르트의 역학을 재해석하려던 것이었다. 이 세 사람의 사상적 스승을 뉴턴에게 연결해준 사람이 배로였다.

평생 독신으로 산 뉴턴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세상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바닷가에서 노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진리라는 거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가끔씩 보통 것보다 더 매끈한 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고 즐거워하는 소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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