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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욱 “모티프 설정 캐릭터 도둑맞았다” vs 이승우 “참고, 참조한 적도 없다”

표절 시비 붙은 이승우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김주욱 “모티프 설정 캐릭터 도둑맞았다” vs 이승우 “참고, 참조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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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주욱 “이 씨가 신춘문예 응모작 ‘허물’ 표절해 소설 썼다”
  • ● 이승우 “무의식적으로 표절했을 소지조차 없다”
  • ● 이 씨, 심사위원으로 김 씨 작품 읽고 심사평 써
  • ● 평론가 K씨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 있다”
김주욱 “모티프 설정 캐릭터 도둑맞았다” vs 이승우 “참고, 참조한 적도 없다”
소설가 김주욱(46) 씨는 “소설가의 길을 포기하더라도 문제 제기를 하겠다”면서 격앙돼 있었다. 중견작가 이승우(53) 씨(조선대 교수)가 지난해 8월 출간한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 6장 카다콤이 자신의 소설 ‘허물’을 표절했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김 씨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 습작을 시작해 2008년 단편소설 ‘보드게임’으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지방지 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작가는 으레 중앙지를 통해 재등단을 시도한다. 김 씨도 그랬다. 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선 최종단계에서 낙선했다. 이 작가가 심사위원이었다. 이 작가는 심사평에서 ‘허물’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미용사를 주인공으로 아름다움과 욕망,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라는 문제를 꽤 집요하게 다뤘다. 낯선 소재에 대한 취재도 성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주요인물이 만들어내는 갈등이 평면적이고 진부한 데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서술의 지루함도 아쉬움을 주었다.”

김 씨는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때는 ‘허물’을 개작한 연작 형태의 중편소설 ‘핑크빛 허물’ ‘우로보로스’로 응모했다. 이 작가는 그해에도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 작가는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단의 중견이면서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한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가 ‘한국 문인 가운데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소설가’라고 격찬한 정통파다.

‘노벨문학상 받을 만한 소설가’

‘지상의 노래’는 대중성은 약하나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 구원에 대한 갈망 등을 치밀한 플롯으로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인간 존재와 내면세계에 대한 다층적 사유와 철학으로 욕망과 죄의식의 근원을 파헤친 또 하나의 문제작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이 문제작이 자신의 신춘문예 응모작을 표절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그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지상의 노래’ 6장 카다콤과 ‘허물’은 모티프, 전체적인 구도, 인물 캐릭터, 관계 설정, 배경, 디테일 등이 심하게 유사하다. ‘허물’은 미용실에서 실제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미용업계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것으로 자전적 소설이나 다름없다. 수년간 공들인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중견작가의 소설 한 부분을 도용했다는 누명을 거꾸로 쓰게 될 처지에 놓였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이 작가에게 e메일을 보내 항의했다. 이 작가는 “내 작품에 어떤 표절의 증거가 있는지 나로서는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 게 있다면 미스터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김 씨는 1월 2일 ‘지상의 노래’를 출간한 민음사에 이 책의 판매를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

‘미스터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이 작가의 표현이 암시하듯 두 작품은 닮은 구석이 많다. 김 씨의 주장을 좀 더 들어보자

“‘허물’에서 ‘차명규’는 미용실을 옮겨 다니면서 기술을 익혀 실력 있는 미용사가 된다. 차명규는 미용실 손님, 미용실 원장을 성적인 자극으로 유혹해 서로의 욕망을 채우고 대가로 기술을 배운다. ‘지상의 노래’의 주인공 ‘후’는 연희를 찾으려고 미용실을 돌아다니면서 기술을 익혀 실력 있는 미용사가 된다. 후는 헤라뷰티 숍에서 ‘사모님’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얻는다.”

‘허물’의 차명규와 ‘지상의 노래’의 후는 여성 손님이 대부분인 미용실의 남자 미용사다. 두 사람은 모두 ‘욕망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미용실을 옮겨 다니면서 미용 기술을 배우고 여성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비슷하다. 박혜지와 사모님은 ‘힘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박혜지는 차명규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는 특혜를 제공한다. 사모님은 후에게 ‘정보’를 가르쳐주는 특혜를 제공한다. 이 작가가 주요 인물의 캐릭터를 표절해갔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표1 참조)

김 씨는 남자 미용사에게 특혜를 주는 설정이 같으며 미용실의 고객층, 공간 묘사, 디테일 등 두 작품의 묘사가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갑자기 환경과 복지가 좋아졌기 때문에 직원들은 내가 차 선생을 편애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 큰 불만이 없었다. 미용실은 더 활기를 띠어갔고, 차 선생이 친동생처럼 편해졌다. 내가 가진 기술을 차 선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따로 연습을 하기도 했다.”(‘허물’ 15쪽)

“후의 사정을 이해한 이민아 원장은 그를 예외적으로 대했다. 일이 끝난 후에 원장은 시간을 조금 내서 가위 잡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그녀는 손놀림이 유연하고 자연스럽다는 칭찬을 자주 했다.”(‘지상의 노래’ 244쪽)

“입구 쪽 벽에는 원장이 영국 토니앤가이에서 받은 디플로마가 걸려 있었다.” (‘우로보로스’ 11쪽) “신사동 미용실은 큰 가정집을 고쳐 입구에 정원이 있었고 내부치장이 화려했다. 연예인을 단골로 확보한 어느 정도 알려진 곳이었다. 하얗게 칠해진 건물에 정원이 화려해서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허물’ 13쪽)

영국에서 선진 미용기술을 배워 왔다는 30대 후반의 원장은 미용실 내부를 호텔 커피숍이나 잘사는 집 거실에 들어선 것 같은 쾌적한 느낌이 들게 꾸몄다.”(지상의 노래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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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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